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비호감 선거‘...미래비전 정책 리더십 경쟁 실종

▲ 강원대 외래교수 류석호
▲ 강원대 외래교수 류석호
세계적으로 코로나19 5차 대유행이 시작되면서 각국이 앞다퉈 봉쇄령을 내리고 있는 가운데 국내에서도 연일 확진자와 위중증 환자가 폭증하면서 병상부족 사태 등 국민들을 가히 패닉(panic)상태로 몰아넣고 있다.

지난 16일 정부가 추가 발표한 사적 모임·영업시간 제한 등 방역조치가 강화됨에 따라 고물가(高物價)까지 겹쳐 자영업자를 비롯한 국민들의 살림살이가 또다시 팍팍해지면서 만 2년이 다 된 코로나사태에 극도의 피로감을 느끼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국민들을 더욱 짜증나고 허탈하게 하는 것이 있으니, 다름 아닌 대선(大選) 정국의 흐름이다.

불과 70여일 밖에 남지 않은 내년 3월 9일, 제20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한창 국민들에게 리더십을 통한 꿈과 희망을 얘기하고 선의(善意)의 비전 제시·정책 대결을 해야 할 시간임에도 여야 유력후보들은 서로 상대의 허물을 들추고 트집잡기에 몰두하고 있는 모양새다.

페어플레이와 신사도(紳士道)는 눈을 씻고 봐도 찾을 수가 없고 그저 ’너 죽고 나 살자‘는 식의 살벌한 치킨게임(chicken game)이 판치고 있다.

대선이 후보의 부인과 아들 리스크(risk)에 요동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와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모두 ‘가족 리스크’를 안게 되면서 두 달여 남은 대선이 ‘네거티브(negative)전’으로 변질하고 있다. 정책과 의제, 담론이 실종되고 양쪽 모두 검증(檢證)에만 열을 올리면서 ‘네거티브 전면전(全面戰)’으로 치닫는 분위기다.

역대 대선에서는 시대를 관통하는 의제나 담론이 선거를 주도했다. 17대 대선에서는 ‘경제성장’, 18대 대선에서는 ‘경제민주화’, 19대 대선에서는 ‘통합’과 ‘정의’ 등이 키워드로 꼽혔다. 이번 대선에서도 당내 경선까지는 ‘포스트 코로나’, ‘기본소득’, ‘부동산 개혁’ 등 의제 중심으로 가는 듯했다. 여야 모두 코로나19 방역 대책을 논하면서 자영업자·소상공인 지원 방안을 강구하는 등 나름의 노력을 기울였다.

하지만 선거일이 다가오고 지지율 격차가 좁혀지자 가족검증과 흑색선전(黑色宣傳) 모드로 다시 돌아섰다. 양 진영 모두 최악(最惡)의 대선판을 만들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집권 여당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측과 제1야당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측이 벌이는 ’네거티브 공방(攻防)‘은 가관(可觀)을 넘어 목불인견(目不忍見) 수준이다.

특히 이재명 후보 장남의 불법 도박과 유사 성매매 업소 출입 의혹, 윤석열 후보 부인 김건희 씨의 경력 부풀리기 의혹을 둘러싸고 이전투구(泥田鬪狗)를 방불케 하는 공방전이 가열되고 있다.

연일 양측이 쏟아내는 입장문과 메시지가 가히 언론을 도배하다시피하고 있다. 최근 사태를 ’가족 리스크‘ 블랙홀(black hole)로 불러도 과언이 아닐성 싶다.

서로 ‘사과로 끝날 일 아니다’며 맞불을 놓는가 하면, 상대 후보 쪽으로 이슈 전환을 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명백한 법죄행위”라며 실정법 위반 혐의로 엄정한 수사와 후보직 사퇴를 요구하는 등 그 도(度)를 더하고 있다.

멈출 줄 모르는 폭주(暴走)기관차처럼 양측 모두 극단(極端)을 향해 치닫고 있는 형국(形局)이다.

이런 와중에 이 후보는 지금까지 무려 8차례, 윤 후보는 5차례 국민 앞에 머리를 숙여 사과(謝過), 항간에 ’사과 대선‘이란 신조어(新造語)까지 유행시킬 정도이다.

문제는 후보 본인보다 선거캠프 관계자나 측근들이 더욱 판을 키우면서 기름을 붓고 있다는 데 있다.

