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성민 기자
▲ 김성민 기자
조주빈이 활약했던 텔레그램은 국내 법인이 없다는 이유로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 소위 'n번방 방지법(전기통신사업법·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이 지난달 10일부터 시행됐다. 익명성이 보장된 텔레그램은 전형적인 ‘법꾸라지’ 행태를 보이며 여전히 마약 거래, 성매매 등을 일삼는 사이버 범죄자들로 북적인다.
 
실제로 광주고법 전주재판부 제1형사부(부장판사 김성주)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25일 텔레그램을 통해 마약을 2차례 매매, 6차례 매수한 30대에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했다.
 
n번방 성착취물 제작 및 유포 사건의 국민적 분노를 잠재우기 위한 ‘공갈젖’은 아닐진대 한 커뮤니티로부터 “카카오톡에서 '고양이 동영상'도 검열에 걸려 공유할 수 없다”는 문제가 제기되자 사전검열 논란으로 불씨가 옮겨갔다.
 
정부는 개정안을 통해 애꿎은 카카오톡 오픈 채팅을 규제하고 나섰다. 지난해 12월 카카오톡과 같은 사업자가 불법 촬영물에 대해 사전 필터링 조치를 의무화하도록 했다. 이에 대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모든 자유에는 한계가 있다"며 찬성 입장을 밝혔고, 윤석열 국민의 힘 후보는 "선량한 시민에게 '검열의 공포'를 안겨준다"며 관심 끌기에 나섰다. 정작, 텔레그램을 검열할 수 없는 난제에 대해 팔짱 낀 채 말이다.
 
물론, 사적인 단체 카톡방 등에서도 지인들끼리 음란물을 공유하면 해당 파일을 전송한 대화 맥락, 제3자유포가능성 등 전후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고 판단하여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44조의 7 및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3조 위반으로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게임 유저들의 정보공유 및 채팅 용도로 사용됐던 디스코드의 경우 ‘야동’ 등 자극적인 태그가 붙은 서버를 검색할 수 있어 문제가 제기됐음에도 규제 대상에서 제외됐다. 일각에선 디스코드를 통해 텔레그램으로 이용자들을 유도해 암호화폐로 마약 거래가 이뤄진다는 주장도 나왔다.

방송통신위원회는 텔레그램, 카카오톡 등 사적 대화방은 통신의 자유와 사생활을 보호하기 위해 적용 대상에서 제외됐다고 설명했다. 반면, IT전문가들은 텔레그램, 디스코드에서 이뤄지는 사이버 범죄 수사는 정책적 지원과 예산이 뒷받침된다면 충분히 가능하지만, 진정으로 잡을 의지가 있느냐의 문제라고 해석했다.
 
그간 미국·러시아·이란은 국가기밀 유출, 네오나치 선전물 공유 등에 활용되는 텔레그램에 퇴출을 요구했다. 하지만 ‘데이터, 네트워크, 인공지능 등의 지능정보기술을 기반으로 일어나고 있는 4차 산업혁명 관련 과제를 심의・조정하고 관련 혁신을 촉진하기 위해 만들어졌다’는 문재인 대통령 직속 4차 산업혁명 위원회는 유독 조용하다. 정치권에서 개정안의 문제점을 놓고 다투는 동안 법망을 비껴간 텔레그램, 디스코드를 홍보해 준 모양새가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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