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코리아=오창영 기자 | 수소를 미래 먹거리로 낙점한 정부가 수소 산업을 국가 신성장 동력으로 육성하는 데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를 뒷받침하고자 2019년 1월 ‘수소 경제 활성화 로드맵’을 제시한 데 이어 2020년 2월 세계 최초로 수소법을 제정했다. 지난해 2월부터는 수소법이 본격 시행되며 수소 경제로의 첫 발걸음을 내딛었다.
 
정부의 노력에 국내 기업들도 적극 호응하고 있다. 2030년까지 수소 경제에 43조원에 달하는 대규모 자금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내놨고, 수소기업협의체를 꾸려 수소 사회 구현을 앞당기는 데도 힘을 보태고 있다.
 
다만 기업의 투자를 더욱 늘리기 위해선 국회에 계류돼 있는 ‘수소 경제 육성 및 수소 안전 관리에 관한 법률 개정안(수소법 개정안)’이 조속히 통과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행스러운 점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대선 과정 당시 공약을 통해 글로벌 상위 3위권 진입을 목표로 수소 기술 분야를 집중 육성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는 것이다. 이에 업계 안팎에선 수소법 개정안이 연내 국회를 통과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한층 높아지고 있다.
 
▲ 지난해 9월 열린 코리아 H2비즈니스서밋 창립총회. 사진=공동취재사진
▲ 지난해 9월 열린 코리아 H2비즈니스서밋 창립총회. 사진=공동취재사진

◇현대차·SK 등 국내 대기업, H2비즈니스서밋 참가…“수소 경제 한 축 담당”
 
수소 경제 활성화의 선봉에는 굴지의 대기업들이 위치해 있다. 이들 기업은 한국판 수소위원회라 일컬어지는 ‘코리아 H2비즈니스서밋’을 통해 수소 사회를 실현해 나가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과 SK그룹, 롯데그룹, 포스코그룹 등 국내 10개 그룹을 포함해 총 15개 회원사가 참여하는 코리아 H2비즈니스서밋은 지난해 9월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창립총회를 열고 공식 출범했다.

이날 총회에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뿐만 아니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 김동관 한화솔루션 사장, 허세홍 GS칼텍스 사장, 정기선 현대중공업지주 부사장,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조현상 효성그룹 부회장, 이규호 코오롱글로벌 부사장, 김상범 이수그룹 회장, 허정석 일진그룹 부회장, 구동휘 E1 대표이사, 최윤범 고려아연 부회장 등 다수의 그룹 총수들이 참석했다.

이는 수소 경제에 대한 기업인들의 관심이 매우 뜨겁다는 것을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
 
이번 출범을 계기로 H2비즈니스서밋은 기업 간 수소 분야 협력을 추진하고, 수소 관련 정책을 제안하는 등 국내 수소 경제의 한 축을 담당하는 수소기업협의체로 부상했다.

정의선 회장은 “우리나라는 선진국에 비해 수소 산업 생태계의 균형적인 발전이 늦었지만 국내 기업들이 전 산업 분야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만큼 못할 것도 없겠다는 자신감도 든다”며 “H2비즈니스서밋이 개별 단위의 기업 경쟁력뿐만 아니라 기업·정책·금융 부문을 하나로 움직이는 역할을 해 수소 산업 생태계의 완결성과 경쟁력을 높이고, 수소 경제 발전에 기여하는 리딩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H2비즈니스서밋은 매년 9월 전 회원사가 참여하는 총회를 열어 주요 이슈와 현황을 공유하고 협력 방안을 논의키로 했다. 또 정기 모임을 통해 기술, 정책, 글로벌 협력 등 분과별 중점 협력 과제를 선정하고, 세부 추진 방안도 도출한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매년 상반기에는 전 세계 투자 금융사 등을 대상으로 정기 인베스터 데이를 개최해 수소 관련 투자를 도모할 계획이다.
 
