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생·협치 없는 여야 강경대치, 폭주에 신물

▲ 강원대 외래교수 류석호
▲ 강원대 외래교수 류석호
지금 대한민국에서 진정한 의미의 정치(政治)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가.

정치의 본령(本領)인 ‘여러 권력이나 집단 사이에 생기는 이해관계의 대립 등을 조정·통합하는 일’이 제기능을 못하고 있다는데 대다수 국민들이 공감할 것이다.

그 대표적 사례가 이른바 거대여당 더불어민주당의 ‘검수완박’(검찰 수사권의 완전한 박탈) 강행과 이에 맞불을 놓는 성격의 윤석열 당선인의 한동훈(사법연수원 부원장) 빕무부장관 카드, 정호영 보건복지부장관 후보자를 둘러싼 각종 의혹과 논란이 아닐까.

신문과 방송 등 언론들은 연일 이들 현안에 대해 대서특필하고 있다.

마치 이들 사안으로 인해 국정은 표류하는 것처럼 보이고, 다른 이슈와 해결사항은 밀려나는 모양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에너지·원자재난과 고물가, 미국의 고인플레, 중국의 저성장, 북한의 전술핵미사일 시험발사 등의 문제는 뒤로 밀린 느낌이다.

민생과 안보가 권력게임의 블랙홀에 빨려들어간 인상마저 준다.

하여 18일부터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가 해제되고, 25일부터는 코로나가 2급 감염병으로 낮춰지는 ‘역사적인 사건’이 일어나고 있음에도 영 개운치가 않다.

여야 정치권이 정국의 주도권을 놓고 죽기살기로 끝모를 강대강(强對强) 대치를 고조시켜 나가는 과정을 지켜보는 국민들의 가슴은 새까맣게 타들어간다.

정말 이래야 하는 걸까. 이것 말고 다른 길은 없는가.

먼저 ‘검수완박’을 보자.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 검찰 수사·기소 분리, 이른바 '검수완박' 법안에 대한 심사가 18일 시작됐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제1소위 위원장인 민주당 박주민 의원은 이날 오후 7시 소위를 소집했다.

민주당 172명 소속의원 전원발의로 검찰청법과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지난 15일 각각 제출한지 불과 3일만에 법사위 소위를 연 것이다.

이에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국회법상 법안제출 후 15일간의 숙려기간을 무시하고, 국민의힘 법사위 간사와 협의과정을 거치지 않은채 군사작전 하듯이 밀어붙이고 있다고 비난했다.

더불어민주당은 검수완박 관련 법안을 윤석열 정부 출범 전인 이달 임시국회에서 반드시 처리하겠다고 공언했고, 국민의힘은 입법을 총력 저지하겠다고 예고했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18일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번주는 2단계 권력기관 개혁에 중대한 분수령이 될 시기"라며 "검찰의 수사권 분리와 경찰 개혁을 통해 권력기관 간의 견제와 균형을 이뤄내기 위해 민주당은 차질 없이 개혁 입법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자신들의 권력과 특권을 지키기 위해 헌법마저도 선택적, 자의적으로 해석하는 검찰의 행태는 결코 수용할 수가 없다는 주장이다.

박 원내대표는 "윤석열 정부가 오히려 검찰권을 다시 강화하겠다고 하고, 한동훈 후보자를 지명한 것을 보며 권력기관 간 상호 견제와 균형이라는 큰 흐름을 중단시키는 것을 넘어 퇴행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며 "4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하지 않으면 앞으로 영영 이 기회가 오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을 했다"고 했다.

현재 검찰에서 진행 중인 정부·여당 대상 수사를 중단시키기 위해 검수완박 입법을 추진하는 것 아니냐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 박주민 의원은 "1차 검경수사권 조정에 대한 보완적인 차원"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민주당 내 소장파로 꼽히는 조응천 의원과 김해영 전 의원이 18일 이른바 '검수완박' 관련 법안을 당론으로 추진하는 자당의 움직임에 제동을 거는 등 반발기류도 만만찮다.

