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경제 교란하는 직권남용, 배임 폐해 심각

▲ 김성기 부회장
▲ 김성기 부회장
문재인 정권 퇴임과 함께 탈원전 정책은 즉각 청산 수순에 접어들었다. 문 전 대통령이 2017년 취임한 이후 탈원전 정책에 따라 월성 1호기가 조기 폐쇄됐고 신한울 3·4호기를 비롯한 원전 6기 건설도 백지화됐다. 설계수명이 끝나는 기존 원전 10기는 차례로 폐기하기로 했다. 그러나 탈원전은 원전 위험성을 극도로 부풀린, 공포에 기반한 비과학적인 정책으로 안정적인 에너지 수급을 원하는 시장 요구에 역행한다는 반발이 거세게 일었다.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과 안전성을 확보한 국내 원전기술을 외면하고 경제성이 떨어지는 신재생 에너지에 매달려 원전을 고사시킨다는 비판이 따랐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부분 국민이 반대하는 탈원전 정책을 폐기하겠다는 선거공약을 제시했다. 당선 이후 탈원전 이전으로 돌아가는 원전 활용 이행계획서를 만들어 신한울 3·4호기를 2025년 상반기에 착공하겠다고 밝혔다. 또 내년 설계수명이 만료되는 고리 2호기를 비롯해 원전 10기의 연장운영을 확정할 방침이다. 탈원전과는 정반대의 수순이다. 원전 수출을 돕기 위해 체코 등 수출 가능성이 보이는 국가의 재외공관을 ‘원전수출거점공관’으로 지정키로 했다.
 
얼핏 윤 대통령이 집권하면서 혹독했던 동면기는 지나가고 원전산업의 모든 분야가 정상으로 돌아오는 새봄이 온 듯 느껴진다. 그러나 이는 정부가 구상한 일정상의 원전 활용방안일 뿐 시장이 보는 탈원전 청산과는 거리가 멀다. 지난 5년간의 무모한 탈원전 정책으로 국내 전력산업의 공급기반이 심각하게 왜곡돼 한국전력은 존폐를 걱정할 정도로 심각한 경영위기에 직면했다. 한전의 올 1분기 적자가 7조8000억원을 기록해 작년 한 해 적자 5조8600억원을 넘어섰다. 탈원전에 맞추기 위해 원전 비중을 낮추고 생산 원가가 비싼 LNG와 석탄발전 비중을 높인 탓이다. 한전은 최근 ㎾h당 평균 202원에 전력을 사들여 122원에 판매하는 등 갈수록 적자 폭이 확대하는 구조다. 여기에다 국제유가 등 에너지 시장의 인플레이션으로 원가상승 압력이 높아져 연말 적자폭이 30조원에 이를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이 나온다. 한전의 누적 차입금은 이미 50조원을 넘어서 회사채발행마저 난관에 빠졌다.
 
왜곡된 전력산업을 정상화하려면 연료비 연동제를 적용, 전기료를 상당폭 올리거나 적자를 세금으로 보충할 수밖에 없다. 어느 경우라도 국민에게 부담이 떠넘겨지게 마련이다. 탈원전과 함께 그동안 원전 수출도 사실상 중단돼 국내기업의 해외진출이 막히고 기술인력까지 유출되는 폐해를 초래했다. 탈원전 청산은 시장경제원리가 뒤틀려 경쟁력을 잃고 생태계가 허물어진 전력산업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 힘겨운 과제다. 이를 위해 원전 건설과 활용 계획서를 다시 수립하는 작업은 기본이고 전력산업을 되살릴 수 있는 확실한 신호를 시장 참여자들에게 보낼 필요가 있다. 전력산업을 정부와 공기업의 자의적인 개입에 좌우되는 밀폐된 시장이 아니라 민간기업의 참여와 투자가 보장되는 경쟁시장으로 분명히 각인시켜야 한다.
 
탈원전 청산은 지난 5년간 잘못 갔던 길에서 빠져나가는 시행착오의 수정만이 아니라 시장 왜곡을 바로잡고 재발 방지까지 염두에 둔 대책이어야 한다. 탈원전국정농단 국민고발단과 원자력살리기 국민행동 등 시민단체 및 동조자들은 문 전 대통령이 월성 1호기 조기폐쇄와 신규 원전 백지화를 위해 직권을 남용했다고 주장, 퇴임 직후 대전지검에 고발했다. 대전지검은 이미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채희봉 전 청와대 산업정책 비서관, 정재훈 한국수력원자력 사장 등을 월성 1호기 경제성 평가와 관련한 직권남용과 업무방해, 배임 등 혐의로 기소했다. 이와 별도로 서울동부지검은 백 전 장관이 재임 당시 탈원전 추진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산하 기관장들에게 부당한 인사압력을 행사하는 등 직권남용 혐의가 있다고 보고 그가 근무 중인 한양대 연구실과 자택을 대상으로 압수수색 했다.
 
정책판단의 오류를 위법행위로 처벌해야 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을 수 있다. 판단 오류를 무능한 행위로 보아 비난하고 도덕적 윤리적 책임을 따질 수는 있으나 법률상 처벌은 무리라는 주장이 제기된다. 탈원전의 경우 자칫 정치적 보복으로 비칠 우려도 없지 않다. 그러나 판단의 오류가 아니라 정책을 집행하는 과정에 부당하게 개입해 직권남용이나 배임 등 위법행위를 했다면 처벌이 당연하다. 대전지검이 백 전 장관 등을 기소한 배경이다.
 
에너지 수급이 걸린 전력산업에 위법한 개입이나 배임 행위가 있었다면 왜곡된 시장을 바로잡아 민간 투자를 보장하고 국민 부담을 줄이기 위해 엄정한 수사가 있어야 마땅하다. 시장에 보내는 가장 중요한 신호가 바로 확실한 탈원전 청산이다. 시장경제의 공정경쟁을 해치는 직권남용과 배임은 그 피해가 불특정 다수에게 미치는 심각한 범죄행위이다. 탈원전 청산이 엄정해야 시장이 제대로 작동, 원활한 투자가 이뤄지고 인력 수급을 보장할 수 있다. 합당한 근거와 과학적 분석도 없이 혹세무민(惑世誣民)하는 주장을 공직자들부터 배격하도록 경계해야 한다. 탈원전은 학계와 전문가들이 거부하고 국민 여론까지 반대한 정책을 정권 차원에서 밀어붙인 실패작이었다. <투데이코리아 부회장>
 
필자 약력
△전)국민일보 발행인 겸 대표이사
△전)한국신문협회 이사
△전)한국신문상 심사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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