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현채 주필
▲ 박현채 주필
여야 거대 양당 대통령 선거 후보들이 본인과 가족들의 잇단 비리 의혹 등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특히 후보들이 희망적인 비전 제시나 국정운영 철학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고 있어 내년 대선이 역대급 비호감 대선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점차 현실이 되어 가는 분위기다. 양당 후보들이 이처럼 죽을 쓰면 제3지대 대권 주자들이 반사이익을 얻을 만도 한데 그렇지도 않다. 그러다 보니 선거일이 가까워 지면서 부동층이 줄어드는 역대 대선과는 달리 오히려 부동층이 늘어나는 이례적인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한국갤럽이 머니투데이 의뢰로 지난 20~21일 전국 성인남녀 1001명을 상대로 '5자 가상대결' 지지도를 물은 여론조사에서 더불어민주당의 이재명과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 지지율은 2주 전 조사 때보다 이 후보는 3.4%p, 윤 후보는 1.2%포인트 하락했다. 그 대신 부동층이 증가했다. 또한 엠브레인퍼블릭ㆍ케이스탯리서치ㆍ 코리아리서치ㆍ 한국리서치 등 4곳이 지난 20일부터 사흘 동안 전국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도 두 후보 모두 지지율이 직전 조사때 보다도 하락했다. 역시 이 조사에서도 답변을 유보한 비율이 지난 조사때 보다 8%포인트나 높아졌다.
 
이 후보와 윤 후보는 모두 당내 비주류이지만 강한 추진력을 지닌 대통령을 원하는 진보와 보수 핵심 지지층의 성원에 힘입어 대선 후보로 선출됐다. 하지만 두 후보는 각각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과 ‘고발사주 의혹’ 혐의를 받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후보 가족들의 추문까지 연이어 터져 나오면서 궁지에 몰리고 있다. 국회의원을 경험하지 못했다는 것과 ‘스트롱 맨’이란 공통점을 갖고 있는 두 후보는 이젠 ‘역대급 비호감’이라는 점까지 공유하게 됐다.
 
두 후보는 공히 가족들의 비리 의혹에 고개 숙여 사과했다. 하지만 진정성이 없다는 평이 우세하다. 여야 정치권 스스로도 '억지로 한 사과', '선택적으로 한 사과'라고 서로 비판하고 있을 정도다. 그래서인지 대선이 2개월 여밖에 남지 않았는데도 두 후보 모두 지지율이 하락하면서 어느 한쪽이 확실한 우위를 점하지 못한채 접전을 벌이고 있다. 다만 연일 계속된 진영간 진흙탕 공방으로 네거티브 선거전이 이어지다 보니 정치 혐오증만 커지는 형국이다. 대선 후보들의 막말과 실언도 문제지만 거칠고 저주에 가까운 주변 인사들의 비방전이 역대급 비호감 대선을 부추기고 있다.
 
거대 양당 후보가 모두 비호감이면 제3지대 중요성이 커지면서 이들 후보가 반사이익을 얻는 것이 상례다. 역대 대선을 보더라도 정주영, 이인제, 정몽준 등 아웃사이더 들이 돌풍을 일으킨 적이 많았다. 그러나 이번에는 사뭇 다르다. 국민의당의 안철수와 정의당 심상정 등 제3지대 후보들이 나름대로 거대 양당의 행보에 비판의 목소리를 키워가며 대안을 제시하고 있지만 유권자의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다. 그야말로 찻잔 속의 태풍이다. 이는 이들의 정치 기반이 협소하고 여러 번 출마로 피로감이 쌓이고 참신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도 있지만 이번 대선 프레임이 '정권 재창출' 대 '정권 심판론'으로 형성되면서 진보와 보수 유권자가 진영 논리에 매몰된 결과로 분석된다.
 
모름지기 대선은 국가 비전을 두고 경쟁하는 레이스가 돼야 한다. 물론 도덕성이나 불법 행위에 대한 검증이 철저하게 이루어져 합당한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하는 일은 당연하다. 하지만 대선은 무엇보다도 진영 대결을 넘어서 미래 비전이 제시되고 미래 담론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내는 장이 돼야 한다. 그런 만큼 한 나라를 5년간 책임지겠다고 나선 후보들의 언행에는 국정운영 철학이 담겨있어야 하고 무엇보다 오락가락하지 않는 진정성과 신뢰성이 담보돼야 한다.
 
유감스럽게도 이제까지 대선 후보들이 내놓은 비전들은 국가의 백년대계 보다는 당장 눈앞의 표를 의식한 사탕발림식 정책들이 대부분이다. 고뇌에 찬 대안은 보이지 않고 원칙과 일관성이 없는 조변석개식 말장난만 난무하고 있다. 거짓말과 현란한 언사로 국민을 유혹하고 속일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정치철학이 빈곤한 후보가 시류를 타거나 권력욕만 앞세워 당선될 경우 국가의 미래는 없다. <투데이 코리아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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