또 2040년까지 세계 최고 수준의 수소 경제 선도 국가로 도약하겠다는 정부의 수소 경제 활성화 로드맵에 발맞춰 수소 공급, 수요, 인프라 영역에서 기업 간 다양한 협력을 촉진하고, 가치사슬 전·후방의 불확실성을 효과적으로 줄여나가는 역할도 담당키로 했다.

현대차, SK, 포스코, 효성 등 4개 그룹과 한화그룹은 2030년까지 약 43조원의 대규모 자금을 수소 생산, 유통·저장, 활용 등 수소 경제 전 분야에 투자한다는 포부도 내비쳤다.
 
현대차그룹은 수소차 설비 투자와 연구개발(R&D), 충전소 설치 등에 11조1000억원을, SK그룹은 국내 수소 생태계 구축을 위해 5년 간 18조5000억원을 각각 투자키로 했다. 포스코그룹은 수소 환원 제철 개발 등에 10조원을, 효성은 액화 수소 플랜트 구축과 액화 충전소 보급 등에 1조2000억원을 투입한다.
 
한화는 그린 수소 생산 등에 1조3000억원을 쏟아 붓는다. 이같은 대규모 투자의 일환으로 한화는 지난달 18일 암모니아 기반 수소 사업을 위해 한국석유공사, 원익머트리얼즈와 ‘친환경 수소·암모니아 밸류체인 구축’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이들 업체는 암모니아 도입, 저장 인프라 구축, 암모니아 분해를 통한 수소 생산·공급 등 수소 생태계 전 주기에 걸쳐 협력한다는 구상이다.
 
▲ 서울 여의도 소재 국회 수소 충전소.
▲ 서울 여의도 소재 국회 수소 충전소.

에너지 업계는 최근 들어 차세대 에너지원으로 꼽히는 수소의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더 발빠르게 대응하는 모양새다. S-Oil은 지난달 22일 열린 주주총회에서 수소 및 수소연료전지 관련 사업을 사업 목적에 추가했다.
 
올해 초 S-Oil은 대주주인 사우디아라비아의 국영석유회사 아람코와 업무협약(MOU)을 맺고, 블루 수소를 국내에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블루 수소는 탄소 포집·활용·저장 기술(CCUS)을 활용해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제거한 청정 수소다.
 
S-Oil 관계자는 “에너지 전환 시대에 대비하는 성장 전략을 추진하기 위해 수소 사업을 본격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롯데케미칼도 지난달 24일 주총을 통해 운송 장비용 가스 충전업·초경량 복합 재료 가스 용기 사업 등을 사업 목적에 명시했다. 수소 탱크 제조·판매와 수소 충전소 운영 사업을 영위하기 위해서다.
 
지난해 롯데케미칼은 친환경 수소 성장 계획을 통해 2030년까지 청정 수소 60만톤을 생산해 국내 수소 에너지 수요의 30%를 충족시키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수소 충전 사업을 위해 올해 상반기 중으로 에어리퀴드코리아·SK가스와 합작사도 설립할 예정이다.
 
김교현 롯데케미칼 대표는 “올해 수소 사업 밸류체인 확대에 집중해 수소 유통·소비 시장을 선점하고 수소 경제를 주도해 나갈 계획이다”고 밝혔다.
 
플랜트 사업에서 강점을 보여 온 삼성엔지니어링은 풍부한 경험과 기술 전문성, 해외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청정 수소와 청정 암모니아, CCUC 분야에서 기술을 확보하고, 프로젝트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버려진 폐플라스틱을 통해 수소를 생산하는 기업도 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폐플라스틱을 자원으로 활용하는 기술을 통해 고순도 청정 수소 생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폐플라스틱 자원화 사업은 폐플라스틱을 원료로 열분해 및 가스화 공정을 거쳐 수소를 생산하는 것이다. 여기서 생산된 수소는 수소차와 수소연료전지 발전, 수소-LNG 혼소 발전 원료로 사용된다.
 