조 의원은 이날 소속 의원들에게 보낸 친전에서 "(검찰개혁 관련 법안의) 개정안 내용 일부는 위헌의 소지가 있고, 법체계상 상호모순되거나 실무상 문제점이 발생할 것이 확실한 점이 있다"며 우려를 공식 표명했다.

조 의원은 "이번 검수완박법은 검찰의 특수수사와는 무관한 국민 민생과 직결된 경찰 송치사건에 대한 보완 수사를 포함한 형사소송법상 검사의 수사권 일체를 박탈했다"며 "반면 그 권한을 사법경찰관에게 독점적으로 부여하는 방식의 수사권조정안을 통해 국민들에게 나아지는 것이 무엇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미 비대화된, 앞으로 더 비대해질 경찰을 견제하고 국민의 인권과 재산을 보호할 장치를 굳이 거둬들이려고 시도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금번 검수완박법의 개정은 검찰의 선별적 수사와 자의적 기소를 막기 위한 6대 중대범죄 수사권의 이관에 한정하고, 기존 형사사법 체계의 근본적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개정은 충분한 논의와 검토를 거쳐 국민적 지지와 후원 속에 추진될 수 있도록 동료 의원들의 총의를 모아달라"고 호소했다.

김 전 의원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번 검찰청법과 형사소송법 개정안에 대해 심히 우려된다"며 "국가의 형사사법 체계에 대대적인 변화를 가져올 이러한 법안에 대하여 충분한 논의 과정 없이 국회 의석수만으로 밀어붙이는 것은 형사법 체계의 큰 혼란과 함께 수사 공백을 가져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여영국 정의당 대표는 "이렇게 해서는 검찰 권력에 대한 민주적 통제의 동력을 얻기는커녕 검투사 한동훈을 불러 사생결단의 진영대결만 심화시킬 뿐"이라며 대신 국회 논의 기구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국민의힘은 검수완박 입법을 "헌정사의 오점"이라고 맹비난하며 박병석 국회의장을 향해 "문재인 정권이 임명한 검찰총장과 친정권 검사들마저 모두 직을 걸고 반대하고 있는 검수완박 법안을 꼭 막아달라"고 촉구했다. 조수진 최고위원은 “비리를 덮기 위한 부끄러운 방탄 입법, 대선 패배 이후 브레이크가 완전히 고장 난 민주당의 입법 폭주에 대해 입법부 수장의 권위 있고 책임 있는 태도를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은 검수완박을 민주당의 권력형 범죄를 은폐하기 위한 시도로 규정했다. 또 중대범죄를 어디서 다룰지부터 논의해야 한다며, 자신 있으면 공개 토론으로 국민 앞에서 시비를 가려보자고 맞불을 놨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검수완박은 국민이 피해를 보는 국민독박이고 범죄자만 혜택을 보는 죄인대박이다. 반헌법 반법치 반민생의 악법을 막기 위해 국민의힘은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 싸우겠다"고 결의를 다졌다.

이같은 '강대강' 대치 전선은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 지명으로 더욱 심화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 대해 '암덩어리' 등 가시 돋힌 비난을 퍼붓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을 향해서는 최측근인 한 후보자를 법무장관 후보로 발탁한 것은 협치를 포기한 행위라면서 지명 철회를 압박하고 있다.

172석의 더불어민주당이 당론으로 의결한 현 정부 임기 내 ‘검수완박’ 강행에 맞서는 모양새를 보이며 ‘협치’는 물 건너간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검찰 출신 한 후보자 발탁은 윤 당선인이 검찰에 대한 장악력을 높이는 한편 문재인 정부에서 역할이 축소된 검찰이 힘을 되찾는 기제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특히 법무부 장관은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른 특검(상설 특검)법'에 따라 특검을 직권 발동할 수 있다. 각계의 반대에도 '검수완박'을 밀어붙이는 속내 중 하나로 꼽히는 '문재인·이재명 보호'에 빨간불이 켜진 셈이다.

