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현채 주필
▲ 박현채 주필
약 15년 만에 처음으로 두 달 연속 기준금리가 인상됐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는 26일 이창용 한은 총재 취임 후 처음 열린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1.75%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이는 10여 년 만에 처음 겪을 만큼 인플레이션이 심각한 수준인 데다 물가 상승 기대 심리 또한 무척 높기 때문이다. 게다가 미 연준이 내달 열리는 FOMC 회의에서 빅스텝을 밟아 기준금리를 0.5%포인트나 대폭 인상할 것이 확실시되는 것도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
 
기준금리를 인상하면 성장 둔화가 우려된다. 하지만 물가 상승 압력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외국인 투자자들의 자금 이탈과 원.달러 환율의 급등을 막기 위해 기준금리 인상이 단행됐다. 성장 둔화보다는 물가를 잡는 것이 더 시급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4월 소비자물가지수는 국제 에너지 가격 급등과 공급망 차질 등으로 작년 같은 달보다 4.8%나 뛰었다. 13년 6개월 만에 최고 기록이다. 또한 소비자가 예상하는 1년 뒤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뜻하는 5월 기대인플레이션율도 3.3%로 9년 7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기대인플레이션율이 높을수록 향후 물가가 더 오를 것으로 예상한 경제주체들의 소비가 촉진돼 물가 상승을 부추길 우려가 있다.
 
일각에서는 조만간 발표될 5월 소비자물가가 5%로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다른 선진국에서는 대부분 잡히고 있으나 우리나라에서는 물가통계에 반영되지 않고 있는 ‘자가 주거비’ 등을 포함시킬 경우 실제 물가상승률은 7%대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한은은 이러한 고물가 추세를 반영, 올해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 전망치를 3.1%에서 4.5%로 대폭 올리고 성장률은 3.0%에서 2.7%로 낮췄다.

이번 기준금리 인상으로 내달에는 연 3%대의 정기예금 최고금리가 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가장 높은 정기예금 금리를 주는 곳은 저축은행 2곳으로 2.95%의 금리를 적용하고 있다. 하지만 6월 중순경에는 3%대 정기예금이 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5대 시중은행 등 일반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 상풍의 평균 금리도 현재는 연 1.99%에 불과하나 2% 대로 올라 뭉칫돈이 정기예금으로 몰리는 현상이 가속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은행은 27일부터 22개 정기예금 상품과 16개 적금 금리를 최대 0.4%포인트 올린다고 밝혔다.
 
하지만 대출금리는 더 빠르게 상승, 빚 많은 가계와 기업들의 어려움이 가중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에 기준금리가 0.25% 인상됨에 따라 가계의 이자 비용이 3조 원 이상 증가하고 기업부담도 2조 7000억원 더 늘어나게 됐다. 특히 수익성이 좋지 않은 기업, 특히 중소기업들이 최악의 상황으로 내몰리면서 영업이익으로 대출이자도 못 갚는 한계기업들이 속속 등장할 것으로 우려된다. 코스닥에 상장된 중소기업 가운데 한계기업은 지난해 기준으로도 무려 39.1%나 된다.

이러한 좀비기업들도 코로나 19 팬데믹 기간 중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과 저금리 기조에 힘입어 그럭저럭 버틸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시중 유동성 감소로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우려된다.
 
통상, 금리인상의 정책 효과는 6개월 이상의 시차를 두고 나타난다. 따라서 연말은 되어야 이번 금리 인상이 실질적인 효과를 나타낼 것으로 예상된다. 게다가 이번에 올린 기준금리 1.75%는 아직도 낮은 수준이다. 따라서 부동산 등 실물자산에 대한 영향은 거의 없을 것으로 사료된다.
 
하지만 예상대로 올해 연말께 미국과 한국의 기준금리가 2%대를 넘어설 경우 전세가 등이 본격적인 타격을 받기 시작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중에서 거론되는 연말금리 연 2.25~2.5% 예상이 합리적이라는 이 총재의 발언 등으로 미루어 한국의 기준금리도 이 수준까지 오를 것이 확실시된다.
 
현재 서울 등 전국에서 거래되는 주택의 전세금을 월세로 환산하는 금리는 4% 정도이다. 그런데 기준금리가 2%대로 높아지면 금융회사의 전세대출금리가 4%나 그 이상으로 올라가 월세 대비 전세대출 이자의 장점이 사라진다. 그러면 전세대출 수요가 월세로 전환돼 전세 수요공급의 역전현상이 발생, 역전세난이 전개된다. 이는 전세금 하락을 불러오고 결국은 주택담보대출 금리의 상승과 연계되면서 부동산 매입 수요 급감과 집값 하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러한 예상이 가능한 것은 집값 폭등 기간 중 현금을 보유한 무주택자들 대부분이 주택을 이미 구입, 전세 계약 중 전세대출 비중이 현재 매우 높아진 상태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전세 공급자 상당수가 갭투자자라는 점도 이같은 예상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투데이 코리아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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