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코리아=오창영 기자 | 전 세계 자동차 산업의 패러다임이 내연기관차에서 친환경차로 빠르게 전환하고 있는 가운데 차량에 탑재되는 친환경차 부품 시장도 덩달아 성장하고 있다. 특히 차량용 반도체 시장의 성장세가 가장 두드러진다.

다만 세계를 휩쓴 차량용 반도체 부족 대란이 장기화하고 있는 점은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완성차 업체들이 생산 차질에 따른 피해를 줄이기 위해 공장 가동 중단이나 감산에 나서면서 차량용 반도체 수요가 급감할 수 있어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향후 차량용 반도체 시장이 더욱 성장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 반도체.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반도체.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지난해 반도체 출하량 1조1500억개…車 반도체 수요 확대 영향

20일 미국반도체산업협회(SIA)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반도체 출하량은 1조1500억개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출하량이 1조개를 넘은 것은 2018년 이후 처음이다.

반도체 출하량이 늘어난 배경에는 차량용 반도체 수요 확대가 지목된다. 공급 부족 사태 속에서도 친환경차 인기에 따른 차량용 반도체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면서 생산량이 크게 증대됐다.

이에 반도체 매출 규모는 역대 최대치를 달성했다. 지난해 글로벌 반도체 매출은 5559억달러(약 664조5785억원)로 집계됐다. 이는 2020년 4404억달러(약 526조4982억원)보다 26.2% 증가한 수치다.

특히 지난해 4분기 반도체 매출은 1526억달러(약 182조4333억원)로 2020년 같은 기간보다 28.3% 늘었다.

반도체 시장은 올해도 높은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SIA는 올해 반도체 매출 전망치를 6000억달러(약 717조3000억원)로 관측했다. 이는 지난해 대비 8.8%가량 증가한 수치다.

존 노이퍼 SIA 대표는 “반도체 업계가 높은 차량용 반도체 수요에 대응하고자 전례 없는 수준으로 생산을 확대하고 있다”며 “반도체가 현재와 미래의 필수 기술에 더욱 많이 접목됨에 따라 반도체 수요는 향후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증권업계도 반도체 시장에 대해 낙관적인 관측을 내놓고 있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많은 반도체 업체들이 예상을 상회하는 실적과 긍정적인 전망치를 발표하고 있다”며 “이에 올해 반도체 시장 규모는 6135억달러(약 733조4393억원)로 지난해보다 11.4% 성장할 전망이다”고 진단했다.
 
▲ 폭스바겐 독일 공장 생산라인.
▲ 폭스바겐 독일 공장 생산라인.

◇“車 반도체 부족 장기화에 올해 반도체 시장 성장률 4.2% 그칠 수도”

반면 올해 반도체 시장의 성장이 둔화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차량용 반도체 품귀 현상이 장기화하고 있어서다.

지난해 12월 20일 기준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으로 인한 전 세계 자동차 생산 차질 규모는 1027만대에 달했다. 이는 지난해 국내 완성차 업체 5개사의 연간 생산 대수 346만대보다 약 세 배 많은 수치다.

올해도 자동차 생산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시장조사업체 AFS(Auto Forecast Solutions)에 따르면 차량용 반도체 품귀로 인한 올해 생산 차질 규모는 109만대로 예측됐다. 이는 지난달 31일 기준 전망치 95만대보다 15%가량 증가한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주요 완성차 업체들은 공장을 멈춰 세우거나 생산량을 줄이고 나섰다. 실제로 완성차 업체들의 가동 중단 스케쥴은 지난달 31일 기준 23만대에서 이달 37만대로 60.5%나 증가했다.

유럽의 자동차 생산 차질 규모 전망치가 확대된 것이 원인으로 꼽힌다. 폭스바겐은 차량용 반도체 부족으로 인한 자동차 생산 차질이 우려된다고 밝힌 바 있다. 스텔란티스, 포드의 경우 유럽 공장을 가동 중단하거나 감산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향후 전망도 밝지 않다. 폭스바겐과 테슬라는 올해 차량용 반도체 수급 차질이 지속될 것으로 내다 봤다.

