전문가 “도로교통법 개정안은 예견된 혼란”
“추경 통해 구도심부터 시범사업 시작해야”

▲ 사진은 11월2일 낮 시간대 경기 부천시 중동 내 어린이보호구역에 주차된 차량들의 모습. 사진=김찬주 기자
▲ 사진은 11월2일 낮 시간대 경기 부천시 중동 내 어린이보호구역에 주차된 차량들의 모습. 사진=김찬주 기자
투데이코리아=김찬주 기자 | 어린이보호구역 내 주정차가 전면 금지되는 도로교통법 개정안으로 인해 주택밀집 지역 주민과 자영업자들의 불만이 이어지는 가운데 지자체도 난감한 입장을 표했다. 전문가는 이번 개정안 시행으로 발생하고 있는 시민 불편은 예견된 혼란이라 지적했다.
 
아이들, 숨어있다 ‘뿅’…‘민식이법’ 이후 가중되는 시민혼란
 
개정안 시행 계기는 ‘민식이법’ 이후다. 민식이법은 2019년 스쿨존에서 교통사고로 사망한 김민식 군의 사고 이후 발의됐는데, 내용은 어린이보호구역 내 신호등과 과속단속카메라 설치 의무화를 담은 ‘도로교통법 개정안’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 등 2건이다.
 
개정안 시행 뒤 일각에서는 민식이법 취지엔 공감하면서도 ‘민식이(어린이) 구하자고 수많은 민식이 부모(운전자) 잡는 격’이라는 비판도 나왔다. 특히 일부 아이들은 몸을 숨기고 차량이 지나가면 튀어나오는 이른바 ‘민식이법 놀이’를 하거나 달리는 차량 뒤를 쫓아가는 블랙박스 영상이 보도돼 큰 논란이 일기도 했다. 아이를 보고 정지한 차량에 아이가 와서 충돌했음에도 부모가 그 자리에서 합의금을 요구하는 영상이 퍼지기도 했다.
 
어린이보호구역 주정차에 대한 국민적 관심 증가는 통계에도 나타났다. 국민안전신문고 어린이보호구역 불법주정차신고 통계에 따르면 개정안 시행일인 지난달 21일부터 3일 오후 5시25분 기준으로 신고된 건수는 모두 6274건이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신고 건수인 3882건과 비교하면 약 2배 증가한 수준이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현재 민식이법의 일환으로 시행된 어린이보호구역 주정차 전면금지법 시행으로 많은 운전자들이 불편을 겪고, 심지어 생업에까지 영향을 끼쳐 전에 없던 불만이 쏟아지고 있음에도 뾰족한 대책이 없는 것이다. ‘어린이 구하자고 수많은 운전자 잡는 법’이란 비판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지자체 “개정안으로 모두 고통”…전문가 “추경 통한 구도심 주차시범사업 필요”
 
주정차 관련 민원처리와 계도, 단속을 실시하는 지자체도 난감한 입장이다. 지자체 관계자들은 민원처리에 고충을 겪으면서도, 사실상 뾰족한 대안이 없어 답답하다고 전했다.
 
▲ 사진은 11월2일 오후 경기 부천시 중동 상지초등학교 앞 어린이보호구역에 정차한 뒤 비상등을 켜고 있는 차량의 모습. 사진=김찬주 기자
▲ 사진은 11월2일 오후 경기 부천시 중동 상지초등학교 앞 어린이보호구역에 정차한 뒤 비상등을 켜고 있는 차량의 모습. 사진=김찬주 기자


부천 관내 지자체 한 관계자는 “구도심은 공영주차장이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법이 시행돼 시민불편이 상당히 증가하는 중”이라며 “지자체도 시정현안에 공영주차장을 증설할 계획을 추진하고 있지만, 하루아침에 세워지는 것도 아닌데 법부터 시행되다 보니 시민은 시민대로 불편하고, 민원은 민원대로 증가하면서 사실상 모두가 고통 받는 중”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다른 실무 관계자는 “개정안 시행으로 어린이보호구역에 인접한 자영업자들이나 운수업에 종사하시는 기사들의 불만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안그래도 코로나로 상인들이 상당한 경제적 어려움을 겪었는데 과태료까지 물게 만드는 것은 아닌 것 같아 심할 정도로 단속에 나서고 있지는 않다”고 말했다.
 
관계자는 “다만, 주민이 안전신문고에 신고를 해버리면 과태료가 부과될 수밖에 없어 주차공간 부족이나 생계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주정차 하시는 분들에게 참 어려운 부분”이라면서도 “실상은 단속 하지 말아달라는 민원보다 단속을 하라는 민원이 훨씬 더 많은 상황이라 최대한 스스로 조심하시라는 말씀밖에 드릴 수가 없다”고 안타까운 심경을 전했다.
 
지자체와 협조해 주정차 금지 홍보 캠페인과 계도를 하는 관내 경찰도 개정안 시행이후 신고가 늘었다고 말했다. 부천시 원미구 관할 순경 A씨는 “개정안 시행 이후 학부모들이 주정차 된 차량을 보고 신고하는 경우가 늘었다”며 “관련 업무는 지자체 소관이지만, 신고를 받은 만큼 계도차원에서 출동은 하는데 지금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난리”라고 전했다.
 
전문가는 이번 개정안을 실효성 없는 예산낭비에서 시작한 예견된 난장판이라 지적했다. 유정훈 아주대 교통시스템공학과 교수는 “민식이법 제정 당시 2000억원의 예산을 확보한 국회가 도로의 물리적 개선을 실시한 게 아닌 그저 단속카메라와 제한속도 30km 표지판을 설치하는 것에 그쳤다”며 “이는 예견된 혼란”이라고 지적했다.
 
유 교수는 그러면서 “한해 600조원가량 배정된 예산 중 어린이보호구역 주차문제에 관한 추경을 통해 구도심부터 시범사업으로 학교 운동장 지하나 노후 공원 부지 등을 활용해 주차 대체 부지 선정을 고려해야 한다”며 “또 운전자에게는 어린이보호구역임을 확실히 인지시킬 수 있는 도로색깔, 측면 표시선 등을 교체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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