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코리아=김성민 기자 | 문재인 정부가 출범 직후인 2017년 '에너지전환(탈원전) 로드맵'을 발표한 지 약 5년여 만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는 ‘소형모듈원자로(Small Modular Reactor, SMR) 연구개발’의 지원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앞서 감(減)원전을 주장해온 이 후보가 노선을 갈아탄 모습이 인상적이다. 민주당의 탈원전 기조를 물러서게 한 SMR이 효율적인 에너지원일지, 사고 위험 등으로부터 자유로울지 여전히 의문이다.
 
◇ SMR, 왜 주목받나

이 후보는 지난 5일 경남 창원시 현대로템 창원공장을 방문해 경남 지역공약으로 “해상풍력산업, 수소특화단지 조성, SMR 연구개발 추진으로 기후위기 대응 신산업 기반을 구축하겠다”라며 “SMR 연구개발 및 원전 해체기술이 지역 원전산업에 기여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했다.
 
SMR은 국제원자력기구(IAEA)기준으로 발전용량이 1,000~1,500MW인 대형원전에 비해 1/3~1/5 수준인 300MW 이하인 원자로를 뜻한다. 냉각재, 가압기 등 주요기기를 하나의 용기에 일체화한 소형 원자로의 형태를 갖췄다. 
 
장점이 부각되면서 세계 원전시장은 SMR 개발 경쟁이 심화되는 상황이다. 비교적 낮은 건설비와 활용성, 기존 전력망 활용을 통한 설계비 절감 등이 가능해 수요 확산이 기대되고 있다.
 
또한 지구의 평균 기온 상승을 막기 위해 저탄소 에너지원이 시급한 상황에선 기대가 클 수밖에 없다. SMR은 저탄소 에너지원이면서 노후 화력발전을 대체하고 기존 전력망을 그대로 사용하기에 적절한 출력범위를 갖고 있다고 알려진다. 특히 부하변동에 따른 탄력운전 능력이 뛰어나고, 소형이라는 특성 때문에 신재생에너지와 연계한 전력 생산에 유리하다. 
 
SMR이 친환경에 가깝다고 평가받는 이유는 대형원전과 달리 1차 계통 냉각재에 붕소를 사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붕소가 사용되면 폐기물이 발생하는 문제점이 있다.
 
흔히, 체르노빌, 후쿠시마 원전 사고 등의 전처를 밟을까 우려되고 있는 만큼 SMR에 대한 신뢰성도 검증해야할 대목이다. 일단 SMR은 최적화된 원자로용기와 격납용기, 방출밸브, 순환밸브 설계를 통해 대형원전처럼 복잡한 계통 없이 노심냉각 유지가 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입장이다.
 
기존 대형원전은 원자로용기 외부로 방출된 냉각수를 다시 보충하기 위해 다양한 종류의 펌프나 고압탱크를 사용해야 했다.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해 고압·중압·저압용 냉각수 보충설비만 4계열까지 적용해 소형화에 어려움이 있다.
 
반면, SMR의 1차 계통 냉각수는 증기발생기 전열관 외부를 위쪽에서 아래쪽으로, 2차 측 급수는 경사진 전열관 내부 아래에서 상부방향으로 흐른다. 특히 장기 냉각 시 붕소 석출 및 재임계 등과 같은 문제를 해소할 수 있어 사고 시에도 별도 전력이나 외부 충수, 운전원 조작 없이 지속적으로 안전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
 
SMR 내부에는 거대한 냉각수조가 설치되며 이 수조 내에는 다수의 원자로모듈이 설치된다. 이 수조 내에는 사용후 핵연료저장조도 설치된다. 냉각수조 내에 설치된 다수의 모듈에서 발생하는 연쇄적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각 모듈간의 격벽이 설치된다.
 
국내 전문가들의 긍정적인 평가도 이어지는 추세다. 한국수력원자력 등에 따르면 SMR은 기존 석탄 화력발전 대체, 탄소 배출을 최소화하면서 수소와 담수를 대량으로 생산하는 등과 같은 다양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미국 뉴스케일사(社)의 소형모듈원자로(SMR) 플랜트 가상 조감도. 사진=두산중공업
▲ 미국 뉴스케일사(社)의 소형모듈원자로(SMR) 플랜트 가상 조감도. 사진=두산중공업
◇ 지구온난화 속 SMR은 구원투수?
 
앞서 2015년 파리에서 개최된 제21차 UN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서 각국 정상들은 2100년까지 지구 평균 기온 상승을 산업화 이전 대비 2°C 이내로 억제하는 데 동의했다. 당시 기후 변화에 관한 정부 간 패널(IPCC)의 5차 평가 보고서(AR5)에 따르면, 2°C 이내로 억제하기 위해선 온실가스배출량을 40~70% 감축해야 한다고 평가했다.

이에 따라 주요 국가들은 SMR이 온실가스배출의 주범인 석탄화력발전소 등의 대체제로 상용화되길 바라는 입장이다.

영국 원자력연구소는 2016년 발간된 보고서를 통해 2035년까지 전 세계에서 65~85GW 규모의 SMR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전망했다. 또 전 세계 7만개 이상의 오지는 여전히 디젤로 전력을 생산하고 있는데 이 중 24%를 SMR로 대체할 경우 연간 300억 캐나다달러 규모의 경제적 이익도 발생할 것으로 전망했다.
 
현재 주요 국가들은 70종 이상의 SMR을 개발 중이다. 미국과 러시아가 각각 17기, 중국이 8기의 개발을 주도하고 있으며 우리나라도 참여하고 있다. 가압경수로 등 물을 냉각재로 사용하는 원자로가 31기로 가장 많이 개발되고 있고, 제4세대 원자로인 초고온가스로 14기, 고속중성자로 11기, 용융염로는 10기가 개발 중이다.
 
참고로 미국의 NuScale은 2029년 건설을 목표로 표준설계인가를 진행 중이다. 홀텍 인터내셔널은 2026년 운영을 목표로 SMR-160을 개발 중이며 상용화 촉진을 위해 2018년부터 GE-히타치 뉴클리어 에너지와 협력 중이다.
 
러시아는 KLT-40S 원자로 2기를 선박에 장착한 세계 첫 부유식 해상원전인 아카데믹 로노소프호를 2018년 5월에 진수해 2019년부터 운영 중이다.
 
후발주자에 속하는 한국의 경우 한국수력원자력이 2020년 초부터 SMR 개념개발 및 경쟁력 향상방안 연구과제를 시행하게 됐다. 국내 산·학·연은 장기적인 SMR의 개념과 개발 방향, 연구역량 결집을 위한 협의체 구성을 추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2020년 4월 출범한 산·학·연 전문가로 구성된 혁신형 SMR 추진위원회는 개발 방향 및 추진체계에 대한 논의를 시작했고, 최상위 요건안 및 개념안 개발에 착수했다.

사실 규모의 경제 이론에 의하면 SMR은 대형원자로보다 높은 경제성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평가다. 하지만 최근 인허가 및 규제강화 경향에 따라 SMR의 경제성 향상을 위한 혁신기술들이 개발됐고,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들이 나오는 추세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9월 ‘혁신형 소형원자로(i-SMR)’로 불리는 총사업비 5832억 원 규모의 170㎿급 한국형 SMR 개발 사업을 위한 예비타당성조사를 신청한 만큼 상용화를 위한 검증에 열을 올려야 할 때다.

탈원전 정책 여파에 발목 잡혀 예타조사를 겨우 시작한 정부는 아직까지 SMR에 대해 내수 불가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20대 대선후보들이 공약카드로 만지작거릴 대상이라기엔 늦은 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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