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순직 논설주간
▲ 권순직 논설주간
당초 의도와 정반대의 현상이 빚어지면 당혹스럽다. 선의(善意)에서 시작한 일이 역효과를 내는 일이 우리 일상에서 자주 일어나며 서민 생활을 궁지로 내몰고 있는 현실을 목도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이른바 ‘선량한 정책’ 다수가 의도와 전혀 다른 역효과를 초래, 결국 힘들게 힘들게 사는 서민들의 삶을 피폐하게 만들고 있다.

의도가 아무리 선량했다 해도 결과가 나쁘면 실패한 정책일 뿐이다.
 
지난 4년여 이 정부가 시행한 주요 정책 중 실패했다고 볼 수밖에 없는 몇 가지 ‘선량한 정책’ 사례를 살펴보자.
 
문재인 정부가 역점을 두고 추진한 소득주도 성장 정책의 일환인 최저임금 인상. 단기간에 무리한 인상으로 청년 일자리를 대거 사라지게 했다.
 
수 많은 자영업자들이 이 정책에 짓눌려 크게 어려움을 겪으면서 청소년 일자리 축소로 이어졌고, 노동조합의 지나친 임금인상 요구로 기업들은 고용을 대폭 줄였다.
 
근로자들을 과로에서 해방시키고 ‘저녁이 있는 삶’을 누리게 해주자는 ‘선량한 의도’에서 시행한 주52시간 근무제는 어떤가.

노는 시간 증대의 기쁨보다 소득 감소가 더 고통스러운 많은 근로자들은 초과수당 근무로 받던 소득을 보충하기 위해 다른 일거리를 찾아야 했다.
 
이 과정에서 근무 시간이 줄기는 커녕 제2의 일터로 가느라 시간만 더 걸렸고, 소득도 예전만 못하다. 선량한 정책이 낳은 재앙이다.
 
공기업의 비정규직을 제로화, 정규직화 한다는 문대통령의 공약 후유증도 심각하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지난 8월 기준 전체 임금근로자 2099만2000명 중 806만6000명이 비정규직이다.

비정규직이 전년동기(742만6000명)보다 64만명 늘었다. 비정규직 비율이 36.3%에서 38.4%로 높아졌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임금 격차는 갈수록 벌어지는 추세다.
 
한전을 비롯한 10대 공기업의 올 신규채용 인원은 3960명으로 지난 3년간 평균 7100명보다 44%가 줄었다.

‘신의 직장’이라는 공기업 취업이 이젠 ‘신도 들어가기 힘든 직장’이 됐다고 젊은이들은 한숨이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날까. 공기업들이 정규직으로 사원을 채용하면 해고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여기에다 한번 뽑으면 정년까지 보장해야 한다
.
정규직화로 인건비가 늘어난 만큼 신규 채용을 줄일 수밖에 도리가 없다. 여기에다 ‘공공부문 성과급제’와 ‘저성과자 해고요건 완화’등의 규정도 없애 공기업으로선 신입사원 채용 축소가 유일한 대안이다.

문대통령의 ‘제1호 지시’로 추진한 ‘공기업 비정규직 제로화’ 정책의 역습이다.
 
아마츄어 포퓰리즘이 초래한 재앙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켜 서민들의 내집 마련을 돕겠다고 시행한 부동산 정책은 수많은 부작용을 초래하며 집 없는 사람들만 더 괴롭게 만들고 말았다.

임대차 3법과 종부세 양도소득세 등 각종 세금은 서민들 집 마련을 돕기는 커녕 전 월세 값폭등을 초래해 이 정부 최대의 실정(失政)으로 기록될 것이다.
 
무분별한 조세정책은 강한 조세저항에 직면했다. 대선 국면에서 가장 첨예한 이슈가 되고있다.
 
최근 보도된 뉴스 또한 놀라움이다. 기업들이 건강에 조금만 이상이 있어도 채용을 꺼린다는 내용이다.

대형 건강검진 업체인 한국의학연구소(KMI)에 따르면 일부 기업에선 재검(再檢) 판정만 받아도 입사 시험에서 불합격 처리한다는 것이다.

종전 같으면 채용에 별 문제가 안되는 건강상태 조차 ‘채용 불가’ 사안이 되는 경향을 보인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내년 1월 시행 예정인 중대재해처벌법 때문이다. 이 법이 시행되면 경영책임자의 고의 유무에 관계 없이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형사책임을 묻게 되어있다.
 
중대재해란 사망 1명 이상, 6개월 이상 치료를 요하는 부상자 2명 이상, 동일한 요인으로 직업성 질병자 1년내 3명 이상 발생한 경우다.
 
종업원들의 산재 예방을 위한 선한 정책이겠지만 규제가 엄격하다 보니 경영자가 느끼는 공포가 심하다.

예전 같으면 채용에 별 문제가 안될만한 사항도 이젠 결격사유가 되는 것 같다. 취업이 까다로와 진 것이다.
 
서민 삶 터전은 실험 대상이 아니다

 
살펴본 바와 같이 의도는 좋으나 결과가 나쁜 정책을 우리는 ‘선량한 정책의 재앙’쯤으로 명명해두자.

왜 이런 일이 빚어질까. 정책 설계 단계에서 치밀하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지향하는 효과 못지않게 일어날지도 모르는 부작용에 대한 점검이 주도면밀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보다 더 중요한 요인은 시장을 무시한 정책 실험이다. 국민 삶의 터전을 실험실로 여기고 자신들이 믿는 ‘이상(理想)’을 무분별하게 실험한 탓도 있다.
 
이는 현실과 동떨어진 이상주의자들, 아마츄어 정책입안자들의 포퓰리즘에도 그 원인이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 정부 들어 내내 보아온 ‘선량한 정책’ 시행착오는 ‘잘못을 절대 인정하지 않는 오만한 태도’가 더 문제다.

최저임금 인상 공약을 못지켜 미안하다, 부동산 정책 실패로 국민들로부터 죽비를 맞았다는 두 차례 문대통령의 사과가 있었지만 그것으로 끝이다.

잘못됐으면 정책을 수정 또는 폐기해야 할 터인데 말뿐, 마이 웨이다. 시장을 중시하며 사전에 부작용을 면밀히 검토해 완성도 높은 정책을 내놓는 게 능력 있는 정부, 훌륭한 지도자의 덕목이다.
 
국민들 삶의 터전은 아마츄어 정책 수립가들의 실험장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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