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은경 작가
▲ 조은경 작가
일 년 열두 달 중에 2월을 가장 좋아한다는 유 선진 수필가는 그 이유로 몇 가지를 들었다.

‘우선 그 부족함이 좋다. 다른 달에 비해, 두세 날이 모자라는 겸손에 정이 간다.’ 라고 했다.

두 번째로 ‘그 많은 공휴일이 2월에는 없는 것이 맘에 든다.’고 했다.

세 번째로 ‘새해의 들뜸은 1월에 양보하고, 봄 입김의 설렘은 3월에 넘겨주고 묵묵히 징검다리 역할을 수행하는 2월은 낮추는 자의 겸허를 보여 준다‘고 했다. 하지만 그 안에 ’입춘‘을 품으며 봄의 ’소망‘을 알려준다고도 했다.
 
그렇게 보면 2월은 정말 소박한 들꽃과도 같은 계절인 것 같지만, 그분은 2월이 ’정월 대보름‘이라는 대단한 명절을 품고 있는 것을 간과한 것 같다.
 
언제나 2월 달력 속에 들어있는 정월 대보름이야말로 내가 가장 좋아하는 명절이다. 왜 좋아하느냐고 묻는다면 그 대답을 하기 전에 벌써 내 얼굴엔 활짝 웃음이 피어난다. 그만큼 좋다. 이유 없이 좋다. 아니 이유를 대라면 열 가지라도 댈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지금이 코로나 시대라서 정월 대보름에 준비된 음식을 많은 사람들과 나누는 것으로 아쉬운 마음을 달래는 정도지만.
 
수시로 밤하늘을 쳐다보며 달님의 모습을 찾는 나에게 둥근 보름달은 흠모하는 다이애나 여신의 전형이다. 처녀, 순결, 사냥, 자유분방함을 그 상징으로 하고 있다. 달을 좋아하는 것은 아무래도 남자보다는 여자가 많은 것 같다. 그래서인지 김현철이 처음 부르고 근래에 영탁 가수가 부른 ’달의 몰락‘이란 노래는 실연당한 많은 남성들이 특히 좋아하는 노래가 아닌가 싶다.
 
그녀가 좋아하는 저 달이, 오우,
그녀가 사랑하는 저 달이, 에에,
 
지네.
달이 몰락하고 있네.
 
탐스럽고 이쁜 저 달이 좋아.
나를 매일 만날 때도,
나를 무참히 차 버릴 때도
그녀는 나에게 말했지
 
나랑 완전히 끝난 후에도
누군가에게 또 말하겠지.
탐스럽고 예쁜 저 달이 좋아.
 
탐스럽고 예쁜 노래다. 남자 가수의 신명 속에 우울과 고뇌는 보이지 않는다. 달이 지고 있는 것을 통쾌하게 바라보는 청년의 모습만 담겨 있다.

하지만 어쩌나? 오늘 몰락한 달은 내일 저녁이면 다시 만개해 떠오를 텐데...
더욱이 정월 대보름의 찬란한 빛과 함께 둥실 떠오를 텐데...
 
젊은이들의 달에 대한 밀당은 양력으로 2월 14일, 밸런타인데이 날, 여자가 남자에게 초콜릿을 줌으로써 완성되었다. 항상 남자가 주도적으로 행하던 사랑의 주술을 여자도 할 수 있게 한 우먼리브의 한 형태이지만 사실은 달의 그림자에 가려 우울했던 남자의 원기를 초콜릿으로 북돋아주고 위로하는 형태이다.

사실 해는 남성, 달은 여성이라는 고착적 이미지는 신화시대로부터 있어왔다. 서양에서 다이애나는 달의 여신이다. 달은 여자의 풍요로운 생산을 관장하므로 우리의 고대 시대에는 임신을 원하는 여자에게 한밤중 보름달의 원기를 자궁에 받아들이도록 하는 의식을 행하곤 했다.
 
깊은 겨울 한밤중, 불면의 시간을 달과 함께 보내며 위로받는다. 보름달로 차올라서 하늘에 둥실 뜰 때의 환희를 얼마나 기다렸던가? 둥근 달을 머리 위에 두고 손잡이 달린 통에 불 장작을 넣어 돌리는 불놀이를 즐긴다. 커다랗게 장작을 높이 쌓은 달집 속에서 불길이 치솟는 광경을 상상해 보라.
 
우리는 달의 민족이다. 일 년 중에 정월 대보름과 팔월 대보름을 이렇게 경축하는 민족이 어디 또 있을까? 우리 전래의 3대 명절 중 2대 명절에 달의 축제가 있다.
 
한 해를 시작하며 부럼을 깨물어 치아의 건강을 살피고, 오곡밥을 짓고 나물을 무쳐 몸의 건강을 살핀다. 21세기인 지금에도 최고의 건강식으로 꼽히는 메뉴다. 정월 대보름 자정에는 농촌 마을마다 당산나무 앞에 소박한 제상을 차리고 조상신께 한 해의 풍요를 기원한다.

의미 깊은 명절이 아닌가?
 
어쩌면 젊은이들에게는 할로윈데이 만큼 또 밸런타이데이 만큼은 멋진 명절이 아닐지도 모르지만 그 서양의 명절만큼, 아니 그 이상 되게 만들 책임이 그들에게 있지 않을까?

언제나 자신의 궤적을 지키는 둥근 달의 모습이야말로 어떤 예술 작품에 있어서도 최고의 백 그라운드이다. 달을 축하하고 사랑하는 젊은이들이 많아져서 음력으로 새해 첫 번째의 보름달 명절을 더욱 의미 깊게 만들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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