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그린텍소노미 원전 포함...에너지 분쟁 해결책 기대
신임 원자력안전재단 이사장에 文 탈원전 코드 인사 논란

▲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벨포르에 있는 GE 스트림 파워 시스템 터빈 생산공장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벨포르/AP뉴시스
▲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벨포르에 있는 GE 스트림 파워 시스템 터빈 생산공장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벨포르/AP뉴시스
투데이코리아=김성민 기자 |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원전과 천연가스를 ‘녹색분류체계(그린 택소노미)’에 포함한데 이어 국내 소형모듈원자로(SMR)연구개발이 본격화됐다. 주요 국가에서 SMR 연구개발 투자에 적극 참여하자고 나서자 정부 여당의 감(減)원전 공약도 한발 물러선 모양새다.
 
EU가 원전을 녹색으로 분류하겠다고 나섰지만 SMR의 안전성, 친환경인지 등에 대한 논의가 지속될 전망이다. 당초 원전이 2045년 이전 건설 허가를 받는 경우, 방사성 폐기물을 안전하게 처분할 부지, 자금 및 계획을 확보하고 있다는 전제하에 전환적 녹색에너지원으로 인정된다. 천연가스는 1kWh 발전에 온실가스(CO2 환산) 배출량이 270g 미만이고 탄소배출의 주범인 석탄화력 발전소를 대체하며 2030년 이전 건설 허가를 받는 경우 전환적 녹색에너지원에 포함된다.
 
우리 정부도 EU가 원전을 그린 택소노미에 포함하자 동참하는 분위기다. 한정애 환경부 장관은 "올해 원전과 녹색분류체계에 관한 고민을 할 필요가 있다"며 "정부 예산을 들여 연구하고 있는 SMR은 민간에서 저금리 금액으로 구할 수 있게 하기 위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지난달 11일 체계 개편을 시사했다. 한수원 중앙연구원 SMR추진단은 ‘혁신형 SMR 혁신기술개발’ 연구 용역을 발주했다. 미국과 러시아·중국 등 세계 주요국들이 앞다퉈 SMR 개발에 뛰어들자 한수원도 이를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 SMR·천연가스, 에너지 갈등 봉합책 되나

EU가 녹색분류체계에 원전과 천연가스를 포함한데에는 유럽 국가들 간에 에너지 갈등이 주된 원인이다. EU는 지난 1년 간 원자력의 녹색 분류를 놓고 갈등을 빚어왔다. 원전 발전 비중이 70%에 이르는 프랑스를 중심으로 한 폴란드, 체코, 핀란드 등은 원자력을 녹색 에너지로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탈원전을 내건 독일과 오스트리아 등은 방사성 폐기물 처리 등의 안전 문제를 들어 이에 반대했다. 
 
그러다 지난해 10월 천연가스 수급 불안으로 유럽에서 안정적인 전력 공급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되는 가운데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이 “우리는 안정적 에너지 자원인 원자력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찬성 쪽으로 기울었다는 전망이 나왔다.

또한, 총 발전량의 약 72%를 원자력이 차지하는 프랑스가 석탄 의존도가 높은 동유럽 국가를 끌어들이려는 정치적 행위로 분석된다. 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2050년까지 신규 원자로 6기를 건설하고, 이후 8기를 추가로 건설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마크롱 대통령은 10일(현지시간) "프랑스 원자력 산업의 르네상스가 필요하다"며 "프랑스 원전을 건설·운영하는 전력공사(EDF)가 개발한 차세대 유럽형 가압경수로(EPR)가 그 중심에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탄소중립 정책, 지구온난화 대응에 앞장서 온 유럽이 이산화탄소를 가장 많이 배출하는 화석연료인 석탄에 의존하면서 신재생 에너지의 유효성 논란도 제기된다. 이상 기후 탓에 유럽과 미국의 풍력, 태양광 발전 등의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다.

