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예서 어린이는 "이 세상 모든 아이들이 따뜻한 집에서 즐거운 성탄절을 보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사진=류마리아 제공
▲ 사진 속 권예서 어린이는 "이 세상 모든 아이들이 따뜻한 집에서 즐거운 성탄절을 보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사진=류마리아 제공
투데이코리아=김찬주 기자 | 기술과 과학 그리고 문명의 발달로 현대 사회는 점차 풍족해지면서 우리는 환하게 빛나는 빌딩 숲의 화려함 속에 있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잘 곳이 없고, 먹을 것조차 없어 범죄와 돌이킬 수 없는 길로 향하는 아이들이 있다.
 
언론과 미디어 등에서 촉법소년과 소년법의 문제와 한계를 논하고 있지만, 정작 별 다른 방법 없이 범죄에 노출될 수밖에 없도록 아이들이 처한 상황은 그 누구도 언급하지 않는다. 아이들은 왜 범죄를 저지를 수밖에 없을까.
 
기고를 하면서 필자가 만난 아이들 중 한 아이의 사례는 다음과 같다. 거리에서 떠돌다 씨앗티움(의지할 곳 없는 사람들에게 ‘찾아 간다’라는 의미로 10년 전 만들어진 자선공동체)을 통해 보호를 받고 있는 11살 김현수(가명)씨는 이른바 ‘미싱(Missing)’이다.
 
미싱이란 영문 뜻 그대로 잃어버린, 존재하지 않는 아이란 뜻이다. 일본 애니메이션 포켓몬스터를 본 딴 게임에서 개발 중 삭제된 포켓몬이 원인불명의 오류로 게임상에 등장해 이를 ‘미싱노(Missing number)’라고 부르는 것에서 착안해 아이들이 스스로를 부르는 표현이다.
 
현수씨의 친모는 그를 낳은 뒤 남편에게 몰래 버리고 떠났다. 출생신고도 없었다. 그렇게 현수씨는 ‘미싱’이 됐다. 위에서 언급한 게임으로 현수씨를 빗대면 그는 ‘원인불명의 오류로 등장한 캐릭터’가 된 것이다. 그런 상황 속에서 현수씨의 아버지는 책임감을 갖고 아이를 키우기로 했다.
 
현수씨에게 아버지는 자신을 버린 엄마의 몫까지 노력하는 자상한 사람이었다. 그런데 일터로 나간 현수씨의 아버지가 사고로 사망했다. 아버지 명의의 전셋집이 있었지만 현수씨가 출생신고가 되어있지 않다는 이유로 상속조차 받을 수 없었다.
 
현재 대한민국 법률상 출생신고는 친모(親母)만 가능하다. 미혼모는 자신이 낳은 아이를 자유롭게 출생신고할 수 있지만, 미혼부는 원칙적으로 신고 자격이 없다.
 
유전자 검사 결과를 거쳐 친부임을 증명해도 ‘아이 어머니 이름이나 등록 기준지, 주민등록번호를 알 수 없는 경우’에만 법원의 확인을 거쳐 신고가 가능하다. 이렇게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아이는 서류상에서 ‘세상에 태어난 적 없는 아이’가 된다.
 
현수씨 아버지의 먼 친척은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현수씨를 밖으로 내몰고 전세금을 편취했다. 현수씨는 어렸고 현행법상 신고를 할 수도, 자신의 권리를 주장할 방법도 몰랐던 상황이었다.
 
그렇게 친척들은 현수씨를 거리로 내 몰았고, 이후 씨앗티움이 전후 사정을 묻자 그들은 “우리들의 개인사, 어른들의 사정”이라고 딱 잘라 말했다. 경찰도 변호사도 대한민국 현행법상 도움을 주기 어렵다고 했다.
 
우리나라에는 아직 현수씨와 같은 아이들이 많다. 그럼에도 아이들 스스로 권리를 장전하거나, 심지어 세상에 태어났지만 ‘존재하지 않는 유령 인간’이 되기도 한다. 스스로 돈을 벌기도 어렵다. 근로기준법 제 64조에 따르면 아이들은 근로권익을 보장받게 돼있지만, 정작 아이들은 복지 사각지대에 놓여 살기 위해 범죄를 저지르는 아이러니가 생긴다.
 
날씨는 춥지만, 사랑하는 가족, 지인, 연인과 함께 맞이하는 따뜻한 크리스마스가 찾아왔다. 마음은 설레고, 입가엔 미소가 떠있다. 하지만 누군가에겐 행복한 크리스마스가 어떤 아이들에겐 그저 ‘추운 날’ ‘외로운 날’로 잔인하게 다가온다.
 
“세상은 더 정의로워져야 한다.” 요즘 전 세계에서 큰 파장을 불러일으킨 넷플릭스 한국 드라마 ‘지옥’에서 나오는 대사다. 어른들의 이기주의, 방임 그리고 무책임으로 거리에 내몰린 아이들의 아픔을 품을 수 있는 세상, 더 정의로워질 세상을 바라는 것은 비단 필자의 마음일 뿐일까.
 
류현진 씨앗티움 자선공동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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