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코리아=김찬주 기자 | 현 정부 출범 이후 ‘갈등’ ‘분열’이란 단어를 자주 접한다. 대표적으로 ‘남녀갈등’ ‘세대갈등’ 코로나19 백신으로 인한 ‘국민분열’ 등이다. 갈등과 분열은 청년 세대들에게 주요 논쟁거리다. 특히, 여당이나 야당이나 젠더갈등 문제로 저들끼리 맞다, 틀리다며 언성을 높이는 싸움을 보고 있자면 눈살이 찌푸려진다는 게 청년들의 말이다.
 
▲ 사진=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왼쪽)의 페이스북 글과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의 페이스북 글 캡처.
▲ 사진=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왼쪽)의 페이스북 글과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의 페이스북 글 캡처.

최근 정치권에서는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방아쇠를 당긴 ‘여성가족부 폐지’ 주장이 화두다. 윤 후보는 지난 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같이 올리고 구체적인 설명을 달진 않았지만, 많은 사람들이 폭발적 호응을 보이고 있다. 10일 오후 7시30분 기준 윤 후보의 글에는 3만5000여명이 공감표시를, 댓글도 1만1000개를 넘었다.
 
윤 후보의 여가부 폐지 주장에 화력을 더한 이는 장예찬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 청년본부장이었다. 장 본부장은 10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여가부가 사실상 남성혐오부로 작용하고 있다”며 “(여가부를) 한번 깔끔하게 박살을 내놓고 제로 베이스(처음)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다소 강한 수위의 주장을 펼쳤다.
 
이에 여가부 강화를 주장하는 정의당은 윤 후보의 선대본을 향해 남녀갈등을 조장하는 정치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같은 날 오승재 정의당 선대위 대변인은 “연일 여가부 폐지를 주장하며 젠더갈등과 국민 분열을 조장하는 정치를 일삼고 있다”며“국민의힘과 윤 후보는 젠더갈등과 국민 분열을 조장하는 정치를 멈춰야한다”고 강조했다.
 
청년들의 생각은 어떨까. 20대 남성 직장인 송모씨는 “일부 극단적인 사람을 제외하면 대부분은 여성을 무시하지도 혐오하지도 않고 젠더갈등도 관심 밖이고, 그러고 싶지도 않다”면서도 “여성에 대한 정책은 반드시 필요하지만, 여가부가 무슨 일을 해왔는지 모르겠고 정치인들은 저들끼리 싸우지만, 사실 여가부가 있건 없건 달라지는 건 없을 것 같다”고 했다.
 
▲ 2020년 당시 이정옥 여성가족부 장관은 11월5일 국회 예결위 종합정책질의에 출석해 ‘성인지 관점에서 838억원의 선거비용이 피해 여성에게 미칠 영향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있느냐’는 윤주경 국민의힘 의원 질의에 “전 국민의 성인지 감수성에 대한 집단 학습기회”라고 답변해 논란을 일으켰다. 사진=국회사진기자단
▲ 2020년 당시 이정옥 여성가족부 장관은 11월5일 국회 예결위 종합정책질의에 출석해 ‘성인지 관점에서 838억원의 선거비용이 피해 여성에게 미칠 영향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있느냐’는 윤주경 국민의힘 의원 질의에 “전 국민의 성인지 감수성에 대한 집단 학습기회”라고 답변해 논란을 일으켰다. 사진=국회사진기자단
20대 여성 직장인 이모씨는 “예전 몇 지자체장들의 성추행 사건 당시 여가부장관이 ‘국민이 성인지 감수성에 대해 집단학습을 할 기회’라고 말한 것이 기억난다”며 “그때 여가부는 여성을 앞세워 자기편 사람들을 옹호하는 집단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지금은 여가부가 폐지된들 여성들이 무슨 영향을 받을 것 같진 않다”고 주장했다. 논란이 일자 발언 당사자인 이정옥 여가부 장관은 “적절하지 못한 발언으로 심려를 끼쳐드려 매우 송구스럽다”고 했다.
 
