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러시아 트빌리스카야 마을 근처 밀밭에서 농부들이 수확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러시아 트빌리스카야 마을 근처 밀밭에서 농부들이 수확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투데이코리아=박수연 기자 | 세계 곡물 시장의 ‘큰손’으로 일컬어지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갈등이 고조되면서 세계 곡물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밀과 콩, 옥수수 등 3대 곡물 95%를 수입에 의존하는 만큼 국제 곡물 가격 상승에 더 큰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 세계식량가격지수, 11년 만에 최고치

유엔식량농업기구(FAO)가 국제시장에서 거래되는 식품가격의 추이를 살펴보기 위해 발표한 ‘1월 세계식량가격지수’(곡물, 식물성 기름, 유제품, 육류, 설탕 등 5종 국제거래가격 종합)는 전월보다 1.1% 상승한 135.7으로 나타났다. 이는 2011년(229.9) 이후 11년 만에 최고치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세계 곡물 가격동향에 따르면 지난 1일 기준 톤당 국제 곡물가격은 밀368달러, 옥수수 291달러, 대두 627달러로 집계됐다. 1년 전과 비교해 각각 129달러, 79달러, 116달러 증가한 수치다.
 
이처럼 국제 곡물 가격이 급등하면서 곡물자급률이 낮은 국내의 농산물 가격도 상승하는 추세다.
 
국회예산정책처의 ‘곡물 수급안정 사업 정책 분석’에 따르면 지난 2019년 기준 한국의 곡물자급률(사료용 포함)은 밀 0.5%, 콩 6.6%, 옥수수 0.7%로 세계에서 7번째로 많은 곡물을 수입하고 있다.
 
특히 수입 곡물 중 밀과 콩, 옥수수 등 3대 품목이 차지하는 비중은 95%에 이른다.
 
수입 곡물 중 67.7%가 사료용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국제 곡물가격 급등과 원활하지 않은 곡물 수급은 사료를 사용하는 축산농가에도 부담을 줄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장기적으로는 국내 육류가격까지도 상승 영향을 받게 된다.

▲ 사진=뉴시스
▲ 사진=뉴시스
 
◇ 국제 곡물 가격 상승에 소비자물가도 덩달아 상승

이러한 우려에 농림축산식품부는 “국내 밀과 옥수수 수입량은 연간 1540만톤(2019~2021년 평균)에 이른다. 이 중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10% 수준”이라며 “당장 국내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하지만 국제 곡물 가격이 최소 3~6개월 후에 거래가 이뤄지는 선물가격이란 점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모두 세계 곡물 시장의 ‘큰손’이라는 점을 감안했을 때, 두 나라 간의 갈등이 장기화 될 경우 국내 물가에 미치는 영향도 커질 수밖에 없다.
 
러시아는 단일 국가 기준 밀 수출 1위 국가로 세계 수출량의 약 20%를 차지하고 있으며 우크라이나는 옥수수 수출 세계 4위로 전 세계 수출량의 15%를 공급하고 있다.
 
김영준 상명대학교 국제경제학 교수는 “국제 곡물 가격에는 심리적인 요인도 많이 작용하기 때문에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갈등이 현 상황에서 더 고조되면 가격이 추가적으로 오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통계청이 발표한 ‘1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소비자 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3.6%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품목별로는 △농축수산물 6.3% △ 공업제품 4.2% △전기·가스·수도 2.9% △서비스 2.9% 등이며 농축수산물 중 딸기 45.1%, 돼지고기 10.9% 등이 큰 상승폭을 보였다.
 
어운선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물가 상승 폭이 높은 데는 수요측 상승 요인도 있지만, 국제 에너지 가격 상승이나 글로벌 공급망 차질 등 대외 공급 측면 상승 요인도 컸다"며 "당분간 상당폭의 오름세를 지속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사료업계도 “원료 수급 불안과 물류비 상승, 불안한 국제 정세와 환율 인상이란 여러 악재가 겹치며 설 자리가 좁아지고 있다”며 크게 오른 사료가격에 불안해하고 있다. 
 
양돈업계 관계자는 “사룟값만으로 1년에 kg당 200원가량 인상됐다”며 “사육 평균 농가가 사용하는 월 100톤 기준 2000만원 이상의 생산비용 상승을 불러온다”고 주장했다.
 
사료업계 한 관계자는 “2월에 수확하는 브라질 등 남미 쪽에서 대두 등의 작황이 너무 안 좋다는 얘기가 지난해 하반기부터 계속 퍼졌고, 이로 인해 원료 가격이 상당히 인상된 데다 미 금리 인상 얘기가 나오니 환율도 지난해 이 시기 대비 10%가량 올랐다”며 “앞으로 더 상승할 것이란 전망이 이어져 사료업체도 너무 힘든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특히 우크라이나는 배합사료 원료 수출국으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갈등 확산에 따라 곡물가가 더 인상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김 교수는 “우리나라가 수입하는 곡물 자체도 많을뿐더러 비료나 사료의 재료로 들어가는 곡물도 많다”며 “농업부문도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산업이다 보니 국제 곡물가격에 영향을 많이 받을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제 곡물가격 상승과 관련해서는 “지난해부터 코로나19 확산 등에 따라 전 세계적으로 확장적 금융 정책을 펼쳐왔기에 인플레 압력이 높다”며 “여기에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지정학적 리스크도 더해져 상충작용이 일어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투데이코리아는 언제나 독자 여러분들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투데이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