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코리아=김찬주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은 한반도평화프로세스를 기조로 삼았다. 하지만 북한은 올해에만 무려 9차례의 미사일을 시험 발사 했다. 군 당국은 최근 북한이 발사했던 탄도미사일의 경우 신형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성능을 점검하는 시험발사였다는 결과까지 냈다. 북한이 지난 2017년 11월말부터 유지해오던 무력도발 모라토리엄(시험발사 유예)을 사실상 파기했다는 평가다.
 
문 대통령은 취임 초반 3차례의 남북정상회담을 성사시키며 평화 기조를 유지하는 듯 보였다. 그러나 북한은 얼마 되지 않아 남북공동연락사무소의 일방적 폭파, 북한군의 서해상 우리 해수부 공무원 피살 등을 자행했다. 그럼에도 정부는 “유감”, “월북”, “묵묵부답”이었다.
 
◇ 北, 文 임기 종료 2개월 앞두고 46회 ‘무력도발’
 
▲ 북한 노동신문은 10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조선노동당 창건 75주년 경축 열병식'에 모습을 나타낸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 11축(양쪽 바퀴 22개)의 이동식발사차량(TEL)에 실려 이동하는 모습을 보도했다. 사진=노동신문 캡처
▲ 북한 노동신문은 10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조선노동당 창건 75주년 경축 열병식'에 모습을 나타낸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 11축(양쪽 바퀴 22개)의 이동식발사차량(TEL)에 실려 이동하는 모습을 보도했다. 사진=노동신문 캡처
우리 정부의 평화프로세스와 달리 북한의 미사일 무력도발 시위 횟수는 계속되고 있다. 지난달 27일과 이달 5일 북한은 ‘정찰위성 개발 시험’이라며 탄도미사일을 쐈는데, 한미 군당국은 이를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로 규정하며 강력 비난했다. 미국은 북한 미사일 고도화를 막기 위한 추가 제재 카드까지 꺼내들었다.
 
한미 군당국은 지난 11일 이 같은 북한 탄도미사일 정밀 분석 결과를 이례적으로 동시에 발표하며 북측을 압박했다. 국방부는 이날 “다수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위반한 북한의 탄도미사일 시험발사를 강력히 규탄한다”며 “북한은 한반도와 역내 안보 불안을 조성하고 긴장을 고조시키는 행위를 즉각 중단하라”고 밝혔다.
 
우리 군은 지난 9일에 치러진 대선에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당선된 후 곧장 북한 ‘압박’에 나선 모양새다. 그간 군 당국이 북한이 쏘아올린 발사체들에 대해 ‘미상의 발사체’ ‘확인 중’이라는 원론적인 입장만 내온 것과 대비된다.
 
문 정부가 출범한 2017년 5월부터 현재까지 북한은 총 46회 미사일을 발사했다. 구체적으로 보면 △2017년 출범 이후 11회 △2018년 남북정상회담 당시 0회 △2019년 13회 △ 2020년 5회 △2021년 8회 △2022년 3월11일 현재까지 9회다. 이는 박근혜 전 정부 4년(2013~2016년)간 총 37회 발사한 수보다 9회 많다.
 
현재까지의 북한 무력도발 횟수는 앞서 문 대통령이 전에 없던 3차례의 남북정상회담을 성사시키면서 남북 화해를 기대할만하게 했던 상황과는 딴판이다. 문 대통령의 첫 정상회담은 2018년 4월27일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2차는 같은 해 5월26일 판문점 통일각에서, 9월 18~20일 세 번째 정상회담은 평양에서 개최됐다.
 
▲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위원장이 2018년 4월27일 오후 경기도 파주 판문점에서 ‘판문점 선언문’에 사인한 뒤 서로 포옹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위원장이 2018년 4월27일 오후 경기도 파주 판문점에서 ‘판문점 선언문’에 사인한 뒤 서로 포옹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보수 정권에서는 없었던 회담은 평화프로세스를 내걸고 출범한 문 대통령 집권 이후 신속하게 진행됐다. 남북정상회담이 남북의 최고당국자가 남북의 화해와 협력에 대해 논의하는 회담을 의미하는 만큼, 정치권 및 국민들도 휴전 상태인 남북 관계 회복의 진일보를 기대하는 반응을 보였다. 이 때 당시 북한의 무력도발 횟수는 ‘0회’다.
 
그 뒤 2019년 북미하노이회담 등이 결렬됐고, 당해 문 대통령이 8월15일 천안 독립기념관 겨레의 집에서 광복절 74주년 경축사에서 ‘남북협력 및 한반도 평화 구상’을 언급하자 바로 다음 날(16일) 북한 공식 대남기구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는 대변인 담화를 통해 “삶은 소대가리도 앙천대소”, “북쪽에서 사냥총 소리만 나도 똥줄을 갈기는 주제”라는 등의 막말을 퍼부었다.
 