윤 후보 부인 김건희씨의 허위 이력 논란이 불거지자 민주당 의원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김씨 비판에 총력전을 벌였다. 특히 선봉에는 추미애 전 법무장관이 섰다. 추 전 장관은 지난 8일 페이스북에 김씨가 ‘쥴리’라는 예명으로 유흥업소에서 일했다는 루머를 언급하며 “쥴리라고 하면 안 되는 이유가 나왔다. (‘주얼리’이기 때문이었나?)”라는 글을 썼다. 다음날인 9일에는 “건진요, 건희씨에게 진실을 요구한다”며 김씨의 주가조작, 논문표절 등에 대한 해명을 요구했다. 이날 아들이 ‘불법 도박’을 즐긴 사실이 드러나 수세(守勢)에 몰린 이 후보는 직접 사과했지만, 민주당과 여권은 되레 김씨 관련 논란을 더 키우는 데 집중했다.

반대로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 후보 아들 논란이 터지자마자 SNS에 기다렸다는 듯 이 후보 비난 게시글을 올렸다. 과거 이 후보가 도박에 대해 “나라 망할 징조”라고 비판한 발언의 캡처를 공유하면서 공세를 폈다. 또, 조국 전 법무장관의 “아버지에게 배운 대로 한다”는 트위터 글을 따서 올리기도 했다.

나라의 최고 지도자를 뽑는 대선(大選)이 국가의 안녕·발전과 국리민복(國利民福)을 담보하는 축제(祝祭)의 한마당이 아니라 저질 코미디, 막장드라마를 방불케 하는 진흙탕싸움으로 변질되고 있다. 선거가 산으로 올라가고 있다면 지나친 표현일까.
건전한 상식(常識)과 양식(良識), 이성(理性)이 지배하고 있다면 이럴 수는 없는 것이다.

정치가, 선거가 아무리 ’권력투쟁의 장(場)이라지만 예의와 염치를 내팽개친 이런 행태에 해도 해도 너무하는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가 터져나오는 이유다.

이재명·윤석열 '가족 리스크' 피로감에 지지를 보류하는 '스윙보터(Swing Voter)’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 추세가 이를 방증(傍證)하고 있다.

한국갤럽이 지난 16일 공개한 대선 후보 지지도 추이에 따르면, 최근 여론조사에서 ‘의견 유보’라고 답한 응답자 비율은 꾸준히 증가했다. 11월 16∼18일 조사에서 14%였던 의견 유보 비율은 11월 30일∼12월 2일 조사에선 15%, 지난 14∼16일 조사에선 16%로 집계됐다. 역대 대선에선 선거일이 다가올수록 부동층이 줄었지만, 이번엔 정반대 흐름이 나타난 셈이다.

스윙보터 증가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대선 막판까지 부동층(浮動層)이 늘어날수록 대선판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저조한 투표율은 결국 이후 사회 갈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한편 '리스크'를 대하는 이재명, 윤석열 두 후보의 자세도 성격만큼이나 뚜렷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윤석열 후보의 자세는 ‘사과는 늦게, 대응은 소극적’이라고 할만하다.

윤 후보는 리스크나 논란이 터지면 해명 혹은 반박을 내놓고, 이후 비판이 더 커지면 사과를 하는 흐름을 반복해왔다.

윤 후보는 부인 김건희씨의 허위 이력 의혹, 전두환 전 대통령 옹호 발언 논란 등이 터졌을 때 ‘해명 혹은 반박→논란 증폭→결국 사과’ 흐름으로 대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의혹과 논란, 그 자체도 부담이지만 이후 대응 과정에서 여론의 비판이 더 커지는 양상이 반복된 셈이다. 기자들에게 민주당측 주장에 반박성 문제 제기를 하거나, 곤란한 질문엔 답을 회피하는 등 고집스러운(?) 면모를 보이기도 했다.

반면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빠른 사과’로 윤 후보와 대조 적이었다는 평가다. 이를 두고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뒷수습 경쟁’에선 이 후보에게 밀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고 한다.

이재명 후보는 지난 16일 아들의 불법 도박을 다룬 보도가 나오자 3시간 50분만에 입장문을 내서 사실을 인정하고 사과했다. 이후 약 45분만에 다시 서울 여의도 민주당 당사에서 사과 기자회견을 하고 고개를 숙였다. 이 후보는 19일 윤봉길 의사 순국 89주기 추모식에 참석한 후 기자들과 만나 “자식을 둔 죄인이니 필요한 검증은 충분히 해야 한다”며 “문제가 있는 점에 대해선 상응하는 책임을 지겠다”고 거듭 사과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윤 후보가 사과를 망설이는 상황에서 이 후보가 의도적으로 빠른 사과를 택했다는 생각이 들 정도라며, 이 후보의 사과는 너무 빨라서 오히려 기술적인 느낌과 함께 진정성을 느끼기 힘들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다른 한편, 이들 양강(兩强) 후보가 벌이는 네거티브 난타전(亂打戰)을 보면서 소통과 위기관리의 중요성을 다시금 생각하게 된다.

