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꿀벌들이 사라진 벌통. 사진=제보자
▲ 꿀벌들이 사라진 벌통. 사진=제보자
투데이코리아=박수연 ‧박서경 기자 | 최근 경남과 전남, 제주 등의 지역에서 원인 모를 이유로 꿀벌이 사라지는 이른바 ‘꿀벌 실종’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농촌진흥청은 해충과 이상기후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지만, 양봉업자들은 여전히 “이상기후만이 원인은 아니다. 원인은 알 수 없다”는 입장이다.
 
15일 경남 함양군에서 양봉업을 하고 있는 김유준(31)씨는 이러한 현상이 지난해 가을부터 시작됐다고 전했다. 그는 “지난해 10~11월, 해남을 시작으로 집단 실종 현상이 나타났다”며 “1월말~2월 초에 벌을 깨우기 시작하는데, 벌통을 열어보니 벌들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렇듯 꿀벌들이 사라지며 피해 사례가 속출하자 농진청과 농림축산검역본부, 지자체, 한국양봉협회 등은 조사에 나섰다.
 
농진청이 지난 1월7일부터 2월24일까지 전국 99개 양봉 농가를 대상으로 진행한 피해조사에 따르면 피해 봉군 대부분에서 병충해인 응애가 관찰됐다. 응애란 작은 진드기 또는 좀진드기라고도 불리는 농업해충으로, 환경조건에 적응하는 힘이 매우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농진청은 일부 농가가 응애 번식에 따른 피해를 줄이기 위해 여러 진드기 퇴치제 등의 약재를 과도하게 사용하면서 월동 전 꿀벌 발육에 악영향을 미친 것으로 조사됐다.
 
농진청은 말벌류 중 하나인 검은말벌 또한 지난해 늦은 10월까지 꿀벌에 피해를 미친 것으로 추정했다.
 
농진청은 “방제가 매우 어려운 기생성 응애류와 포식성 말벌류는 월동 벌무리 양성 시기인 8~9월에 최대로 번식하는 생태 특성이 있다”며 “응애류는 발육 번데기에 기생하고 말벌류는 벌통 출입구에서 일벌을 포획해 막대한 피해를 준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9~10월 발생한 저온현상으로 꿀벌의 발육이 원활하지 못했고 11월과 12월에는 고온으로 꽃이 이른 시기에 개화하는 등의 현상까지 나타나 벌무리가 약화된 것으로 파악된다”고 전했다.
 
즉, 약화된 벌무리로 월동 중이던 일벌들이 화분 채집 등의 외부활동으로 체력이 소진된 데다 외부기온까지 낮아지면서 벌통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농진청의 설명이다.
 
반면, 일부 양봉업자들은 이상기후가 주원인은 아니라며 농진청과는 상반된 의견을 전했다.
 
▲ 벌이 떠나간 통들이 나열되어 있다. 사진=제보자
▲ 벌이 떠나간 통들이 나열되어 있다. 사진=제보자
 유 씨는 “여왕벌이 알을 낳으면 애벌래를 관리하는 벌들은 새끼벌이고, 화분 채집을 위해 나가는 벌들은 일벌로 노후 벌들이다”라며 “모든 벌들이 외부활동을 하는 것이 아닌데, 벌의 시체도 없이 새끼벌들 부터 일벌까지 모든 벌들이 사라진 건 단지 이상기후 탓은 아니라고 본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정확한 원인을 알아야 대처를 할 수 있는데, 여전히 확실한 원인을 알지 못해 마땅한 처방을 내리기도 힘들다”고 토로했다.
 
환경을 지키는 파수꾼이라고도 불리는 꿀벌은 작물, 과일, 채소, 식물 등의 수분작용을 돕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렇기 때문에 꿀벌실종 사태가 장기화 될 경우 과수 및 화훼 농가 피해에 더해 인류 식탁에 까지 영향을 끼칠 수 있을 것으로 우려된다.
 
블루베리 농사를 짓는 김 씨는 “지금 당장은 꿀벌들이 농장에 찾아와 수정을 돕는 등 큰 문제는 없다”면서도 “다만, 이러한 현상이 장기화되고 양봉업과 별개로 꿀벌 개체수 자체가 지속적으로 줄어들면 피해가 우려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꿀벌 실종 사태가 당장 청과류 가격에 영향을 끼치지는 않겠지만, 가을 청과류의 경우 영향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연구원 관계자는 ‘꿀벌실종 사태가 채소 및 과일의 가격 상승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는가’라는 질문에 “일반적으로 인공수정을 하는 농가가 많기 때문에 단기적으로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며 “지금 시장에 나오는 과일들은 대부분 저장과일인 만큼 시장 가격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꽃이 얼마만큼 피는지가 중요한데, 앞으로 꽃을 피워 수정해야할 과일들, 즉 가을에 나올 과일들의 경우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투데이코리아는 언제나 독자 여러분들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투데이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