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계 "정책 실효성 등 따져볼 필요 있다"

▲ 임실군에서 황도 복숭아를 수확하고 있는 농민. 기사 내용과 관련 없는 사진. 사진=뉴시스
▲ 임실군에서 황도 복숭아를 수확하고 있는 농민. 기사 내용과 관련 없는 사진. 사진=뉴시스
투데이코리아=박수연 기자 | 2021년 농업계 주요 정책은 농가 경영난 대응과 자유무역협정에 집중한 해였다.

특히 자유무역협정인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와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체결로 인한 농촌 개방은 농민들을 위협했지만 정부 대응은 부진했고, 코로나19도 여전한 위험 요소였다.

또한 이상기후로 인한 농산물 병충해 피해는 농가 경영을 위협했다.
 
▲ 전국농민회총연맹을 비롯한 농민의길 소속 농민단체 회원들이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농업분야의 희생을 전제로 한 CPTPP가입 논의 중단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전국농민회총연맹을 비롯한 농민의길 소속 농민단체 회원들이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농업분야의 희생을 전제로 한 CPTPP가입 논의 중단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자유무역협정 본격 추진...농업계는 ‘우려’
 
농업계 한 관계자는 이러한 정책과 관련해 자유무역협정을 우선적으로 꼽으며 “CPTPP 가입국 중 이미 10개국과 FTA를 체결한 데다 후발주자인 우리나라는 이전보다 높은 수준의 농산물 추가 개방이 불가피하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표했다.
 
CPTPP는 일본, 멕시코, 싱가포르, 캐나다, 호주 등 11개국이 결성한 자유무역협정으로, 높은 수준의 농신물 시장 개방을 요구하지만 정부는 가입추진을 본격 개시 한 바 있다.

또한 지난달 2일 국회 본회의에서 세계 최대 자유무역협정으로 일컬어지는 RCEP 비준동의안이 심의·의결하면서 농가내 우려의 목소리는 더욱 커지고 있다.
 
농업계 관계자는 이러한 우려의 목소리와 함께 동식물위생·검역(SPS)에 대해 언급하며 “수입 허용 여부 평가 단위를 더욱 세분화하고 있기에 그동안 병해충, 가축 질병 등을 이유로 수입을 규제해 온 과실 및 신선 축산물의 국내 시장 진출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상대적으로 가격 경쟁력이 높은 수입 농수산물의 증가는 장기적으로 농업 생산기반 붕괴로도 이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자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CPTPP 가입을 본격 추진하고자 다양한 이해관계자 등과의 사회적 논의를 바탕으로 관련 절차를 개시하기로 했다”며 “가입에 따른 무역 증진 효과가 기대되지만 민감 분야에 대한 피해가 나타날 수 있다”고 해명했다.
 
이어 “농수산물 등 민감 분야 품목에 대해서는 정부가 국익을 최대한 확보하는 범위에서 협상이 이뤄져야 할 것 같고 피해 보는 범위는 정부가 지원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홍 부총리의 말과는 달리 정부는 아직 뚜렷한 지원책 및 대응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본지의 ‘농축수산 업계 종사자들과 지원책에 대해 논의한 바가 있는지’에 대한 질의에 “관계부처와 협의 중인 사안”이라고 답하며 “구체적으로 말하기는 어렵다”고 즉답을 회피했다.
 
그는 “지난 13일 기획재정부에서는 간담회에 착수해 업계 관련 종사자들의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밝힌 바는 있다”고 언급했지만 농수축산업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진행하거나 의견을 수렴할 수 있는 자리 마련은 아직인 것으로 확인됐다. 

◇ 코로나19 확산에 인건비‧운임비↑...경영난 악화

이러한 자유무역협정 추진에 앞서 농가는 코로나19 여파로 인한 인건비, 운임비 상승 문제도 함께 앓고 있다. 

파주에서 밭농사를 짓는 A씨는 ‘현재 농사를 짓는데 가장 어려운 점이 무엇이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인건비가 가장 큰 문제”라고 꼽았다.

그는 “코로나19 전에는 수확철 인력사무소에 많게는 100명까지의 근로자들이 대기하고 있었다”면서 “지금은 제일 많아봐야 15명 안팎밖에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어 “외국인 근로자들이 많은 비중을 차지했는데 코로나 때문에 입국도 어렵고 비자가 허락한 체류 기간이 끝나면 이마저도 다 돌아가야 하기 때문에 일손이 없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수확철 인력난이 심해지자 코로나 시국 전 평균 7만원이었던 인력비는 11~15만원까지 상승하기도 했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요소수 수급난에 운임비까지 크게 상승하면서 김장철 배추 출하량은  전년 대비 14.1%까지 감소하기도 했다.
 
▲ 전북 김제 스마트팜 혁신밸리 조감도. 사진=뉴시스
▲ 전북 김제 스마트팜 혁신밸리 조감도. 사진=뉴시스
◇ 스마트팜 확산‧청년농 육성 “더 실질적인 정책 기반 필요해”
 
이러한 농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스마트팜’ 확산과 ‘청년농업인 육성’에 방점을 찍고 정책을 펼치고 있다.

농식품부는 오는 2022년까지 청년농 1만명 육성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지난달 29일 전북도 김제에 스마트팜 혁신밸리를 준공하기도 했다.

스마트팜 혁신밸리에 포함된 청년창업보육센터는 귀농 청년들이 농업·농촌에 정착할 수 있도록 20개월 동안 농업 이론과 실습교육을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정책에 대해 농업계 관계자들은 “정책을 실시하기에 앞서 실효성 등을 따져볼 필요가 있다"는 조심스런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청년농업인 김 씨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청년농업인을 육성하겠다는 정책의 취지는 알겠지만 실질적으로 연고도 없는 청년들이 농촌에 들어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라며 “당장 안정적으로 거주할 곳을 찾는 것이 어려웠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특히 도시처럼 원룸이나 연립주택이 많지 않기 때문에 농사 하나만 보고 농촌으로 들어오는 것은 무모하게 보일 수 도 있다”며 “정부가 청년농업인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청년농업인이 농촌에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거주 공간을 마련하는 등 실질적인 정책이 기반이 되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청년농업인 윤 씨도 “농사를 짓기 위한 자동 온도 조절 온실을 준공하는데만 억 단위의 돈이 들었다”며 “무작정 청년농업인을 농촌으로 유입시키겠다는 정책보다는 실질적으로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 정책 기반을 만드는 것이 우선인 것 같다”고 조심스레 견해를 밝혔다.
 
그는 “영농 경험이 없는 청년농업인들이 대출을 받아 농사를 짓기 시작했을 때 농사에 실패할 확률도 많고 자신이 농사와 맞지 않다는 것을 나중에서야 알게 되는 경우도 있다”며 “이런 경우 빚더미에 앉는 것 밖에 되지 않는다”고 우려를 표했다.
 
윤씨는 “농사를 짓기 전 청년농업인 영농 교육과 훈련이 체계적으로 뒷받침되어야 할 것”이라며 “‘청년 농업인 1만 명 육성’과 수치에 집중한 정책이 아닌 실제 농사를 짓고 있는 청년들의 소리에 귀 기울여 효과적인 정책을 수립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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