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은경 작가
▲ 조은경 작가
드디어 동림원이 개원을 알렸다. 많은 손님을 모시고 정식으로 개원하는 것은 1년 후로 미뤘지만 이제까지 준비해온 대로 일단 개원하기로 마음을 굳힌 것이다. 동네 이웃 분들과 몇몇 가까운 친지로만 말이다. 날짜가 4월 9일 토요일로 정해짐에 따라 많은 일들이 바쁘게 이뤄졌다.
 
안내판이 개원 이틀 전에 도착했다. 총 19개의 안내판을 정해진 장소에 고정하기 위해 두 대의 차량과 세 명의 인부가 움직여야 했다. 포클레인이 땅을 파면 인부들이 적당한 깊이에 정확한 방향으로 안내판을 꽂은 후 시멘트와 물을 섞어 고정한다. 다음 포클레인이 흙을 덮는다. 길에서 작업할 때는 차도에서 차량의 방향을 인도하는 직원이 한 사람 더 필요했다. 운전사 대부분이 직원의 인도에 따랐지만 직원을 칠 듯 아슬아슬하게 달려왔다가 차선을 바꾸는 고약한 사람들도 있어 내가 다 가슴이 서늘해졌다.
 
동림원 중앙에 고정할 안내판의 문구를 위해서 여러 사람의 자문을 받아가면서 고심했다.

-과일나무 정원 동림원 여기는 다채로운 과일나무와 아름다운 꽃들이 자라는 동림원입니다. 누구나 무료로 입장해 즐길 수 있습니다. 이곳을 사랑하게 될 고운 마음의 주인공이 당신이면 좋겠습니다. 안전에 주의하시면서 오늘 하루 즐겁게 보내세요-

문구가 마음에 드시나요?
 
동네 분들에게 상당히 비싼(?) 도시락을 제공한 후 시작한 소박한 행사 중 내가 몇 마디 말을 할 기회가 있었는데 얼마 전에 들었던 감명 깊은 이야기를 하기로 했다.
 
이 정원은 아직 어립니다. 앞으로 씩씩하고 풍성하게 자라기 위해서는 물을 주고 영양을 주고 전정을 해 주고 약을 쳐 주는 힘든 일이 필요합니다. 그 일을 돕기 위해서 100명 이상의 후원자가 동림원과 함께 합니다. 이곳을 방문해서 즐기는 모든 분들이 후원자들 이상으로 이 정원을 아끼고 사랑해 주길 바라는 마음에서 제가 조금 전에 들었던 이야기를 하나 해 드리겠습니다.
 
이교수란 분이 있습니다. 그 분은 평범한 한국인으로 아파트에 삽니다. 엘리베이터 안에서 마스크를 쓴 채 음울하게 시간을 죽이는 이웃에게 밝은 인사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아니 엘리베이터 안에서 뿐 아니라 길 가에서 만나는 모든 분들에게도 인사를 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처음에는 어색해하고 쌩뚱맞아 했지만 결국 분위기가 바뀌면서 모두 환하게 인사하는 이웃이 되었다고 합니다. 이 단순한 이야기가 우리 동림원의 신화가 될 것입니다. 이곳을 방문하는 모든 분들이 동림원을 사랑하게 되고 말거라는 얘깁니다. 왜냐구요? 그 분들 모두가 마음이 고운 사람들이기 때문이죠.

-이곳을 사랑하게 될 고운 마음의 주인공이 당신이면 좋겠다-고 제가 안내판에서부터 매직을 걸지 않았나요?

그 매직 때문에 여기 동림원에 오는 사람들은 모두 착하고 선한 사람들이 되는 겁니다. 아이들하고 같이 온다면 더 그럴 것 같습니다.

매직은 벌써 그 효용을 발휘하기 시작했습니다. 동림원은 동원과 서원으로 나뉘어져 있는데 설계하다 보니 -소설가의 꽃밭-과 -시인의 꽃밭- 두 장소가 모두 동원에 있습니다. 그래서 서원이 너무 한적하게 될 것 같아 신경이 씌었습니다. 그런데 그런 서원에 연못을 만들면 어떠냐고 제안한 분이 있었습니다.

-연못?- 그러면 물고기도 있어야 하는 것 아냐? 또 수생 식물도 있어야 하고?

걱정이 되었습니다. 생각해 보니 그냥 연못이 아니라 연못으로 흘러 들어가는 물에 발을 담근다면 시원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7~8 미터 길이의 족욕탕을 만들려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족욕탕은 순전히 제 아이디업니다. 그래서 개원하는 날 전까지 열심히 만들었답니다.
 
이제 연못을 제안한 분이 족욕탕 옆, 한 쪽으로 깊이 50센티 정도의 어린이 수영장을 만들자고 하네요. 자기가 다 만들어 주겠다는 겁니다. 아니, 이럴 수가? 그 수영장은 네모나서는 안 될 것 같아요. 뭉게구름을 닮은 모습으로 둥글게 만들어 달라고 해야겠어요.
 
이게 매직이 아니고 뭐겠습니까? 동림원은 앞으로도 매직을 현실로 만들려는 분들이 만들어 나갈 것 같습니다. 전망대 겸용이 될 2층 누각을 만들어 주겠다는 또 다른 후원자도 나타났거든요.
 
내 이야기가 너무 길었는지 모르겠다. 남편이 와서 다른 분이 축사를 하시겠다고 말해주는 바람에 그제서야 그쳤으니 말이다. 언제라도 동림원에 대해서 말한다면 또 끝없이 자랑을 늘어놓을지 모른다.
 
동림원이 끝에서 끝까지 다 보이는 평지라는 점도 아이들에게 안전한 이점이 될 것이다. 그래도 정원 중간에 있는 관리실 4면에 캡스를 설치할 생각이다.

혹시라도 이곳에서 잃어버린 아이를 찾는 일 같은 것은 없어야 하기 때문이다.
 
20 종류의 과일 나무가 띄엄띄엄 나무 그대로의 모습을 보이며 자라기 때문에 정원에는 빈 공간이 많다. 정원의 바닥에 작년 가을 50킬로의 클로버 씨앗을 파종했다. 하지만 그것으로 부족한지 개원하는 날까지 냉이 꽃이 하얗게 마치 메밀꽃이 핀 듯 만개했다. 너무 아름다워서 깎을 생각을 할 수가 없었다.

그대로 둬야지, 손님들에게 냉이 꽃밭을 선물해야지 했었는데 마지막 순간에 마음을 바꿨다. 꽃대의 키가 너무 커져서 발목을 넘어섰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혹시 뱀이라도 나올 경우 보이지 않아 위험하다. 그래서 개원하기 바로 전날 전부 깎았다. 아까웠다. 그런데 신기하다. 개원한 다음날부터 이번에는 땅에 바싹 붙은 노란 민들레꽃들이 환하게 정원 바닥을 장식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동림원의 -매직-은 계속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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