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코리아=김찬주 기자 | 코로나19 창궐이 두 해를 넘기고 있다. 감염병 발현 초기에 문재인 정부는 이름도 생소한 ‘K-방역’을 내세우며 방역성과를 자화자찬했다. 의료방역체계에 있어 정부가 사령관을 자처한 셈이다.
 
하지만 해를 거듭할수록 확진자수는 늘어만 가다가 기어이 일일 신규확진자수 ‘전 세계 1위’를 기록했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이 “긴 터널의 끝이 보인다”는 등 자신감을 나타낼 때면 확진자가 폭증하는 아이러니한 현상이 반복됐다. 코로나 2년을 돌아본 의료계는 주인공 역할에 몰입된 정부 뒤에서 의료전문가들은 조연으로 남아 있었다고 비판했다.
 
◇ 정부 주도 K-방역, 2년 째 ‘헛발질’
 
▲ 지하철을 이용하는 승객들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지하철을 이용하는 승객들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2020년 1월 국내에 창궐한 코로나로 인해 전대미문의 비상시국에 직면하자 문 정부는 4개월 뒤 ‘K-방역’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의료전문가들이 아닌 정부 주도의 방역체계를 펼쳤다. 정부가 방역 사령관을 자처하며 야심차게 내놓은 K-방역은 ‘Test(검사역량 확충)’ ‘Trace(확진자 동선추적)’ ‘Treat(확진자 격리치료)’다.
 
K-방역의 목적은 감염병의 확산 속도보다 빠른 조치를 취해 더 많은 확산을 막는 ‘선제적 조치’였다. 그러면서 정부는 △마크스 등 방역물품의 원활한 공급과 생산 △확진자에 대한 역학조사 결과를 공유하는 IT 및 통신 인프라 구축 △감염병에 대한 경각심을 주는 시민의식 등을 강조했다.
 
이 가운데 정부는 ‘성숙한 시민의식’을 강조하며 그 일환으로 사회적, 생활 속 거리두기, 업종별 자영업자 영업시간 제한 및 영업제한 행정명령을 내렸다. 그러면서 확진자가 늘면 행정명령을 강화하고 줄면 완화하는 식으로 당근과 채찍을 교차했다. 일각에서는 ‘고무줄 방역’, ‘확진자수 뒤쫓기 방역’이라는 등의 비판이 나왔다.
 
당시 정부와 여당은 유럽과 미국 등 선진국에 비해 확진자와 사망자 수가 적다는 점을 K-방역의 최대 성과로 꼽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확진자수는 늘어만 갔다. 특히, 지난 9일 기준으로 하루 신규 확진자수가 34만2446명을 기록하며 연일 최다치를 경신하고 있는 실정이다.
 
10일 기준 누적 확진자도 553만9650명을 넘어섰다. 지난해 12월 기준 국내 인구 5131만7389명에서 9명 중 1명꼴로 확진된 셈이다. 그런데도 문 대통령은 꾸준히 코로나가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다고 진단해왔다. 의료전문가들의 의견이 아닌 정부의 의견이었다. 이 같은 상황에도 문 대통령은 방역에 문제가 없다는 의견을 내왔다.
 
지난달 21일 문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수석비서관 회의를 열어 오미크론 확산세와 관련해 “최근 확진자 수가 10만 명을 넘고 있지만, 당초 예상한 범위 내에 있다”며 “걱정했던 것에 비해 상황이 어려워진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또 문 대통령은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다” “대응체계를 선제적으로 전환한 결과” “전반적으로 안정을 찾아가고 있어 다행”이라며 자화자찬을 정부 주도의 방역성과를 자화자찬했다.
 