그러면서 “두고 보면 알겠지만 우리는 남조선 당국자들과 더 이상 할 말도 없으며 다시 마주 앉을 생각도 없다”고 했다. 이는 문 대통령 임기 종착점이 다가오는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당시 집권 여당이던 더불어민주당 이해식 대변인은 같은 날 “(북한이) 일정 정도 수위를 조절한 것은 다행”이라면서 “북한의 성명은 문 대통령을 직접 지칭하지 않았고, 노동신문을 비롯한 대내 매체에는 게재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나 조평통이 ‘남조선당국자의 광복절 경축사’라고 말한 것으로 미뤄보아 사실상 문 대통령을 지칭한 것이란 평가가 우세하다.
 
◇ 평화프로세스 사실상 무산…예비역 장성 “남은 건 무력도발 위협”
 
조평통의 담화 이후 한반도평화프로세스 작동은 사실상 위기 국면에 들어갔고, 이듬해 북측은 실제 무력행위를 통해 직접적으로 불만을 표출했다. 2020년 6월16일 개성에 위치한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사건이 대표적이다.
 
해당 사건은 당해 5월31일 탈북민 단체가 대북전단 50만장 등을 풍선에 매달아 북한으로 살포한 것이 발단이다. 당시 북한은 나흘 만에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의 담화를 통해 문제를 제기하며 우리 측 대응을 비판했다.
 
그러자 통일부는 곧장 대북전단 살포를 중단시키기 위한 법률 정비 등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으나, 북한은 2주도 안 돼 연락사무소를 폭파시켰다. 문 정부가 지속해서 북한에 ‘도발’ 의지가 없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한미연합훈련까지 축소·연기하며 어필했던 것과는 정반대의 결과가 나온 셈이다.
 
익명을 요구한 예비역 준장은 통화에서 “문재인 정권은 한미연합훈련을 축소시켜 자주국방력을 약화하면서까지 북한에 ‘러브콜’을 보냈다”면서 “이는 우방국인 미국과의 관계마저 소원해질 위기에 직면할 뻔했을 뿐만 아니라, 현재 남은 것은 북측의 무력 위협뿐”이라고 주장했다.
 
▲ 지난 1월17일 서해 피살 공무원 아들이 문재인 대통령의 편지를 반납하겠다며 발표한 자필 입장문. 사진=유족 측 법률대리인 제공
▲ 지난 1월17일 서해 피살 공무원 아들이 문재인 대통령의 편지를 반납하겠다며 발표한 자필 입장문. 사진=유족 측 법률대리인 제공
문 대통령은 개인으로부터의 신뢰도 잃었다. 지난 2020년 서해상에서 북한군에 피살된 공무원의 아들 이모(19)군이 문 대통령으로부터 받은 편지를 반납하겠다고 밝히면서다. 이군은 지난 1월17일 자필로 작성한 입장문에서 “문 대통령이 편지로 ‘(피살 당시의) 진실을 밝혀내겠다’고 약속했지만 (이 약속은) 여태껏 지켜지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부에서 사망했다는 사람이 아버지인지도 알지 못한 채 1년4개월이 지났다”며 “저는 이제 대통령께 기대하는 것이 없다. 그래서 무책임하고 비겁했던 그 약속의 편지도 더는 제게 필요가 없다. 기억조차 못하시겠지만 어떤 약속을 하셨는지 다시 한 번 읽어보시고 제 분노를 기억하시길 바란다”고 다음 날(18일) 편지를 반납했다.
 
한편, 앞서 육·해·공군과 해병대 및 여군 등 각 군에 소속돼 있던 1300여명의 예비역 장성들도 문 정부의 국가 안보관을 지적하면서 당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를 지지했다. 이들은 지난 2일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문재인 정권은 지난 5년 동안 북한에 굴종적 자세와 거짓평화로 우리 군을 무력화시켰다”고 비판했다.
 
우리나라 전체 예비역 장성은 모두 2200여명으로 역대 대통령 선거에서 전체 예비역의 절반 이상이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선언을 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대규모 실기동 훈련 재개 등 ‘훈련 정상화’를 공약으로 삼고 있다.
 
다만, 윤 당선인의 대북관에 대한 지적도 있다. 지난 1일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천안시 유관순 열사 추모각에서 합동 참배를 마친 뒤 연 기자회견에서 “우리 힘으로 우리 안보, 국민 생명을 지켜나갈 힘을 갖추고 있다”며 “선제 타격론을 반복하며 한반도 위기와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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