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은경 작가
▲ 조은경 작가
내년 국가 예산이 역대 최고인 607조원으로 결정됐다. 농업, 농촌의 예산은 고작 ‘2.8%’ 라는 농촌, 농업 관계자들의 볼멘소리가 들린다. 전국 농민회 총연맹은 예산안 통과 즉시 성명을 내고 ‘농업 예산은 전체 예산 대비 비중도 작을뿐더러 전환의 시대에 새로운 농정을 준비할 예산으로는 수준 미달’ 이라고 지적했다. 여기서 주목되는 점이 있다. 농민회는 지금이 ‘전환의 시대’ 라는 점을 인지했다는 것이다. 바람직한 현실 인식으로 보인다. 물론 농업 뿐 아니라 전 사회가 지금 ‘전환의 시대’ 라는 것을 부인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왜 ‘전환의 시대’이냐?
과학 기술이 지금처럼 눈부시게 발전한 시대가 없었다.
옛날 우리 친정어머니는 당시에는 드물게 여대를 나온 분임에도 불구하고 세탁기의 버튼 하나 누르는 것을 두려워하셨다. 그 단추 하나로 갑자기 폭발이라도 날 것처럼 말이다. 늦게까지 손빨래를 고집하셨다. 지금이라고 다를까? 나의 주변 많은 친구들이 휴대폰에 앱을 깔고 어쩌고 해야 한다면 그만 겁이 나서 포기하고 만다. 그래서 노년층은 여전히 4차 산업혁명으로 불리는 디지털 문명에서 멀리 떨어져 있다. 이런 세대가 많은 장소가 시골이다.
 
왜 ‘전환의 시대’이냐?
살아가는 방식이 우리나라라는 작은 테두리에 머물지 않고 세계와 함께 해야 살 수 있는 세상이기 때문이다. 우리 농촌은 벌써 FTA에 대해서 알고 있다. 그런 협정이니, 비준이니 선언이니 하는 단어가 세계로 문을 열고 나아가는 길이며 농업의 길을 험난하게 만들고 있다는 것도 다 알고 있는 것이다.
‘탄소 중립’ 선언이 농촌에도 그 영향을 미치리라고는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다. 하지만 우리도 세계 사회의 일원인 이상 농업 부문에도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는 노력을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다. 농업부문에 사용되는 연료를 기름에서 전기나 수소로 바꿔야 한다니, 그에 따라 영농법도 순차적으로 바꿔야 한다니....
시골 사람들이 누가 그렇게 할 수 있겠는가?
 
왜 전환의 시대이냐?
문명의 발전으로 사람들이 자연을 파괴함으로써 기상이변과 기후변화가 일어나게 되었다. 극명한 결과가 지금 인류가 고통 받고 있는 현재의 팬데믹 상황이다. 옛날에는 몇 십 년에 한 번씩 오는 전염병이 지금은 몇 년의 간격을 두고 인류를 공격한다고 생태학자들은 말한다. 혹한과 혹서가 반복되고 그 외의 기상이변이 자주 나타난다. 그런 생태에 가장 노출되는 것이 농업이다. 앞으로 인류는 식량 문제에서 고통을 더 받게 될지 모르고 그 고통은 질병 자체보다 더 클 수 있다.
 
말했듯 시골은 취약계층이 많이 거주하는 곳이다. 농업에 제공하는 예산이 미미하다면 대신 농촌으로 국가의 관심을 유도하는 방법은 어떨까? 불행 중 다행으로 코로나 팬데믹 현실이 농촌, 시골에의 관심을 이끌어 주었다.
지방 소멸이나 지역 소멸이라는 표현이 이제는 농촌 주민에게까지도 큰 충격을 주지 않을 정도로 일상적인 말이 되었다. 이런 문제에 대해 과격한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정부가 살릴 수 있는 지역과 그렇지 못한 지역을 선별해서 과감하게 삼림으로 돌리는 작업까지 해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다르게 생각할 수도 있다.
옛날 댐 건설로 인해 수몰되었던 지역의 경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회한을 불러왔던가? 홍수통제나 수력발전 등 다목적 국책사업의 일환으로, 식량 증산을 위한 농업용 저수지의 용도로, 어쩔 수 없이 물에 잠겨야 했던 오래된 마을들을 생각한다. 이제는 그런 일들이 인위적으로 강행되어서는 안 될 것 같다.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적으로 점차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 생길 것이고 떠나는 곳이 생길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밀집한 지역에 생활 편의시설을 설치하는 방식으로 필요한 곳에 돈을 쓰면 된다. 그것이 면의 돈이든, 시의 돈이든, 세금을 받아서 쓰는 돈이니 눈 먼 돈이 되지 않게 많은 사람들을 위해 쓰면 되는 것이 아닌가? 그러다보면 어떤 곳에는 정말 떠나는 사람이 많아서 한두 집만 남을 수도 있지만 그들의 살 권리도 존중해 주어야 할 것이다. TV 프로 ‘자연인’에서 보는 것처럼 조용한 곳에서 살고 싶은 사람도 있을 수 있다.
 
또 한 가지, 국가가 도와줬으면 하는 일이 있다.
도시 사람들이 농촌에 가지려는 ‘제 2 주택’을 세제상으로 적극 지원해 주었으면 한다. 지금처럼 코로나 시대에 사람들에게 마음의 위안을 주는 곳을 ‘1가구 2주택’이니 뭐니 해서 막으면 어쩌란 말인가? 물론 지금도 별장식 주택이 아니면, 또 투기지역이 아니면, 넓은 대지를 가지고 있지 않거나 비싼 가격이 아니면, 등의 조건을 내세워 양도소득세를 안 물리겠다면서 농촌주택을 제 2의 주택으로 구입하는 것을 ‘용인’하고는 있다. 하지만 내가 바라는 건 ‘용인’이 아니라 ‘장려’ 했으면 하는 것이다. 그래야 농촌의 일손이 되고 있는 외국인이 거주할 수 있게끔, 또는 농촌에 살아보려는 도시민들도 살 수 있게끔, 집을 지어주는 주택업자들이 시골 지역에 들어올 것이다. 도시의 회사들도 재택근무를 위한 공유 오피스를 주변 시골에 지을 수 있을 것이다. 일단 사람들이 많이 들어와야 보기 흉한 빈 집도 사라지고 주변 경관도 아름답게 되는 것이 아닌가?
 
시골에 사람이 있어야 대한민국의 방방곡곡이 황무지화 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이런 시골 경관 분야는 사람들이 종종 무심하기 쉽다.
 
‘농업 예산 2.8%’의 시기를 살아가는 지금은 농업, 농촌에 있어서 ‘위기의 시대’이다. 많은 사람들이 코로나와 함께 위기의 시대를 힘겹게 헤쳐 나가고 있지만 특히 전 국민의 식량문제를 책임지고 있는 농업분야에서 이 ‘2.8’ 이라는 숫자가 농업계의 의욕을 꺾는 요인으로 작용하지 않을까 우려된다.
 
아무쪼록 농업과 농촌이 어려움 속에서도 이 변화와 위기의 시대를 기회의 시대로 ‘전환’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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