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 재개가 대세, 기업들 준비 나서

▲ 김성기 부회장
▲ 김성기 부회장
문재인 정권이 고집스럽게 움켜잡았던 탈(脫)원전 정책이 사실상 해체 수순에 접어들었다. 유력한 여야 대선 후보들이 모두 감(減)원전 나아가 복(復)원전을 선언, 에너지 정책 전환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지난해 12월 토론회에서 문 정권의 탈원전 정책에 따라 중단된 경북 울진의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기존 원전을 조기 폐쇄하고 신규 건설을 중단하려는 탈원전 대신 이미 가동하고 있거나 건설에 들어간 원전을 지어 가동연한까지 사용하며 재생에너지 비중을 높여가겠다는 감원전 구상이다. 몇 달 임기가 남은 정부를 향해 정면으로 정책 폐기를 요구하지는 않았으나 탄소중립 목표를 추진하기 위해 상당 기간 원전 유지가 불가피하다는 주장을 제시했다.
 
비슷한 시기 울진 건설 현장을 방문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신한울 3·4호기 공사 중단은 국가범죄”라면서 “집권하면 탈원전 정책을 폐기해 원전 발전 비율을 30%대로 유지하겠다”고 말했다. 이른바 복원전이다. 그는 소형모듈원전(SMR) 개발을 포함한 원자력발전 공약과 함께 한미원자력 동맹 강화와 원전수출을 통한 일자리 10만개 창출 구상을 밝혔다. 과학기술 대통령을 자임하는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대전의 한국원자력학회 방문에서 원전 없는 탄소중립은 허구라고 맹폭했다. 그는 “교통사고 난다고 자동차를 없애야 하느냐”고 탈원전을 꼬집었다.
 
탈원전은 이를 대체할 신재생에너지 기반 확충에 필요한 막대한 비용과 산업 경쟁력 저하, 환경파괴 등 부작용으로 인해 현 정권 임기 내내 물의를 빚어 여론의 반발을 샀고 이미 정책 수명을 다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원전의 발전 비율을 줄이려면 태양광이나 태양열, 풍력, 해양, 바이오 등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높여야 하는데 아직 기술발전 수준이 미흡해 투자에 비해 성과는 미미한 편이다. 정부의 신재생에너지 구상에 따르면 2019년 5.6%인 비율을 2034년 25.8%로 높인다는 목표다.
 
환경부는 지난해 말 탄소중립 실현에 필요한 기술·산업과 과도기에 요구되는 기술들을 망라한 한국형 녹색분류체계(택소노미) 지침서를 공개했다. 앞으로 8개월간 산업계와 전문가, 시민사회 의견 수렴을 거쳐 보완한다는 방침인데 온실가스 배출량이 미미한 원전을 친환경 녹색에너지에서 제외해 임기 말 정권이 끝까지 대못을 박으려 한다는 논란을 낳았다. 녹색분류체계는 온실가스감축을 위한 탄소중립과 환경개선에 필수적인 녹색경제활동, 과도기적인 전환 부문 등을 담고 있다. 환경부는 일산화탄소와 질소화합물 등 오염물질을 다량 배출하는 LNG(액화천연가스)발전을 녹색에너지로 분류하면서도 탄소배출이 LNG 대비 40분의 1에 불과한 원전을 제외함으로써 정권의 입맛에 따라 지침서를 만든 게 아니냐는 지적을 받았다. 반면 유럽연합(EU)은 분류체계 초안에 원전을 포함시키고 회원국과 전문가 검토를 거쳐 곧 최종 결정을 내리기로 했다.
 
전력 1㎾h를 생산하는데 원전은 온실가스 12g을 배출해 풍력발전과 비슷한 수준이지만 LNG발전은 원전의 40배가 넘는 490g을 배출한다. 탈원전을 추진하면서 2034년까지 석탄발전소 30기를 폐기하고 태양광과 풍력발전을 늘리되 변동성이 큰 재생에너지의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LNG발전에 의존하겠다는 게 정부 구상이다. 문 정권 초기 탈원전에 앞장섰다가 뒤늦게 입장을 바꾼 한국수력원자력은 환경부에 “원전은 탄소중립과 환경보전에 유리한 초저탄소 전원”이라는 의견을 냈다. 최근 국민의힘 김도읍 의원에게 제출한 다른 의견서에서 “우리나라 원전은 지난 40년간 사고 한 차례 없이 충분히 안전하게 운영됐다”며 “2050년 탄소중립을 실천하려면 원전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산업계는 설비투자에 막대한 자금이 필요한 원전 건설 재개에 국민연금 등 기금과 금융권을 통한 조달이 가능하도록 원전을 녹색에너지로 분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대선이 다가오면서 유력 후보들의 캠프에서 수정된 에너지 정책을 다듬고 있다. 한국전력과 한수원의 입장 변화와 함께 민간기업들도 원전 사업 복원을 위한 준비에 나섰다. 정권이 나서 대못질까지 하면서 원전 복원을 막으려고 장애물을 쌓아도 에너지 정책의 큰 흐름을 막을 수 없다. 현재의 과학기술 수준에서 탄소중립을 효과적으로 추진하려면 원전 복원이 대세다. 원전이 최선이라서가 아니라 신재생에너지 발전이 경쟁력 있는 상업성을 확보하는 궤도에 이르기까지 꼭 필요한 수단이기 때문이다.
 
독일은 재생에너지에 기대를 걸고 탈원전을 추진해왔으나 가정과 기업의 전기요금 부담이 커지면서 내부 반발이 거세다. 친원전을 표방한 프랑스가 최근 경쟁력에서 우위에 올라 독일 등 탈원전 표방 국가들을 압박하는 형세다. 아직 과학기술의 기반이 좁고 원천기술이 부족한 한국은 산업 경쟁력 확보에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필수다. 지도자의 오판과 막연한 공포심에 기반한 그릇된 정책을 서둘러 바로잡아야 한다. 원전 복원은 임기 말 정권의 대못박기 식 오기로 제지될 수 없다. 풍력과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분야는 공공과 민간 부문에서 신기술 개발에 투자를 늘리고 약점으로 꼽히는발전 효율을 높여 점차 늘려가는 장기 구상이 요망된다. <투데이코리아 부회장>

필자 약력
△전)국민일보 발행인 겸 대표이사
△전)한국신문협회 이사
△전)한국신문상 심사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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