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현채 주필
▲ 박현채 주필
화이자가 개발한 코로나19 먹는 치료제의 처방과 투약이 14일 시작됐다. 화이자의 경구용 알약 '팍스로비드'는 전날 초도물량 2만1천 명분이 국내에 도착했다. 이에 따라 코로나19를 퇴치하기 위한 강력한 무기가 하나 더 생겼다. 코로나19 대응이 백신 접종을 통한 예방과 치료제 투여를 통한 완치라는 양대 축으로 재편됐다.
 
코로나19와의 전쟁은 끝이 보이지 않는다. 대유행이 시작된 지 만 2년이 지났건만 잇단 새로운 변이 바이러스 등장으로 세계가 여전히 사투를 이어가고 있다. 그래도 예방 백신에 이어 이번에 먹는 치료제까지 등장, 일말의 희망이 보이기 시작했다.
 
정부는 당초 먹는 치료제가 2월에나 들어올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도입이 한 달가량 앞당겨졌다. 이젠 확진자의 감염 확산을 늦추고,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에 대한 대응도 한층 쉬워질 질 것으로 기대된다.
 
정부는 이번에 도입된 물량을 전국 전담 약국 280개 소와 91개 생활치료센터에 신속 배정했다. 이 약은 재택치료자 및 생활치료센터 입소자 중 증상 발현 후 5일이 안된 65세 이상 고령자와 면역저하자들을 대상으로 우선 처방된다.
 
팍스로비드는 18세 이상 대상 임상시험에서 증상 발현 3일 이내에 이 약을 먹었을 때 입원과 사망 위험이 88% 낮아지는 것으로 밝혀졌다. 효능이 탁월할 뿐만 아니라 주사형 치료제에 비해 보관과 사용이 훨씬 편하다는 이점을 지니고 있다. 주사제인 렉키로나주는 병원에서 60분간 정맥주사를 맞아야 하나 팍스로비드는 환자 스스로 먹기만 하면 된다. 그래서 코로나 팬데믹을 끝낼 ‘게임 체인저’로 불린다.
 
다만 하루 2회 5일간 복용해야 하는 이 약은 5일치 약값이 70만 원 안팎으로 비싼 게 흠이다. 게다가 물량이 한정돼 있다. 정부가 화이자와 계약한 총 76만2000명분 가운데 처음으로 이번에 들어온 물량은 2만1000명분에 불과하다. 하루 1000명씩 3주치 밖에 안 된다.
 
면역 취약계층에 지급하기엔 충분하다지만 전염성이 강한 오미크론 변이가 폭발하면 상황은 달라진다. 3월이 되면 국내 하루 평균 확진자 수가 2만명, 중환자 수가 2000명 이상에 달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것이 현실화하면 이 물량으로는 대응이 불가능하다.
 
무엇보다도 물량을 적기에 충분히 확보하는 일이 중요하다. 그러나 국가간 확보 경쟁이 치열하다. 미국은 1천만 명분, 영국은 275만 명분, 일본은 200만 명분의 팍스로비드를 이미 확보한 상태라고 한다. 계약을 체결했더라도 원자재 부족이나 유통망 이상 등으로 공급에 차질이 빚어질 수도 있다. 백신 확보에 뒤처져 우왕좌왕한 일이 먹는 치료제에서도 되풀이되어선 안 되겠다.
 
치료제의 부작용을 차단하는데도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모든 약이 그렇듯이 팍스로비드도 부작용이 우려된다. 더구나 부랴부랴 내놓은 관계로 아직까지 보고되지 않은 부작용이 나올 수도 있다. 팍스로비드는 임상시험에서 미각 이상이나 설사, 혈압 상승, 근육통 등 경미한 부작용이 주로 보고됐다. 하지만 동네 의원에서 뚝딱 처방할 수 있는 약물이 아니다. 아미오다론(부정맥), 에르고타민(편두통), 트리아졸람(불면증), 피록시캄(류마티스 관절염) 등 28개 성분이 들어있는 의약품과 병용해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이 중 23개는 국내에서 허가된 의약품 성분이다. 특히 65세 이상 고령층은 대부분 고지혈증이나 당뇨, 고혈압 등 만성 기저질환을 앓고 있어 복용 중인 약물과 부정적 상호작용이 발생할 수 있는지 잘 살펴야 한다.
 
먹는 치료제를 만능으로 여겨선 안 된다. 코로나19 백신처럼 부작용이 속출하고 혹여 중증이나 사망 사례가 발생하면 역풍이 불 수도 있다. 부작용 없는 약은 없는 만큼 활용 초기에 안전성 모니터링을 잘 해야 한다. 처방 이력 관리를 꼼꼼하게 정리하는 등 치료제가 실질적인 효과를 낼 수 있도록 초기에 시스템이 잘 갖춰져야 한다.
 
먹는 치료제가 나왔다고 성급하게 방역을 완화하는 것도 금물이다. 지금 겪고 있는 4차 유행도 ‘위드코로나’(일상회복)를 앞두고 정부는 방역을, 국민은 긴장을 풀어 생긴 후폭풍이다. 코로나19는 합병증 비율이 독감보다 낮다고 한다. 그러나 치매, 심부전, 탈모와 같은 심각한 증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더 높다는 연구도 있다.

<투데이 코리아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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