현대엔지니어링 관계자는 “폐플라스틱 자원화를 통한 청정 수소 생산 사업으로 현대차그룹 수소 밸류체인의 한 축을 담당하는 에너지 공급자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보유 역량을 활용해 친환경 에너지 사업 분야에서 성장 동력을 확보하고,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실천을 위한 속도를 높일 것이다”고 설명했다.
 
▲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사진=사진공동취재단
▲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사진=사진공동취재단

◇尹, 수소 경제 발전 공약…‘원전 통한 수소 생산’ 등 로드맵 수정될 듯
 
이렇듯 국내 기업들은 수소 경제 실현을 위해 공격적인 투자를 단행하고 있으나 입법적·정책적 지원이 언제쯤 이뤄질 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수소법 개정안이 여전히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고, 제도 시행 여부 또한 갈수록 지체되고 있어서다.
 
이는 기업들이 수소 경제에 대한 투자를 꺼리게끔 만들 수밖에 없다. 자연스레 우리나라의 수소 경제 선도 전략에도 제동이 걸리게 되는 셈이다.
 
이에 H2비즈니스서밋은 국회에 계류돼 있는 수소법 개정안을 조속히 통과시켜줄 것과 수소 산업 전반에 대한 적극적인 입법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나섰다.
 
현재 청정 수소 발전을 위한 청정수소발전의무화제도(CHPS) 도입 및 수소 산업 육성 취지의 수소법 개정안은 국회 상임위원회의 문턱도 넘지 못하고 수개월째 계류 중이다.
 
H2비즈니스서밋 관계자는 “수소 산업에 뛰어든 16개사의 절박한 심정을 담았다”며 “국내 수소 경제 활성화와 글로벌 수소 산업 선도를 위해서는 적시적인 입법과 실질적인 정책 지원이 필수적인 만큼 국회의 적극적인 관심을 부탁드린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지난해 12월 27일 열린 ‘대한민국 수소 경제 정책 방향’ 토론회에서 양병내 산업부 수소경제정책관도 “그간 우리나라는 수소차·연료전지 보급 세계 1위의 성과를 창출했으며 앞으로도 ‘청정 수소 경제’를 선도할 필요가 있다”며 “청정 수소의 생산, 유통, 활용 등 전 주기에 걸친 생태계를 구축하고,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수소법 개정안이 빠른 시일 내 통과될 수 있도록 해달라”고 국회에 협조를 요청했다.
 
업계는 차기 정부가 들어서는 올해 안에 수소법 개정안이 입법될 것이라는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윤 당선인의 수소 경제 활성화 의지가 크기 때문이다. 대선 과정 당시 윤 당선인은 차기 정부에서도 수소 경제를 지속 키워 나가겠다고 공약했다. 강원도에서 수소 에너지 산업을 통한 경제 발전을 추진하겠다고 공약한 것이 대표적이다.
 
또 청정 수소 생산 기지 구축, 수소 액화 설비 투자 등도 약속했다. 수전해 기술, 연료전지 기술 등에 대한 지원도 늘리겠다는 공약도 내걸었다.

다만 수소 경제 활성화 로드맵은 수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풍력, 태양열 등 신재생에너지를 통해 수소를 생산하겠다는 문재인 정부와 달리 윤 당선인은 ‘원전을 통한 수소 생산’을 강조하고 있어서다. 정책 공약집에도 ‘원자력 수소 기술 적극 개발’이라는 공약이 담겼다.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은 “현 정부가 추진 중인 수소 경제는 경제성이 없다는 문제가 있다”며 “제대로 수소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선 원자력을 통해 수소를 생산해 경제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수소 경제 실현을 위해선 원자력의 비중이 크게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원전에서 발생하는 열 에너지와 전기 에너지를 복합해 수소를 생산하면 전기 에너지의 비중이 줄어 들고, 단가가 낮아지면서 경제성을 크게 높일 수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정계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윤 당선인은 원전과 수소 기술을 연계한 정책을 정책 공약집에 포함시켰다”며 “수소 병합 원전을 개발하는 등 수소 생산과 연동이 가능한 혁신 소형모듈원전(SMR)도 개발할 것으로 점쳐진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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