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코리아=김찬주 기자 | 최근 ‘갈등’과 ‘분열’이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 중 코로나19 백신이 화제다. 애초 정부는 백신이 ‘선택’사항이라고 했지만, 이젠 ‘강제’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크다. 특히, 정부가 백신 접종을 독려하기위해 ‘방역패스’ 정책을 실시한 데 대해 일각에서는 ‘국민이 국민을 감시토록 했다’ ‘미접종자에게 사회적 불이익을 준다’는 지적도 함께 나온다.
 
◇ “왜 미접종자란 말을 면전에서 대놓고 합니까”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으로 인한 강화된 거리두기를 하루 앞둔 지난해 12월17일 오후 대구 중구의 1인 식사에 특화된 음식점이 손님들로 붐비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으로 인한 강화된 거리두기를 하루 앞둔 지난해 12월17일 오후 대구 중구의 1인 식사에 특화된 음식점이 손님들로 붐비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정부가 단계적 일상회복(위드코로나) 정책을 실시한 지난해 11월 중순 한 저녁. 기자와 지인은 경기 부천 신중동역 인근 한 맥줏집으로 향했다. 영업장 입구에서 직원이 백신 접종 QR코드인증을 요구했고, 지인이 카카오톡 QR코드를 찍자 기기에서는 “접종완료 후 14일이 경과 되었습니다”가 아닌 “인증 되었습니다”라는 음성이 나왔다.
 
그러자 직원은 “어. 미접종자네요”라면서 눈살을 찌푸렸고, 이를 포착한 지인은 “왜요. 미접종자면 안 되나요. 그런 말을 면전에 대놓고 말씀하시는 이유가 뭐죠”라며 따져 물었다. 당시 식당·카페 등에서는 수도권은 10명, 비수도권은 12명까지 모일 수 있었다. 예방접종을 마치지 않은 사람도 4명까지 가능했다. 기분이 상한 지인은 다른 곳으로 가자고 했다.
 
정부의 위드코로나 정책 실행 이후 하루 신규확진자수가 7000명을 뛰어넘자 방역당국은 지난해 12월18일부터 다중이용시설에 이른바 방역패스(백신접종증명·음성확인제)를 도입했다. 방역당국은 식당·카페를 이용하는 사람 중 미접종자는 혼밥·포장만 가능하다고 밝혔다. 미접종자가 졸지에 ‘사회적 왕따’가 될 것이라는 비판과 우려가 쇄도했다.
 
하지만 정작 현장에서는 타인의 ‘시선’이 이용자를 가장 눈치 보게 했다. 이날부터 식당에서 홀로 밥을 먹는 사람은 ‘미접종자’로 낙인 찍혀 주변 사람들이 보내는 ‘눈칫밥’을 먹게 된 셈이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눈치 보여 혼자 밥도 못 먹겠다”는 글들이 상당수였다.
 
방역패스 시행 이틀 전인 16일 점심시간 기자가 강남역 인근 식당에 홀로 점심을 해결하기 위해 입장하자 직원이 “혹시 미접종자이신가요”라고 물었다. 식사를 하던 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기자에게 쏠렸다. ‘미접종자’란 단어는 사람들의 시선을 집중시키기에 충분했다. 국민이 국민을 감시하고 눈치를 주는 순간이었다.
 
익명을 요구한 심리학 교수는 “미접종자 방역패스가 앞으로는 사람들 간 불신의 싹을 틔우고, 관계의 거리를 더욱 멀게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 법정공방 간 방역패스…복지부 ‘동문서답’에 재판부 ‘한숨’도
 
▲ 지난 10일부터 대형마트와 백화점 등 생활필수시설에 방역패스가 도입됐다. 사진은  방역패스 시행 당일 이용객들이 대형마트 입구에서 백신접종증명 QR코드 인증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김찬주 기자
▲ 지난 10일부터 대형마트와 백화점 등 생활필수시설에 방역패스가 도입됐다. 사진은 방역패스 시행 당일 이용객들이 대형마트 입구에서 백신접종증명 QR코드 인증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김찬주 기자
나아가 정부는 지난 10일부터 생활필수시설인 대형마트와 백화점에도 방역패스를 적용했다. 3000㎡ 이상의 쇼핑몰, 마트, 백화점, 농수산물 유통센터 등 전국 2003곳이 방역패스 적용 대상이었으나 1심 행정법원의 판단으로 효력이 정지됐다.
 
앞서 대형마트에 방역패스가 도입된 첫날부터 현장에서는 상당한 혼란이 빚어졌다. 장을 보러온 한 가족은 부인이 백신 미접종자라 남편과 아들만 들어가는 상황도 있었다. 매장 입구에서 아이는 엄마의 손을 잡고 함께 들어가자며 졸랐지만, 엄마는 “아빠랑 갔다와. 엄마는 미접종자라 못 들어간대!”라며 큰 소리로 말했다.
 
평소 너무도 당연하고 익숙하게 이용했던 마트에서 별안간 ‘이산가족’이 돼버린 순간이었다. 이 장면을 목격한 마트 출입 관리 직원은 “아까처럼 입구에서 가족이 헤어지는 모습을 보면 꼭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지 씁쓸한 감정이 올라온다”고 했다.
 
방역패스 효력을 두고 법정 공방도 이어졌지만, 1심 결과는 방역당국의 패배였다. 14일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부장 한원교)는 14일 조두형 영남대 의대 교수 등 1023명이 보건복지부 장관과 질병관리청장 등을 상대로 낸 방역패스 처분 집행정지 신청을 일부 인용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식당을 제외한 대형마트, 백화점, 상점 등 생활시설에 시행된 방역패스는 행정소송 본안 1심 판결이 선고될 때까지 효력이 일시 정지된다.
 
앞서 지난 7일 방역패스 효력 정지 신청 사건의 심문기일이 열린 법정에서는 재판부의 답답함이 그대로 나타났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재판부가 ‘방역패스의 목적과 효과’를 묻자 복지부가 동문서답을 하는 등 명쾌하게 답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급기야 재판부는 “하아...”라는 한숨까지 내쉰 것으로 알려졌다.
 
의료계도 정부의 방역패스 정책이 과하다는 입장이다. 염호기 대한의사협회 코로나19대책전문위원장은 “대형마트, 백화점보다 밀폐된 지하철이나 버스는 마스크를 착용하고 이용해도 되는 것인가”라고 반문하며 “이번 방역패스는 수차례의 방역 실패로 국민의 신뢰를 잃은 정부가 감염을 핑계 삼아 권한을 남용하는 처사”라고 비판했다.
 
오명돈 중앙임상위원장(서울대 의대 교수)은 “기존 방역과 의료 대응 체계로는 오미크론 대유행을 감당할 수 없다”며 “오미크론 유행은 2년간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어온 우리 사회에 방역체계의 높은 벽을 낮추고 일상 진료체계를 회복해야한다고 말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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