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순직 논설주간
▲ 권순직 논설주간
2021년도 저물어 간다. 어느 해인들 다사다난(多事多難)하지 않은 해가 없었겠지만 올해도 국내외적으로 많은 일이 있었다.
 
한 해를 보내면서 여러 가지 방법으로 회고해 볼 수 있겠으나 인구에 회자(膾炙)된 말(단어)을 통해 지난해를 정리해 보는 것도 재미있다.
 
그래서 유명 언론이나 사전편찬 회사 등이 매년 그해의 말이나 인물 사건 등을 정리해 보는 것이 정례화되어 있다.
 
‘한국 2021’을 한마디로 압축해내는 일은 매년 교수들이 해낸다. 교수신문은 전국 880여명의 교수를 대상으로 온라인 조사를 거쳐 ‘올해의 4자성어’로 묘서동처(描鼠同處)를 선정했다.
 
묘서동처는 쥐와 고양이가 함께 산다는 뜻이다. 쥐는 곡식을 훔쳐먹는 ‘도둑’으로, 고양이는 쥐를 잡는 ‘관리’로 비유된다.

천적 관계인 고양이와 쥐가 공생했다는 얘기다. 부동산 투기를 막아야 할 LH공사 직원들이 투기하다 들통난 사건은 고양이가 도둑인 쥐를 잡지 않고 도둑질에 나선 것으로 본다.
 
쥐와 고양이의 동거 (描鼠同處)
 
검경이 수사중인 대장동 게이트도 고양이(공직자)와 쥐(투기세력 민간업자들)가 한통속이 되어 천문학적인 이권을 누렸다는 의혹을 묘서동처로 봤다.
 
교수들은 묘서동처를 올해의 사자성어로 선정한 이유를 “공직자가 위 아래, 혹은 민간과 짜고 공사 구분 없이 범법을 도모하는 현실을 올 한해 사회 곳곳에서 목도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올해의 사자성어 2위는 인곤마핍(人困馬乏..사람과 말이 모두 지쳐 피곤하다)이 꼽혔다. 코로나로 인해 나라도 온 국민도 피곤한 한해였다는 것이다.

3위는 이전투구(泥田鬪狗)로 내편 네편으로 갈려 온 나라가 물고 뜯으며 사납게 싸웠음을 상징한다.
 
작년의 사자성어는 아시타비(我是他非)로 모든 잘못은 남 탓으로 돌리고 비난 헐뜻는 싸움만 했다고 비판한 것. 조국 사태 등을 빗댄 내로남불 몰염치를 질타했었다.
 
밖으로 눈을 돌려 해외에선 어떤 말, 단어들이 세계인의 관심을 끌었는지 살펴보자.
메리엄 웹스터 사전은 올해의 단어로 백신(vaccine)을 선정했다. 눈에 보이지도 않는 세균이 지구촌 인류를 공포로 몰아넣은 코로나 사태 속에서 백신만큼 관심을 끈 말도 없었다.
 
웹스터사전 측은 “2021년은 백신의 의학적 의미뿐만 아니라 개인의 선택에 대한 논쟁, 정치적 연합, 의료 불평등 등 여러 논쟁의 중심에 있다”고 설명했다.
 
백신 백스 올해의 단어
 
영국 옥스퍼드 영어사전(OED)은 백신의 줄임말 백스(vax)를 올해의 단어로 선정했다.

작년말 영국을 시작으로 세계 각국이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백신 접종이 확산되면서 백신이 세계인의 삶에 갚숙하게 자리잡은 영향으로 풀이된다.
 
영국 사전 출판사 콜린스는 NFT(non-Fungible Token . 대체불가토큰)를 올해의 단어로 선정했다.

콜린스는 NFT를 “블록체인에 저장되는 디지털 인증서로 예술 작품이나 수집품 같은 자산의 소유권을 기록하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이어 NFT가 “코로나 상황에서 예술과 기술, 상업의 독특한 결합으로 만들어진 단어”라며 시대적 상황을 압축한다고 설명했다.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은 ‘올해의 인물’로 테슬라와 스페이스X의 최고경영자(CEO)인 일론 머스크를 선정했다.

타임측은 “머스크만큼 지구에서의 삶과 어쩌면 지구 바깥의 삶까지 비범한 영향을 준 사람은 없다”고 소개했다.
 
그가 운영하는 테슬라는 나스닥시장에서 시가총액 1조달러를 넘어섰다. 스페이스X는 우주선에 민간인만 태운 채 지구 궤도를 도는 우주관광을 성공시켰다.
 
타임이 선정한 ‘올해의 영웅’은 카탈린 카리코, 드루 와이스먼 등 코로나 백신 개발에 기여한 과학자들이다.

‘올해의 연예인’은 미국의 팝 스타 올리비아 로드리고. ‘올해의 선수’는 미국 체조선수 시몬 바일스. 바일스는 2016년 리우 올림픽에서 4관왕을 차지했지만 지난 여름 도쿄 올림픽에선 정신적 중압감을 호소하며 여러 종목에서 기권하기도 했다.
 
한국 말이 영어권에서도 관심을 끈 것은 어제 오늘이 아니다.
영국 옥스퍼드 영어사전에 한국에서 유래된 영어 표제어 26개가 올해 새로 등재됐다. 우리 말이 세계 최고 권위 영어사전에 실린 것은 1976년 김치(kimchi) 막걸리(makkoli)가 처음이었다.
 
한국말 대거 옥스퍼드 사전 등재
 
그후 45년간 20여개가 실렸는데, 올해 무려 26개의 단어가 한꺼번에 등재됐다.

치맥(chimaek) 먹방(mukbang) 언니(unni) 오빠(oppa) 한류(hallyu) 대박(daebak) 불고기(bulgogi) 피시방(PC bang) 스킨십(skinship) 김밥(kimbap) K-드라마(K-drama) 등등 다양하다.
 
이는 한국 드라마나 K –팝등이 세계적인 인기를 끌면서 한국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이루어지는 현상이다.

옥스퍼드 사전측은 공식 블로그에 ‘대박(Daebak)! OED가 K업데이트했다“는 글을 올렸다.

K팝 K드라마 K뷰티 등 한국을 뜻하는 K를 앞에 붙인 것들이 세계적인 인기를 얻으면서 한국 관련 단어가 대거 업데이트됐다는 설명이다.
 
그런가 하면 콩글리시(Konglsh)가 해외에서 화제가 됐다.

영국 일간신문 더타임스는 최근 영어 단어를 축약하거나 변용한 한국식 영어 표현, 이른바 콩글리시에 관한 기사를 실었다.
 
이 신문은 ’콩글리시는 당신의 베프가 아니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한국은 언어의 부패와 싸우고 있다. 그 원인은 콩글리시다‘라고 전했다.

당신의 베프(베스트 프렌드, 친한 친구)는 개그맨인가, 한국의 젊은이들이 이런 한국식 영어로 기성세대를 이해할 수없게 만들고있다고 지적했다.
 
오바이트, 아이쇼핑, 핸드폰, 오토바이, 웹툰, 스펙, 인싸 등을 소개하며 콩글리시가 한국에서 널리 쓰이는 것을 집중 조명했다. 이런 단어들은 한국에선 이제 젊은층을 넘어 기성세대들도 널리 사용중이다.
 
이래 저래 지난 한해는 말도 많았고, 사건도 많았다. 새해엔 5년간 나라를 맡아 운영할 지도자를 뽑는다.

이 과정에서 말도 많을 것이도 사건 사고도 엄청날 것이다. 내년 말에 교수님들이 선정할 사자성어는 밝고 명랑한 것이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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