지난 13일 선박 중개업체 브레마 ACM이 선박 운항 추적 데이터를 기반으로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EU의 1월 석탄 수입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5.8% 급증한 1천80만t으로 집계됐다. 전체 수입량의 43.2%가 러시아산이었고, 호주산이 19.1%였다. EU의 지난해 12월 석탄 수입량은 작년 동기보다 35.1% 증가한 930만t이었다.

EU 집행위는 원자력과 천연가스를 녹색 투자에 포함시킨 이유에 대해 “에너지 전환을 위한 도전에 직면해 있는 회원국 전반의 다양한 상황 등을 고려할 때, 재생에너지에 기반한 미래로 전환하는데 원자력과 천연가스가 할 수 있는 역할이 있다”고 밝혔다.

 
▲ 사진=김제남 페이스북
▲ 사진=김제남 페이스북
◇ '그린 택소노미' 사실상 무의미

원전을 설치하기에 앞서 핵폐기물 처분장과 부지를 먼저 확보해야 한다는 안전기준은 충족하기 쉽지 않다. 이는 원전의 경제성을 떨어뜨리게 된다.
 
기존 대형 원자력발전소의 증기 발생기, 냉각재 펌프, 가압기 등 주요 기기를 하나의 용기에 담은 SMR은 전기출력이 300MW 안팎 소형원자로다. SMR은 원자로 노심이 작고 설계가 일체형으로 이뤄져 방사능 유출 가능성이 극히 낮은 점도 특징이다. 냉각제에 붕소를 사용하는 대형원전과 달라서 탄소배출이 거의 없어 신(新)에너지원으로 각광받고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재생에너지 보다 비싸다. 세계적 자산운용사인 라자드가 지난 10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시장에서 보조금을 제외한 기준으로 전체 발전기간의 균등화발전비용(LCOE)을 평가했을 때 원자력 전기는 2011년부터 재생에너지(풍력) 전기보다 비싼 에너지다. 검증할 대상임에는 틀림없다.

또 전문가들은 원전이 그린 택소노미에 포함됐어도 다양한 이유로 수 년간 소송에 휘말리는 등 반대세력에 의해 무산될 것으로 예상했다. 석광훈 에너지전환포럼 전문위원은 “오스트리아는 집행위원회가 원자력을 포함한 택소노미를 공식 채택할 경우 유럽사법재판소에 소를 제기할 것이라고 공공연하게 밝혀왔는데, 소송이 시작되면 최소 수 년의 시간이 소요돼 택소노미가 유명무실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국내 대표적인 원전 반대세력으로는 신임 원자력안전재단 이사장이 될 가능성이 크다. 재단 이사회는 녹색연합 사무처장을 지낸 바 있는 김제남 전 청와대 시민사회수석을 새 이사장으로 8일 선임했다.
 
김 전 정무수석 탈원전 정책을 추진한 문재인 정부에서 2020년 1월 대통령비서실 기후환경비서관(2020년 1월~2020년 8월)과 대통령비서실 시민사회수석(2020년 8월~2021년 5월)을 역임한 탈(脫)원전 인사로 평가된다. 특히 그는 고리원자력발전소 1호기와 월성 원자력발전소 1호기 폐쇄를 주장하는 등 ‘탈원전’ 운동에 앞장서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원자력국민연대 김병기 공동위원장은 “원자력안전재단은 독립적이고 투명한 운영으로 우리나라의 원자력안전정책 개발과 공정한 성능검증기관, 방사선 안전기반 강화와 안전문화 확산에 앞장서는 기관”이라며 “탈원전 정책의 주역인 김제남 전 정무수석은 원전의 안전성과 전문성을 갖추지 못한 인사”라고 비판했다.
 
원자력안전재단은 각종 조사와 연구를 통해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의 정책 결정을 지원한다. 관련 연구개발을 기획하고 자금도 집행하기 때문에 연구개발 기금이 원전 반대를 위한 연구에 동원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김 이사장은 6000억원을 들여 노후 설비를 고친 월성원전 1호기의 폐쇄를 주장한 만큼 탈원전 코드가 명확하다. 우리나라 SMR 연구개발은 차기 정부에서도 탈원전 기조에 발목 잡혀 험로가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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