국가나 기업, 정당 등 어떤 조직이 제대로 굴러가려면 구성원 상호간, 또는 이해관계자 사이에 격의 없는 교감(交感), 즉 소통(疏通)이 이루어져야 한다.

소통은 인간의 신체로 말하자면, 혈맥(血脈)으로 기(氣)가 통(通)함을 의미한다. 소통이 바로 유기적 통합의 과정을 가능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소통은 다양한 이해관계를 지닌 구성원들이 서로 다른 의견 개진을 통해 합의(合意)에 이르는 과정이다. 소통이 원만하게 이뤄져야만 제대로 된 협업(協業· collaboration)을 달성할 수 있는 것이다.

논어(論語)에 공자(孔子)가 자공(子貢)의 물음에 답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무신불립’(無信不立) 경구(警句)는 지금도 유효하다.

믿음이 없으면 살아갈 수 없는 만큼, 사람이 세상을 살아가는 데 신뢰야 말로 가장 중요한 덕목이란 가르침이다.

그 신뢰는 바로 진정한 소통에서 비롯되고, 특히 위기(危機)일수록 더욱 소통과 공중관계(公衆關係·PR, Public Relations)의 중요성이 부각된다.

조직은 이미 발생한 위기상황을 컨트롤하고 관리하는 ‘위기관리’ 능력 여부에 따라 천양지차(天壤之差)의 평가를 받게 되는 것이다.

그동안 쌓은 좋은 이미지와 명성(名聲)이 순식간에 급전직하(急轉直下)로 곤두박질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만큼 위기 발생에 대비한 위기대응팀과 '위기관리 매뉴얼(Manual)'을 갖추고 숙지(熟知)와 훈련을 통해 즉각 이를 실행에 옮기는 것이 필수적이다. 골든타임(golden time)을 놓치지 않고 신속하고 효율적인 대처를 위해 유관(有關) 부서간 협력이 밀수적임은 말할 것도 없다.

‘숨기는 것 없이 곧바로 인정하고 대처하는 것’이 ‘홍보의 정석(定石)’이듯, 위기 때 이런 ‘직통화법(直通話法)‘이 ’잃는 것보다 얻는 것이 많은‘ 올바른 대처법이다. 정직(正直) 보다 좋은 무기는 없다.

적극적인 문제 인정 및 대처는 다른 문제가 발생했을 때, 여론으로부터 호의적인 반응을 이끌어내는 완충재(緩衝材)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다른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진정성(眞情性)이다. 해명(解明)이나 사과에 충심(衷心)을 담아야 한다는 얘기다. 그래야 상대방을 충분히 이해시키고 호의적인 반응을 이끌어낼 수 있음은 당연한 이치다.

아무튼 이번 대선 정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치열한 가족 검증(檢證) 공방전이 후보자는 물론 국민들에게 소통과 위기관리의 중요성을 일깨우고,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반면교사(反面敎師)가 된다면 그나마 한 가닥 위안이 된다고 해야할까.

무릇 ’뿌린 대로 거둔다‘는 속담(俗談)이 암시하듯, 흑색선전과 비방전은 결국 자신에게 부메랑으로 돌아오게 마련이다.

바라건대 부디 앞으로 5년간 나라와 국민을 책임지겠다고 나선 대선 후보들과 캠프 관계자들이 지금 우리가 처한 엄중한 대내외적 상황을 올바로 인식하고 예비 국가 최고지도자에 걸맞는 행보(行步)와 품격(品格)을 지켜주기를 간곡하게 당부한다.
“늦는 것이 안 하는 것보다 낫다.(Better late than never.)”라는 서양 격언처럼 지금 당장 대선판에서 ’네거티브 공방‘을 그만두기 바란다.

그것이 나중에 자신을 국가수반(國家首班)으로 뽑아줄 선거권자인 국민들에게 모름지기 갖춰야 할 공복(公僕)으로서 최소한의 예의이자 공인(公人)의 자세가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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