민주당은 실질적인 2인자, 문고리 소통령, 국정농단의 전조라고 공격하며 화력을 집중했고, 정의당도 검찰공화국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다며 지명 철회를 촉구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한 후보자가 더이상 조선 제일검이 아닌 정무직 공무원이라며 실력 위주의 인선이라고 방어막을 폈다.

어쨌든 차기 정부가 출범도 하기 전에 기를 꺾겠다고 달려드는 쪽이나 이에 정면으로 맞서는 모양새를 마다하지 않는 쪽이나 부적절하기는 마찬가지로 이를 바라보는 국민으로서는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윤 당선인은 이번 인선이 수사와 재판, 기획 업무 능력을 고려한 것으로 절대 파격 인사가 아니라고 강조하지만, 자신의 최측근 중 한 사람이란 점에서 왜 꼭 그여야 했냐는 의문이 제기된다.

민주당의 검경수사권 분리 입법독주와 이에 맞불을 놓은 윤 당선인의 예상을 뛰어넘은 독단인사에 국민의 눈길이 곱지 않은 건 사실이다. 산적한 민생법안은 팽개친 채 극단의 대립으로 치달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당장 18일 국회 법사위 소위 개최로 검수완박 법안 처리 움직임이 가시화된 데다, 오늘(19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를 시작으로 25~26일 한덕수 총리후보자 등 인사청문 정국이 본격화되면서 여야간 대치전선은 더욱 가팔라질 전망이다.

한편 이상돈 전 의원은 18일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자기는 말로 통합을 하고 어쩌고 했지만 완전히 파당적인 대통령으로서 끝을 맺는 것"이라며 '검수완박' 법안 거부권 행사를 조언했다.

중앙대 법대 명예교수인 이 전 의원은 이날 YTN 라디오 인터뷰에서 "대통령 임기 끝에 집권당이 선거에서 패배한 경우에 국회 다수당에 중요한 법안을 일방적으로 통과시키고 또 임기 종료 초읽기에 들어간 퇴임하는 대통령이 이 법에 서명하게 되면 이 법을 집행해야 할 새로 들어서는 대통령의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기회를 박탈하는 거 아니냐"며 "헌법 체제에 매우 어긋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 하는 게 정치라고 볼 수가 없다. 극한 대립으로 가는 것이고 국민들이 피해를 보는 것"이라며 "대통령 선거에서 패배하게 되면 집권당이 패배한 거 아니냐. 단임 대통령이지만 다음 대통령한테 권력을 이양해 주는 것으로 그쳐야만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다음 대통령한테 완전히 재를 뿌리는 것이고 정국을 파국으로 몰고 간다고 본다"며 "더불어민주당이나 또 문 대통령이나 마지막 순간에 중단해야 한다. 여기서 그만둬야 한다"고 했다.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의 자녀 경북대 의대 편입학과 병역 특혜 의혹이 당사자 기자회견에도 일파만파다. 정 후보자가 “어떤 부당한 행위도 없었다”고 주장하고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측이 옹호 입장을 낸 데에 신문들은 일제히 정 후보자와 윤 당선자를 모두 비판했다.

정 후보자는 17일 기자회견을 열어 “지위를 이용한 어떠한 부당행위도 없었다”며 자녀의 의과대학 편입 및 및 아들의 병역 4급 판정 관련 의혹을 모두 부인했다. 그러면서 편입 과정에 대한 교육부 조사와 아들의 병역진단을 자청했다. 윤 당선자는 같은 날 정 후보자를 둘러싼 논란에 “부정의 팩트가 확실히 있어야 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고 배현진 당선인 대변인이 밝혔다. 아직 거취를 결정할 단계가 아니라는 얘기다.

조선일보는 “윤 당선인이 불법이 확인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의혹투성이의 40년 지기를 계속 감싸고 돈다면 이번엔 민심이 윤 당선인을 향해 회초리를 들 것”이라고 했다.