▲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020년 8월21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에서 열린 코로나19 서울시 방역 강화 긴급점검 회의에 참석했다. 사진=뉴시스
▲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020년 8월21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에서 열린 코로나19 서울시 방역 강화 긴급점검 회의에 참석했다. 사진=뉴시스

이에 앞서 문 대통령은 2020년 12월 방역 점검회의에서 “드디어 백신과 치료제로 긴 터널의 끝이 보인다”고 했지만, 이후 확진자가 또 치솟았고, 같은 해 3월 “한국이 코로나 방역의 모범사례”라고 하자마자 바로 구로 콜센터 집단감염 사태가 벌어졌다. 지난해 7월에는 “짧고 굵게 상황을 조기에 타개 하겠다”고 했지만, 확진자수 증가세는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의료계는 정부 주도의 방역체계를 지적했다. 대한의사협회는 당해 12월10일 용산임시회관에서 ‘코로나19 방역 현주소와 앞으로 나가야 할 방향’ 토론회를 열었다. 김동현 한림대 사회의학교실 교수는 “가파르게 환자가 증가하는데 방역당국은 하루하루 확진자 숫자만 세며 쫓아가고 있는 상황”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 의료계 “차기 정부, 관료체계 경직성 타개하고 전문가에 맡겨야”
 
의료계는 코로나 창궐 초기부터 현재까지 정부가 방역수칙 등의 정책을 수시로 바꾸면서 의료전문가들을 뒷전으로 삼았다고 아쉬움을 토로함과 동시에 K-방역은 애초부터 ‘정치적 슬로건’에 불과했다고 지적했다.
 
최재욱 고려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지난해 인터뷰에서 “K-방역이라는 건 과학적·의학적 근거를 갖고 사용할 수 있는 용어가 아닌 ‘정치 슬로건’”이라며 “방역에 K를 붙인다는 건 ‘다른 국가와 비교했을 때 우리나라가 희생자, 사망자 등에서 우월하다’는 뜻”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높은 방역수준이 성립될 수 있었던 건 정부의 실적이 아닌 국민들이 마스크를 잘 쓰면서 스스로 방역수칙을 잘 지켰기 때문”이라며 “우리나라처럼 전 국민이 마스크를 잘 쓰는 나라가 전 세계에 없고, 따라서 코로나 확산 초기의 방역 성과는 정부 주도가 아닌 국민의 희생이 만든 것”이라고 했다.
 
의료계의 지적과 호소는 꾸준히 이어져왔고, 최근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의 대규모 전파까지 직면하며 하루 수십만명의 확진자가 나오는 상황에서도 정부는 지난달까지 “오미크론 변이의 특성에 맞는 방역을 하겠다”며 재차 정부 주도의 방역체계를 구축할 것을 시사했다.
 
하지만 실제 현장은 혼란의 연속이다. 확진자가 폭증하자 지난해 11월부터 시행된 재택치료자들은 사실상 방치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파력 강한 오미크론의 특성상 재택치료는 불가피하지만, 적절한 대응 청사진 없이 ‘일단 실행’ 됐다. 확진자 관리를 맡은 일선 지자체와 소속 공무원들은 과한 업무와 동시에 시민들의 불만과 비난을 받고 있다.
 
이와 관련 익명을 요구한 한 의료 전문가는 통화에서 “정부는 본인이 진료와 치료의 주인공이 되고 싶어 했지, 의료전문가는 뒷전이었다”며 “방역당국 공무원들과 대화를 해보면 방역체계의 수정이 필요함에도 ‘이건 이래서 저건 저래서 안 된다’는 말만 했다. 차기 정부에서 현재의 경직된 관료시스템을 바꾸지 않으면 우리 의료체계는 발전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염호기 대한의사협회 코로나19대책전문위원회 위원장은 통화에서 “현재 확진세를 보면 이제 정부가 컨트롤 하는 시스템으로 통제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이라며 “국가의 역할은 확진자수 통계를 내고 역학조사를 통해 확진자 발생지역을 파악하는 등의 조치를 취할 뿐이지, 개인의 진료는 의료전문가에 맡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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