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창영 기자
▲ 오창영 기자
“(한국은) 세계 최초로 수소법을 제정하고, 수소 생태계 활성화를 위한 기술 혁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는 지난해 5월 30일 개최된 P4G 서울 녹색 미래 정상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언급한 내용이다.

현 정부는 수소를 미래 먹거리로 삼고, 2019년 1월 ‘수소 경제 활성화 로드맵’을 제시한 데 이어 2020년 2월 세계 최초로 수소법을 마련했다. 지난해 2월부터는 수소법이 본격 시행되며 수소 경제로의 첫 발걸음을 내딛었다.

이를 토대로 문 대통령은 우리나라가 전 세계 수소 산업을 선도할 핵심 국가로 도약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러나 국내 산업계 전반에선 여전히 갈 길이 멀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온다. 수소법 개정안 등 다수 법안이 국회에 계류되면서 조속히 육성해야 할 수소 산업을 제대로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어서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수소 관련 법안은 10건에 이른다. 이 중 가장 많이 발의된 법안은 수소법 개정안으로 총 7건이다. 또 ‘국제 수소 거래소 설립 및 운영에 관한 법’ 1건과 ‘수소 도시 조성(건설) 및 운영에 관한 법’ 2건 등도 계류돼 있다.

핵심 법안으로 꼽히는 수소법 개정안은 2050년 탄소 중립 실현을 위해 청정 수소 중심의 수소 경제 전환을 가속화하고, 정부 정책을 실현하기 위한 내용을 담고 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청정 수소 정의 및 인증 제도, 청정 수소 판매·사용 의무 부여로 청정 수소 시장 조기 구축 등이다.

수소 연료전지 업계에서 주목하고 있는 청정수소발전의무화제도(CHPS) 도입 역시 개정안이 통과돼야 실현될 수 있다.

그러나 여야가 청정 수소 인정 범위를 두고 의견이 갈리면서 수소법 개정안은 수개월째 국회의 문턱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사실상 우리나라의 수소 경제 선도 전략에 제동이 걸린 셈이다.

수소 산업 육성을 위해 대규모 투자를 단행키로 한 기업들의 속은 까맣게 타들어 가고 있다.

지난해 9월 현대자동차, SK, 포스코 등 16개 회원사로 구성된 ‘코리아 H2비즈니스서밋’은 2030년까지 약 43조원의 대규모 자금을 투입해 수소 생산, 유통·저장, 활용 등 수소 경제 전 분야를 활성화하겠다는 포부를 내비친 바 있다. 이렇듯 기업들은 스스로 미래가 밝은 수소에 적극적인 투자 의지를 밝혔으나 제도적·정책적 기반이 구축되지 않으면서 수소 사회 실현의 마중물이 될 투자가 제때 이뤄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참다못한 H2비즈니스서밋은 수소법 개정안의 조속한 통과를 촉구하고 나섰다. H2비즈니스서밋 관계자는 “수소 산업에 뛰어든 16개사 모두 절박한 심정이다”며 “국내 수소 경제 활성화와 글로벌 수소 산업 선도를 위해서는 적시적인 입법과 실질적인 정책 지원이 필수적인 만큼 국회의 적극적인 관심을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지난해 12월 27일 열린 ‘대한민국 수소 경제 정책 방향’ 토론회에서 양병내 산업부 수소경제정책관도 “그간 우리나라는 수소차·연료전지 보급 세계 1위의 성과를 창출했으며 앞으로도 ‘청정 수소 경제’를 선도할 필요가 있다”며 “청정 수소의 생산, 유통, 활용 등 전 주기에 걸친 생태계를 구축하고,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수소법 개정안이 빠른 시일 내 통과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국회에 협조를 요청하기도 했다.

더구나 수소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가 늦어질수록 정부가 목표한 글로벌 수소 경제 선도 국가로의 도약은 더 어려워진다. 지금 당장 수소법 개정안이 통과된다하더라도 시행령, 시행규칙 등 마련에 상당 시간이 소요되고, 그 이후에야 비로소 본격적인 제도 운영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수소 경제 실현을 위한 시간적 여유가 많지 않은 것이다.

다행스러운 것은 차기 정부도 수소 산업을 육성하겠다는 뜻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앞서 대선 과정 당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수소 산업 육성을 공약한 바 있다. 윤 당선인은 국가 전력 기술에 수소 생산 기술을 포함하고, 수소 관련 설비 투자를 확대키로 약속했다. 또 원전과 수소 기술 연계한 수소 병합 원전을 개발·수출하고, 수소 생산과 연동한 혁신 소형모듈원전(SMR) 개발도 추진키로 했다. 수소법 개정안 통과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는 배경이다.

현 정부에서 싹을 틔운 수소 경제 활성화가 차기 정부에서 꽃을 피울 수 있을지는 이제 국회의 손에 달려 있다. 우리나라가 글로벌 수소 경제를 선도하는 핵심 국가가 되기 위해서는 수소법 개정안의 조속한 통과가 필수다. 부디 기업들의 발목을 잡아 수소 산업 육성 의지를 꺾고, 수소 경제에 대한 투자의 때를 놓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투데이코리아는 언제나 독자 여러분들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투데이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