또 다른 30대 초반의 한 커플은 “상대방이 나에게 직접적인 피해를 입히거나 눈살을 찌푸리도록 하는 행동을 하더라도 ‘여자라서, 남자라서’와 같은 생각을 하지 않고 그저 ‘저 사람의 인성과 태도의 문제’라는 정도로 생각할 뿐”이라며 “다만, 젠더갈등을 떠나 여가부가 폐지되면 그동안 여가부로부터 복지혜택을 받은 이들이 걱정되긴 한다”고 말했다.
 
◇ 여가부, 젠더갈등 해결사 역할은 ‘그다지’…호감도도 하락세
 
실제로 여가부에 대한 국민의 평가는 낮았다. 여가부가 지난해 11월17일~22일 여론조사 기관 마크로밀엠브레인에 의뢰해 전국 만 16∼59세 남녀 1200명을 대상으로 ‘2021년도 여가부 주요 정책 인식’을 조사한 결과, 여가부에 대한 호감도와 정책 전반에 대한 공감도는 전반적으로 40점대의 낮은 수준에 머물렀다. 호감도와 공감도, 인지도는 1∼5점 척도(전혀 그렇지 않다∼매우 그렇다)로 점수를 매긴 뒤 100점 만점 평균값으로 환산한 것이다.
 
구체적으로 보면, 여가부에 대한 호감도는 43.4점으로 전년(46.4점)보다 3점 하락했다. 여가부 정책에 대한 인지도는 53.3점으로 전년(53.1점)과 비슷한 수준이었으나, 정책에 대한 공감도는 44.3점으로 전년(46.7점)보다 2.4점 낮아졌다.
 
여가부의 주요 정책별 인지도의 경우, 성범죄자 신상정보 공개제도에 대한 인지도가 67.3점으로 가장 높았고, 일·생활 균형 촉진(43.8점)에 대한 인지도는 낮게 나타났다. 이어 ‘성평등 정책 및 문화 확산에 대한 정책’ 공감도도 47.9점으로 낮았다.
 
▲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여성가족부. 사진=뉴시스
▲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여성가족부. 사진=뉴시스
여가부 정책 중 지난해 정부가 중점적으로 추진해 가장 달라지고 있다고 체감하는 정책을 꼽아달라는 질문에는 1위가 ‘아이돌봄 서비스(35.5%)’를 꼽았고, 성범죄자 신상정보공개 제도(34.2%), 디지털성범죄 근절(28.5%) 순이었다. 조사는 결과적으로 여가부가 남녀갈등 양상 가운데 성평등 개선에 관여하는 바가 실제로는 그리 크지 않다는 것을 나타내고 있다.
 
국민의힘 선대본 청년본부 소속 청년관계자는 통화에서 “여가부 폐지 주장은 여성에 대한 정책을 없애겠다는 뜻이 아니라 여가부를 복지부에 통폐합해 중첩된 기능을 한쪽으로 단일화하고, 성별을 나누지 않고, 복지가 필요한 곳에 집중시키겠다는 의미”라며 “젠더갈등은 오히려 상대 진영에서 프레임을 씌우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여가부 폐지에 대한 윤 후보의 입장과 정책에 대한 방향성은 다음에 있을 주요 대선후보 TV토론회에서 보다 구체적으로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9일 여가부로부터 ‘2021년도 여가부 주요 정책 인식조사’를 제출받은 뒤 “아무리 좋은 정책도 신뢰가 무너지고 국민 공감이 없다면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신뢰 회복을 위한 각고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사회학과 교수는 “여가부 존재유무를 떠나 남녀갈등의 해결은 기본적으로 인간존중, 차이에 대한 인정, 협력과 상생의 관계라는 점을 개인이 인식하는데서 출발하지 누가 의도적으로 봉합할 수 없는 문제”라며 “‘당신이 젠더갈등을 조장한다’면서 싸우는 모습을 보이는 정치인들이 오히려 남녀갈등 불씨에 기름을 붓는 격”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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