이 신문은 "정 후보자의 두 자녀가 동시에 아버지 근무 병원에서 편입 스펙을 쌓은 뒤 아버지 재직 의대에 편입한 것을 두고 이른바 ‘아빠 찬스’를 쓴 게 아니냐는 의혹을 갖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며 "더구나 조국 비리를 수사한 사람이 윤 당선인이라는 점에서, 의혹의 당사자가 당선인의 ‘40년 지기’라는 점에서 더욱 엄격한 잣대로 이번 사건을 바라보고 처리할 필요가 있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고 했다.

한겨레는 1면에서 “윤 당선자가 정 후보자 본인의 주장과 항변에만 기대어 지명 철회에 선 긋는 것은 ‘내로남불’이라는 비판도 있다”며 “‘조국 사태를 연상시킨다’는 우려가 국민의힘 안팎에서도 빗발치는 상황인데도 윤 당선인은 ‘조국과는 다르다’고 항변하는 모습”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정 후보자의 자녀 특혜 의혹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다. 정 후보자 자녀들은 후보자가 경북대병원 병원장과 진료처장(부원장급) 재직 시절 경북대 의대에 학사 편입학했다. 해당 전형 자기소개서에서 두 자녀 봉사활동이 ‘아빠 직장’에서 이뤄졌고, 아들은 학부 시절 논문 공저자로 이름을 올렸다.

딸의 편입 구술고사 때엔 지인 3명이 들어간 고사에서만 모두 만점을 받아 이것이 당락을 갈랐다. 아들이 2015년 경북대 공대에서 19학점을 들으며 주 40시간 학생연구원으로 일했다는 경력 부풀리기 의혹도 있다. 아들은 2015년 척추협착으로 사회복무요원 판정을 받기 전후로 각각 1년 9~10개월간 관련 진료를 받은 적이 없는 점이 의심을 사고 있다.

아무튼 미국의 고인플레, 우크라이나 사태, 중국의 경기하강 등 우리 경제를 둘러싼 환경이 악화하고 있는 현실에서 ‘협치(協治)’가 실종되고 ‘정쟁(政爭)’이 첨예화된다면 그 피해는 오롯이 국민의 몫이 될 것이다.

다음 달부터 여야 입지(立地)가 바뀌는 양당은 국민을 맨 앞에 두고 서로 한 걸음씩 양보하는 정치적 미덕을 보이길 바란다. 민주당은 검수완박 강행을 완전히 포기하고, 윤석열 당선인은 한동훈 법무부장관 후보자 카드를 철회하고,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를 교체하는 ‘빅딜’도 하나의 방안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다. 무릇 오기(傲氣)와 성급함은 패착(敗着)의 지름길이기 때문이다.

‘유능제강(柔能制剛)’이라 했다. ‘부드러움이 강함을 이긴다’는 말이다.

너무 억세면 부러지기 쉽다. 운동도, 인간관계도, 정치도...

양당 모두 강공(强攻) 드라이브로 마이웨이를 고수하다가는 당장 6.1 지방선거에서 국민들의 매서운 심판에 직면하는 역풍(逆風)을 맞을 수 있다는 점을 명심했으면 한다.

그러기에 상생(相生)을 위해 더 늦기 전에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자세로 한 발짝씩 양보하고 협치하는 대인배(大人輩)정치를 펼쳐야 한다. 심사숙고 자중자애하지 않고 막무가내로 치닫는 폭주 기관차를 당장 멈춰야 한다는 얘기다.

여야를 막론하고 지금 정국을 원만하게 풀어갈 생각을 해야지 극한 대처를 해서 얻을 게 뭐가 있겠는가.

국회는 여당과 야당이 절충과 타협을 통해 국민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국민에게서 위임받은 입법권을 행사해야 한다. 다수결 원리는 절충과 타협을 전제로 한 의사결정 방법에 지나지 않는다.

다수결이 악용되는 순간 민주주의는 다수의 독재로 변질하기 때문이다.

공도동망(共倒同亡)이 아니라 공존공영(共存共榮)해야 하지 않겠는가.

제발 여야 모두 비록 전투에선 이길지 몰라도 전쟁에선 패배하는 어리석음에서 벗어나길 간절히 염원한다.
투데이코리아는 언제나 독자 여러분들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투데이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