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순직 논설주간
▲ 권순직 논설주간
향후 5년간 나라 운영을 책임질 대통령을 뽑을 날이 한 달 반도 안 남았다. 그런데 국민 삶과 직결되는 경제공약에 유력 두 후보의 특징이 없다.
 
어느 것이 이재명 후보 공약인지, 어떤 공약이 윤석열 후보가 내놓은 것인지 도무지 갈피를 잡기 어렵다.

“후보 이름을 가리면 어느 것이 어느 후보 공약인지 구별할 수가 없다”(대선 캠프 관계자)는 자탄(自嘆)의 소리까지 들린다.
 
왜 그럴까. 그동안 두 후보가 보여온 상황을 요약하면 이렇다.

‘퍼주기’ ‘베끼기’ ‘돈 준다’ ‘개발한다’로 상징되는 포퓰리즘 경쟁 그 이상 이하도 아니다.
 
그냥 ‘내 질러놓고 보는’식의 공약 남발로 국민들은 혼란스럽다. 우리네 삶을 좌지우지할 경제공약이 이러니 그들이 대통령이 되면 어떻게 될지 걱정이 태산이다.
 
누굴 찍을지 선택 기준에 경제 관련 공약은 뒷전으로 밀려나고, 난무하는 인신공격성 소재만으로 대통령을 뽑아야 하는 것인지 난감하다.
 
퍼주기 베끼기식 공약 경쟁
 
두 후보의 슬로건을 보자. 이재명 후보는‘소확행 공약’ 윤석열 후보는 ‘석열씨의 심쿵 약속’을 내세워 이른바 MZ 세대를 겨낭한 청년 친화적 공약이 주를 이룬다.
 
국가 경제의 운용 어젠다를 제시하기 보다 생활밀착형 위주다. 특정 계층을 대상으로 하는 포인트 타겟팅(point targeting) 마이크로 타겟팅(micro targeting)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했다.
 
이 후보가 내놓은 공약에는 탈모 치료비 건보지원, 고령층 연금, 간호사 지원, 부양가족 공제 확대 등이 나왔다.

이에 뒤질세라 윤 후보측은 여성치료비 지원, 보육지원 강화, 반려동물 치료비 지원 등을 내놓는다.
 
이처럼 공약 소구 대상을 세분화하다 보니 서로 베끼기도 서슴치 않는 양상이다.

당 경선 과정에서 상대 후보 공약을 벤치마킹 하거나 채택하는 것은 그래도 양호하다.

경쟁 상대 당 후보 공약을 거리낌 없이 가져다 쓰고도 부끄러운 기색이 없다. 심지어 “공약에 특허가 있느나”며 내것 네것이 없다.
 
겹치기 공약이 수도 없이 많다. 부동산 정책에선 두 후보가 앞다퉈 갖가지 공급 확대 정책을 내놓는다.

젊은 층을 겨냥해 가상자산 비과세 기준을 대폭 상향하겠다, 연말정산에서 갖가지 공제 확대 등으로 봉급생활자에게 어필하려 한다.
 
공약 차별화가 안된다
 
이처럼 공약이 닮아가고 겹치니 두 후보의 공약 차별화가 안된다. 이런 현상은 과거 선거에선 보기 힘들었다.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큰 원인은 역시 MZ 세대에 어필하는데 주력하기 때문이다.

2030으로 상징되는 MZ세대는 다른 세대에 견주어 볼 때, 이념보다 이익을 우선시하는 실용주의적인 성향이 두드러진다.

그들은 정치적으로 편향적이지 않아 무당층(無黨層) 비율이 높다. 그래서 특정 정당이나 후보를 선택하기보다 개별적이고 구체적인 정책을 보고 투표할 공산이 크다,
 
이들이 이번 대선에서 스윙 보터 역할을 할 것으로 보기 때문에 양 후보가 죽기 살기식으로 MZ에 매달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국가 통치자가 되려는 사람이라면 경제의 미래 비전을 제시하고 국민의 선택을 요청해야 할 것이다.

우리 산업의 수십년 먹거리는 어떻게 조성할 것인지, 거대담론은 아닐지라도 후보별 국가경영 어젠다 정도는 제시해야 온당하다.
 
역대 대선의 주요 어젠다들이 모두 옳았고 성취된 건 아니었다 하더라도 적어도 국민들에게 비전과 희망을 제시했던 건 사실이다.
 
포퓰리즘보다 국가경영 에젠다를...
 
1997년 대선때는 외환위기 극복, 2002년엔 행정수도 이전(지방균형발전), 2007년엔 한반도 대운하 건설, 2012년엔 경제민주화, 2017년엔 적폐청산 이었다.

이들 어젠다가 그후 성취됐는지 여부는 차치하고 대선 후보자로써 국가 경영에 관한 비전과 철학은 제시했던 것이다. 지금 그것이 보이지 않고 오직 표에 몰두하는 모습에서 실망스러운 것이다.
 
여건 야건 하루가 멀다하고 경쟁적으로 쏟아내는 포퓰리즘적 공약은 반드시 후유증을 가져올 것이다.

우선 내놓은 약속 다 지키려면 나라 살림 거덜난다. 이미 재정 불안은 곳곳에서 경고음이 울린지 오래다.
 
어느 후보건 당선된 뒤 자신의 공약 모두를 이행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렇다면 상당 부분을 수정하거나 포기해야 할텐데 그 부작용은 상상하기 어렵다.
 
약속 믿고 표를 준 집단의 반발이 거셀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강 건넌 뒤엔 뗏목을 버려도 된다는 말도 있지만 쉽지 않은 일이다.
 
죽어도 잘못 인정 안하는 문재인 대통령도 최저임금 인상 공약을 못지켜 미안하다는 사과를 할 정도다.

대통령이 되겠다는 사람의 공약은 내놓기 전 설계부터 신중해야 한다. 지키기 어려운 거대담론도 문제지만 표 얻으려고 아무거나 긁어다 내놓는 지금의 공약 경쟁은 도를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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