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코리아=오창영 기자 | 전 세계적으로 친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탄소 중립을 달성하기 위한 차세대 에너지원으로서 수소가 각광받고 있다. 수소는 우주 질량의 75%를 차지할 정도로 풍부하고, 화석 연료와 같이 지역적 편중이 없는 보편적 에너지원이다. 장기간 대용량 저장이 가능할 뿐만 아니라 사용 후 남는 부산물도 물이라서 환경친화적이다.
 
또 수소차, 수소선박 등 일상 생활에서 활용도가 높아 다양한 신산업 창출 효과도 클 것으로 평가된다. 이에 주요 선진국들은 앞다퉈 수소를 활용한 수소 경제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에 뒤질세라 우리나라도 2019년 1월 ‘수소 경제 활성화 로드맵’을 발표하고, 수소 산업을 국가 신성장 동력으로 육성하는 데 힘쓰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선 로드맵 발표 이후 3년이라는 시간을 훌쩍 넘겼는데도 불구하고 수소 경제 실현이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초 목표와 달리 수소 관련 인프라 구축이 크게 지연되고 있고, 수소 경제의 근간이 될 수소 생산은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 청와대 여민관 앞에서 수소차를 둘러보는 문재인 대통령. 사진=청와대
▲ 청와대 여민관 앞에서 수소차를 둘러보는 문재인 대통령. 사진=청와대

◇文 “2040년 세계 수소차 시장 1위 달성”…‘42조원 투자’ 민간 기업도 맞호응
 
문재인 정부의 핵심 정책인 수소 경제 활성화 로드맵은 크게 수소차 생산 확대와 수소연료전지 보급 확대, 수소 생산 및 공급 시스템 조성 등 세 가지 축으로 구성됐다.
 
먼저 정부는 2040년까지 수소차 누적 생산량을 620만대(내수 290만대, 수출 330만대) 수준으로 확대하고, 전 세계 시장 점유율 1위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수소차 보급의 걸림돌로 꼽히는 높은 가격은 핵심 부품 국산화를 통해 해결한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2025년까지 연간 10만대 상업적 양산 체계를 구축해 수소차 가격을 내연기관차 수준으로 낮추겠다고 자신했다.
 
로드맵 발표 당시 산업부 관계자는 “10만대 양산 단계에 들어가면 원가 절감이 이뤄져 기존 판매 가격의 절반 수준인 3000만원대에 수소차를 공급할 수 있다”고 말했다.
 
수소버스는 2040년 6만대 규모로 확대키로 했다. 7개 주요 도시부터 보급 사업을 시작하고, 경찰버스 등 공공 부문 버스도 수소버스로 전환한다. 수소택시는 2040년까지 8만대를 보급할 계획이다. 수소트럭도 2040년 3만대 수준으로 늘린다.
 
수소차 보급에 핵심적인 수소 충전소는 2022년 310곳, 2040년 1200곳으로 대폭 늘릴 예정이다. 이를 위해 운영 보조금 신설을 검토하고, 설치 보조금을 지원한 뒤 경제성이 확보되면 자립화를 추진하기로 했다.
 
수소연료전지 보급 사업도 진행한다. 2040년까지 발전용 연료전지 15GW(내수 8GW), 가정·건물용 연료전지 2.1GW(약 94만가구)를 보급할 계획이다.
 
안정적이고 경제적인 수소 생산 및 유통 체계 구축에도 힘쓴다. 정부는 2040년까지 연간 526만톤의 수소를 공급한다는 구상이다. 이에 초기에는 부생 수소와 추출 수소를 핵심 공급원으로 활용하고, 추후 수전해 수소 생산 및 해외 생산·수입량을 확대해 나가기로 했다.
 
이러한 수소의 대량·안정적 공급을 통해 수소 가격 또한 올해 1kg당 8000원대에서 2040년 3000원 이하로 대폭 낮출 방침이다.
 
아울러 수소의 저장 방식을 고압기체, 액체, 액상, 고체 등으로 다양화·효율화하고, 전국을 연결하는 파이프라인도 건설해 수소 수요 증가에 대응키로 했다.
 
문 정부의 로드맵에 따라 수소 경제 실현에 가속도가 붙으면서 수소차, 수소 충전소, 수소연료전지 등 다양한 분야에서 성과가 창출되기 시작했다.
 
