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태문 취재국장
▲ 김태문 취재국장
중국 배터리 산업이 한국을 바짝 뒤쫒고 있다. 세계 최대 규모의 배터리 기업인 CATL의 지난해 전기차 배터리 점유율이 32.6%를 기록하면서 국내 배터리 3사를 합친 점유율 30.4%를 넘어섰다. 중국 주요 5개 배터리사의 시장 점유율은 2020년 35.7%에서 올 1~2월 55.2%로 크게 증가했다. 세계 전기차 시장 성장에 따라 배터리 수요가 급증한 가운데 배터리 제조사들의 ‘원재료 확보전’도 시작됐다는 분석이다.
 
중국과 한국의 ‘배터리 전쟁’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은 지난달 나왔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달 14일(현지 시각) 인도네시아 국영 광산회사 안탐(ANTAM) 등과 배터리 공급 체인 구축 협약을 체결했다. 10조원을 투자해 원자재 채굴에서 배터리 양극재와 셀 제조에 이르는 ‘배터리 체인’을 구축한다는 내용이다. 인도네시아는 배터리 양극재의 핵심 재료인 니켈의 매장‧채굴량 세계 1위 국가다. 동남아 전기차 시장의 핵심 거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그런데 같은 날 중국 CATL도 안탐과 7조원을 투자해 배터리‧전지재료‧폐배터리 재생 공장을 짓겠다는 대규모 공동사업 계획을 발표하면서 한국 배터리 업체와 전면전에 나섰음을 선포하는 모습이 연출됐다. 중국 내 생산과 수주에 집중해온 CATL이 사실상 중국 밖으로 진출하겠다는 ‘출정식’이나 다름없었다. CATL은 LG에너지솔루션의 최대 라이벌이다.
 
중국이 한국 배터리 산업을 바짝 뒤쫒고 있는 것은 리튬‧코발트‧니켈 같은 배터리 핵심 소재 시장을 이미 장악했기 때문이다. 중국의 주요 배터리 원자재 업체들은 남미와 아프리카 등에 리튬 광산을 소유한 영국·네덜란드 채굴 업체를 인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리튬 광산에서 값싸게 원자재를 공급받을 수 있는 만큼 원자재 값이 급등할수록 중국은 앞으로 가격 경쟁력에서 유리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국내 기업들은 부랴부랴 공급망 다변화에 나섰지만 불안한 모습이다. 완성차·배터리 업체들은 중국의 ‘코로나19 봉쇄’와 글로벌 원재료 가격 급등으로 공급망이 경색되자 공급망 새 판짜기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정부 차원의 지원 없이는 힘들 것이다. 사실상 국가 대항전인 배터리 전쟁에서 기업이 직접 원료 확보전에 뛰어든다는 것은 총으로 싸우는 전쟁에서 칼 들고 나서는 격이다.
 
중국의 배터리 산업이 급성장하고 있는 발판은 무엇보다 중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요인이 크다. 중국은 배터리 산업을 육성하는 가운데 국가전략 차원에서 원자재 확보 투자를 해왔다. 중국의 배터리 업체들은 정부의 각종 보조금을 등에 업고 그동안 쌓아온 막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해외 설비 투자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는 것이다.
 
우리 정부도 K-배터리, 희소금속산업 발전대책 2.0을 내놓는 등 국가경쟁력인 배터리 산업 지원을 위해 나서고 있는 상황이지만 ‘세계 배터리 전쟁’에 대응하기엔 부족해 보인다. 급속도록 성장하고 있는 세계 배터리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제3세계를 대상으로 한 ‘자원 외교’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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