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태문 취재국장
▲ 김태문 취재국장
오는 27일 ‘중대재해처벌법(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시행을 앞두고 산업계가 ‘비상’이 걸렸다. 인명 사고 시 사업주와 경영책임자의 처벌을 강화한 법 시행이 카운트다운에 들어가자 기업들이 잔뜩 움츠린 모습이다. 특히 위험 물질을 다루는 반도체·화학 기업들과 중장비와 고소(높은 곳) 작업 등이 많은 건설사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자칫 오너가 구속될 경우 경영이 안갯속으로 빠져들 수도 있기 때문이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산업 현장에서 근로자가 숨지거나 크게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안전 조치 의무를 위반한 사업주나 경영책임자를 형사 처벌하는 것이다. 사망 사고가 발생하면 경영책임자에게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 벌금을 부과할 수 있다. 50인 이상 사업장에는 오는 27일부터 적용되고, 50인 미만 사업장은 2024년부터 적용될 예정이다. 중견·중소 기업들 차원에서는 근로자 사망 사고가 발생하면 사실상 ‘문 닫을 각오를 하라’는 의미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물론 산재 사고를 막기 위해서는 기업들의 안전 투자 확대 등의 노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정부 차원에서는 처벌을 강화해 기업으로 하여금 ‘안전 투자는 비용이 아닌 투자’라는 인식이 확산하도록 해야 할 필요성도 있다. 그동안 산업 현장에서 잊을 만하면 터져 나오는 근로자 사망 사고에도, 기업들은 실적 운운하는 것을 보면 인명을 다루는 법은 아무리 강화해도 지나치지 않는다는 생각마저 들게 한다.
 
하지만 산업 현장에서는 ‘중대재해처벌법’이 너무 포괄적이고, 처벌 또한 과도해 책임주의 원칙이나 과잉금지원칙 등 위반 소지가 크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산업 현장의 재해를 무조건 기업과 사업주의 책임으로만 돌릴 수도 없다. 미국 산업 안전의 선구자로 불리는 허버트 윌리엄 하인리히의 ‘하인리히 도미노 이론’에 따르면, 산업 재해가 발생하는 원인은 ‘불안전한 상태와 작업자의 행동’ 때문이다. 산재의 88%는 사람의 불안전 행동 때문에 발생하고, 10%는 불안전한 기계적·신체적 상태 때문에 일어난다는 것이다. 나머지 2%는 아무리 노력해도 막을 수 없는 이유 때문에 발생한다는 ‘2:10:88의 법칙’이다. 산재 예방을 위해서는 기업뿐 아니라 근로자들의 안전 의식도 제고 해야 하는 이유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앞두고 그나마 대기업은 안전 비용을 늘릴 여지가 있고, 산재 사고가 발생하더라도 보상 등 산재 사고에 대한 충분한 대응이 가능하다. 그러나 안전 관련 인력을 뽑거나 기술 등에 투자할 여력이 없는 중견·중소 기업들은 사실상 손을 놓고 있는 실정이다.
 
무엇보다 기업들은 중대재해처벌법을 대비해 오너들의 처벌을 피하기 위해 이른바 ‘바지 사장’을 내세울 수도 있다. 법이 모호한데다 사전에 이를 충분히 파악하고 관련 조직을 통해 대비할 역량이 없었던 중소기업은 사후약방문식으로 현장의 안전 강화가 아닌, ‘오너의 처벌만 피하는 방법’만 강구할 공산이 크다. 자칫 기업들이 안전·보건 전담 조직을 만든다는 구실로 신규 채용을 꺼리는 역효과도 우려된다. 위험이 따르는 업무라면 신입 직원보다는 경험이 많은 기존 직원이 수행하는 게 산재 사고의 위험도 적을 것이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앞두고 기업들은 ‘교도소 담장 위를 걷는 심정’일 것이다. 처벌만 대폭 강화하는 게 능사는 아니다. 중대재해처벌법의 보완이 필요하다. 
투데이코리아는 언제나 독자 여러분들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투데이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