특히 수소차의 경우 지난해 보급 대수는 8532대로, 2020년 5843대 대비 46%나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1~9월 수소차 판매량은 총 6420대로, 2020년에 이어 2년 연속 전 세계 1위를 달성하기도 했다.
 
민간 기업들도 2030년까지 수소 경제에 43조원에 달하는 대규모 자금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는 등 정부의 정책 방향에 적극적으로 호응하고 있다. 대기업뿐만 아니라 수소 관련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중소·중견기업들도 수소 산업 전 분야에서 성장하며 탄탄한 생태계를 형성하고 있다.
 
▲ 서울 여의도에 소재한 국회 수소 충전소.
▲ 서울 여의도에 소재한 국회 수소 충전소.

◇갈 길 먼 수소 경제 실현…경제계·전문가 “로드맵 이행 상황 지지부진”
 
그러나 수소 경제 실현에 대한 정부의 바람과 달리 현실적으로는 여전히 갈 길이 멀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실제로 2019년 정부가 로드맵을 발표한 뒤 지난해 말까지 3년 간 생산된 수소승용차는 1만9270대다. 이는 올해 목표치인 6만5000대의 3분의 1에도 못 미치는 수치다. 올해까지 2000대를 양산할 예정이던 수소버스는 129대만이 운영되고 있다. 이 역시 목표치의 6.5%에 불과하다.
 
수소 충전기는 올해까지 310기를 구축하겠다고 했으나 현재 설치된 충전기는 126기다. 발전용 연료전지 보급률도 목표의 50%선에 머무르고 있다.
 
정부의 목표 달성이 지체되면서 수소 가격도 떨어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올해 초 전국 수소 충전소의 평균 가격은 1kg당 8500원선에 형성된 바 있다. 업계는 kg당 4000원선까지 떨어져야 수소의 가격 경쟁력이 생긴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에 경제계에서는 현 정부의 수소 경제 활성화 로드맵이 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는 지난해 12월 ‘수소 경제 생태계 현황과 정책 방향’ 보고서를 통해 2019년 발표된 수소 경제 활성화 로드맵 이행 상황이 지지부진하다고 진단했다.
 
이에 대한 원인으로 우리나라가 수소 산업 핵심 부품·소재를 미국, 일본 등에 의존하는 현실을 꼽았다. 핵심 소재인 탄소 섬유는 일본 도레이에, 백금 촉매는 일본 교세라가 대부분 공급하고 있다.
 
수소 기술 특허 수의 경우 중국, 미국 등에 한참 뒤처져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미국·EU·일본·한국·독일 등 주요 6개국의 특허 수는 2014년 이후 연평균 13.9% 증가하는 추세이나 한국의 수소 생산·연료전지 분야 누적 특허 수는 5위에 그쳤다. 사실상 하위권에 속하는 것이다.
 
이와 달리 중국은 연도별 특허 수에서 2017년 미국을 추월해 1위에 올라선 이후 격차를 계속 벌려 가고 있다. 2020년 기준 한국의 특허 수는 1033건으로, 중국의 4721건에 비해 5분의 1 수준에 그쳤다.
 
전문가들도 비슷한 견해를 내비치고 있다. 이달 10일 환경부와 한국환경공단 주최로 열린 ‘제1차 탄소 중립을 위한 수소 모빌리티 혁신 포럼 1차 킥오프’에서 비영리 에너지·환경 정책 싱크탱크 사단법인 넥스트의 홍상현 책임연구원은 수소 경제 활성화 로드맵 진단 결과를 발표했다.
 
홍 연구원은 ‘싱크탱크가 바라본 수소 경제의 현황과 방향성’을 주제로 한 발표에서 현 정부의 로드맵은 수소 생산의 경우 부생·추출 수소 중심으로 수소 공급이 확대되고 있으나 그린·블루 수소 생산·도입을 위한 인프라는 여전히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수소 저장·운송의 경우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수소 충전소 보급을 확대하면서 민간 참여 활성화 및 안전 관련 제도를 정비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충전소 안전에 대한 우려와 높은 운영비, 운송 수단의 비효율성 등은 한계로 꼽았다.
 
홍 연구원은 “수소 활용의 경우 수소 경제 활성화 로드맵 발표 이후 수소차와 수소연료전지 보급은 세계 최고 수준의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고 전제하면서 “다만 활용처가 수소차와 수소연료전지 발전에 집중돼 수요 견인 및 규모의 경제에 의한 온실가스 감축, 단가 저감 등 시너지 효과에 한계가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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