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완화와 딴판인 증세에 주목해야

▲ 김성기 부회장
▲ 김성기 부회장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화끈한 재건축·재개발 활성화 대책을 내놓았다. 새해 들어 노후 아파트가 밀집한 서울 노원구 상계동을 방문한 이 후보는 “주민들의 주거 수준 상향 요구를 존중해야 한다”며 4종 주거지역을 신설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용적률을 최고 500%까지 올리고 재건축·재개발 사업기간을 대폭 단축하겠다는 구상이다. 비좁고 낡은 노후 아파트에서 불편을 겪어온 주민들에게 매우 반가운 소식이다. 재건축·재개발에 소극적인 문재인 정부와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정책과는 분명한 선을 그은 공약으로 들렸다.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도 이에 앞서 분당 일산 산본 중동 등 1기 신도시의 용적률을 500%까지 높이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윤 후보 측 방안은 4종 주거지역 신설보다 주거지역을 준주거지역으로 조정해 상업·업무시설을 포함한 주상복합을 짓는 쪽에 가까웠다. 1기 신도시 3종 일반주거지역은 이미 용적률 상한선 300%에 근접한 곳이 많아 재건축 추진이 난관을 겪고 있다.
 
정부는 그동안 용적률을 올리면 집값을 자극해 다른 지역까지 오름세가 확산된다는 이유로 재건축·재개발에 엄격한 잣대를 적용해왔다. 그러나 재건축·재개발이 단기적으로 집값을 자극할 우려가 있다 해도 길게 보면 주택 공급을 늘려 시장안정에 기여하는 효과가 크다는 게 대부분 전문가와 시장의 공통된 진단이다. 특히 추가 택지확보가 어려운 서울에서는 재건축·재개발을 통한 용적률 상향 외에는 마땅한 대안이 없다는 점에서 사업의 타당성을 인정하는 주장이 우세하다.
 
여론조사 1, 2위를 다투는 두 후보의 캠프는 재건축·재개발 외에도 양도소득세와 보유세 완화 등을 통해 유통시장의 매물을 늘려야 집값 안정을 이룰 수 있다는 비슷한 입장을 보였다. 이 후보는 여당 내부의 일부 반대에도 불구하고 양도세를 한시적으로 내리고 종부세도 미비점을 보완, 과도한 부담을 개선하는 방향으로 유통시장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 후보는 양도세 완화는 물론 종부세율까지 손보는 방향으로 세제개편을 단행하겠다는 공약을 제시했다.
 
양측의 공약을 보면 다소 차이는 있으나 신축공급을 대폭 늘리는 한편 유통매물을 유도해 집값을 안정시키고 국민부담을 줄여야 한다는 방향으로 외견상 비슷한 흐름이다. 국민 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부동산 정책은 정치인 대신 전문가들이 전면에 나서 큰 흐름을 잡고 후속 조치를 이끌어야 안정적인 효과를 낸다는 점에서 길게 보면 유사한 방향으로 수렴하는 성향이 나타날 수 있다. 그러나 부동산 공약의 저변을 이루는 기본 정책에서는 두 후보의 시각차가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윤 후보는 규제완화와 세제개편으로 시장 흐름을 원활하게 만들어 공급과 수요의 균형을 맞추고 국민 요구를 수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자본주의 시장경제원리와 시장 참여자들의 요구에 비교적 충실해 안정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다만 시장경제를 중시하더라도 지나친 기대로 자금이 쏠려 일시적으로 집값이 급등하는 부작용을 경계, 세제개편과 함께 세밀한 후속 대책을 준비할 필요가 있다.
 
이재명 캠프의 부동산개혁위원회는 분양과 유통시장 매물을 획기적으로 늘려 공급 폭탄으로 집값을 안정시키겠다는 공약과는 별도로 토지이익배당금을 도입, ‘불로소득 공화국’을 혁파하겠다는 밑그림을 제시했다. 주택 토지분을 포함해 땅 가진 국민 모두에게 세금을 물려 세수 전액을 국민에게 기본소득으로 제공하겠다는 구상이다. 이 후보는 앞서 제시한 국토보유세가 증세로 받아들여져 반대 여론이 높아지자 이름을 토지이익배당금으로 변경해 추진하고 있다. 이 후보는 한 토론회에서 국내 토지보유세율은 OECD 평균(0.8%) 대비 4분의 1에도 못 미쳐 투기가 발생하므로 국민 불만이 크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실제 세부담을 따져보면 최초 매입가를 기준으로 재산세를 매기는 대부분 선진국들과는 달리 우리는 해마다 바뀌는 공시가격을 기준으로 세율을 적용하기 때문에 OECD 평균에 못 미친다고 단언하기 어렵다. 그는 지난해 7월 공약 소개에서 국토보유세 1%가 약 50조원에 이른다며 이를 기본소득으로 제공하면 국민 80~90%에게 이익이 돌아간다고 밝혔다. 소위 토지공개념에 입각한 목적과세라 하겠다.
 
-“사회주의 개념에 국민 동의 어려워”-

거센 조세저항을 부른 종부세가 지난해 8조6000억원 수준임을 감안하면 그 몇배에 이른는 세금을 걷어 기본소득에 쓰겠다는 방안은 징벌적 성향이 훨씬 강한 발상으로 들린다. 세제 전문가로 꼽히는 김우철 교수(서울시립대·세무학)는 한 언론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땅값이 떨어져도, 수익이 없어도 세금을 때리는 토지이익배당금 제도는 강제 분배, 사회주의 개념이라며 국민 동의를 받지 못할 것으로 보았다.
 
이 후보는 유권자를 만나 ‘500% 용적률 재건축·재개발’ 공약으로 시장 요구를 확실하게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였지만 그 바탕을 보면 강력한 세제를 통해 정부 개입과 통제를 확대하려는 의지가 뚜렷하다. 두 후보의 부동산 공약이 비슷하게 보이는 현상은 수렴이 아니라 한쪽의 분식(粉飾)에 따른 착시에 가깝다. 문재인 정권은 시장경제에 따른 공급을 중시하는 대신 세금과 규제강화 등 압박으로 집값을 잡으려다가 오히려 폭등을 불러왔다. 이로 인해 무주택자는 집값이 뛰어 희망을 잃고 집 가진 국민은 세금과 건강보험료 등 부담 급증으로 고통을 겪었다. 이념에 치우친 정책이 초래할 부담을 다시 감내할 것인지, 아니면 시장 역할을 중시할 것인지 선택은 유권자 판단에 달렸다. <투데이코리아 부회장>
 
필자 약력
△전)국민일보 발행인 겸 대표이사
△전)한국신문협회 이사
△전)한국신문상 심사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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