반도체 업계도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유럽 최대 반도체 생산 업체 인피니온은 “차량용 반도체 공급 차질이 끝나기까지 아직 많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며 “올해 연중 지속될 것이다”고 말했다.

ST 마이크로는 “차량용 반도체 공급량이 의미 있는 수준으로 증가하는 시점은 2024~2025년이 될 것이다”고 부정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이러한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은 자동차를 양산하기 어렵게 만들어 전방 산업인 완성차 업계의 차량용 반도체 수요를 낮추는 방향으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이에 일각에선 반도체 시장이 더디게 성장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전 세계 반도체 시장 성장률이 지난해 21.1%에서 올해 4.2%로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국내에서도 반도체 업황이 암울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산업연구원이 국내 주요 업종별 전문가 173명을 대상으로 전문가 서베이 지수(PSI)를 조사한 결과 다음달 반도체 업황 전망 PSI는 83으로 집계됐다.

PSI는 100(직전월 대비 변화 없음)을 기준으로 200에 가까울수록 직전월 대비 개선, 0에 근접할수록 악화를 뜻한다.

이번 조사 결과에 따르면 사실상 다음달 반도체 업황이 이번달보다 나빠질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현재 경기 상황을 나타내는 이달 반도체 업황 현황 PSI 또한 74로 기준선인 100을 크게 밑돌았다. 지난달과 비교해선 13p나 상승했으나 여전히 부진한 수준인 셈이다.
 
▲ 현대자동차 첫 전용 전기차 아이오닉5. 사진=현대자동차
▲ 현대자동차 첫 전용 전기차 아이오닉5. 사진=현대자동차

◇“친환경차 전환 추세…車 반도체 시장, 5년 연속 두 자릿수대 성장 전망”

그럼에도 불구하고 업계는 앞으로 전 세계 차량용 반도체 시장이 높은 성장률을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를 싣고 있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수년 내 전기차, 수소차 등 친환경차 라인업을 앞다퉈 구축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자동차그룹은 2025년까지 총 23종 이상의 전기차를 선보이고, 2040년까지 미국·중국·유럽 등 주요 시장에서 판매하는 전 차종을 전기차로 구성키로 했다. 럭셔리 브랜드 제네시스도 2025년부터 생산되는 신차는 전기차로만 출시하고, 2030년에는 내연기관차 판매를 전면 중단한다.

전동화에 다소 뒤처졌던 토요타는 최근 2030년까지 총 30종의 전기차를 도입하고 연간 판매량 350만대를 달성하겠다고 발표했다. 렉서스도 2030년까지 모든 라인업에 전기차 모델을 도입해 전 세계에서 100만대를 판매할 계획이다. 또 2035년까지는 렉서스 전 차종을 전기차로만 구성할 방침이다.

제너럴모터스(GM)는 2025년까지 전기차와 자율주행 기술에 350억달러(약 41조8425억원)를 투자하고, 전기차 100만대를 판매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2035년에는 내연기관차 판매를 중단할 계획이다.

포드는 2023년까지 전기차 생산 능력을 연간 60만대 수준으로 끌어 올린다는 뜻을 내비쳤다.

이같은 친환경차 전환 추세에 차량용 반도체 수요는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관측된다. 향후 차량용 반도체 시장의 성장이 기대되는 배경이다.

옴디아에 따르면 지난해 24.6%의 높은 성장률을 나타낸 차량용 반도체 시장은 올해 17.8%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후 성장률은 다소 감소할 것으로 보이나 △2023년 11.3% △2024년 13.4% △2025년 12.9% 등 5년 연속 두 자릿수대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점쳐진다.

이에 따라 차량용 반도체 매출은 지난해 500억달러(약 59조7750억원)에서 2025년 840억달러(약 100조4220억원)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세계 최대 반도체 업체 인텔도 차량용 반도체 시장에 대해 긍정적인 의견을 내놨다.

인텔은 현지시간으로 17일 열린 ‘인텔 인베스터 데이 2022’에서 “오늘날 자동차가 보다 환경 친화적이고, 안전하며, 스마트해지면서 전 세계 자동차 산업 또한 엄청난 변화를 겪고 있다”며 “이에 향후 차량용 반도체 시장 규모는 10년 뒤 현재의 두 배 수준인 1150억달러(약 137조5055억원)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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