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자부담 폭증, ‘영끌’ 벼랑 끝 몰려

▲ 김성기 부회장
▲ 김성기 부회장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 국제정세 불안에 수입물가가 뛰고 환율과 금리까지 치솟아 경제운용에 초비상이 걸렸다. 정부는 코로나 방역 정책의 영향으로 피해를 본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을 살려야 한다며 나라 곳간을 다시 열었고 한국은행은 물가를 잡기 위해 기준금리를 두 달 연속 올렸다. 정부는 지원금 풀고, 한국은행은 돈줄을 조이는 엇박자 속에 물가는 무섭게 치솟아 가계를 짓누르고 있다. 정부는 최근 민생 안정을 위한 긴급대책으로 식용유와 돼지고기 등 수입식품과 나프타 등 원자재 관세율을 내리고 김치 된장 등 단순가공식품 부가가치세를 면제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우선 가능한 수단부터 서둘러 동원했으나 워낙 해외에서 밀려드는 파고가 높아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거듭 인상, 유동성을 조이고 인플레이션 차단에 나섰다. 그러나 코로나 확산 이후 전·현 정부가 추진한 확장 재정 속에서 물가를 잡기 위한 가파른 금리 인상은 자칫 감당하기 어려운 파장을 불러올 우려가 있다. 당장 어렵게 빚을 내고 온갖 돈을 끌어모아 집을 장만한 이른바 ‘영끌’ 가계의 상당수가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의 급격한 상승에 패닉상태로 내몰렸다. 한국은행은 사상 최저수준인 연 0.5%까지 낮췄던 기준금리를 지난해 8월부터 5차례 걸쳐 연 1.75%까지 끌어 올렸다. 시중은행이 자금조달비용에 가산금리 등을 더해 책정하는 주담대출 금리는 변동형이 6%대, 고정형은 7%대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대략 4억원을 대출받아 집을 산 가계는 매월 은행에 내는 이자만 150만원 선으로 치솟아 허리가 휠 지경이라는 한다. 은행별 상담창구와 온라인 게시판에는 급등한 이자에 생활고를 걱정하는 ‘하우스 푸어’의 사연들이 줄을 잇는다. 5대 시중은행의 주담대출 평균 금리는 2019년 말 3.05%에서 올 3월 4.17%로 올랐다. 이를 차주들의 평균 대출잔액 9382만원에 맞춰 계산하면 월 이자가 같은 기간 21만4000원 선에서 32만6000원 선으로 52% 급등했다. 반면 평균 가구소득은 428만4000원 선에서 482만5000원 선으로 12% 증가에 머물렀다. 금융감독원이 더불어민주당 진선미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주담대출에 신용대출, 전세대출 등을 더한 가계대출 총액은 올해 3월 기준 1869조1950억원에 달한다. 한국은행이 물가잡기에 치중해 기준금리를 가파르게 인상하고 시중은행들이 이에 맞춰 변동금리를 잇달아 올리면서 가계대출의 부실화 우려가 커졌다는 계산이다.
 
한국부동산원 집계를 보면 지난해 서울에서 20~30대가 사들인 아파트는 2만730가구로 전체 거래량의 41%에 이른다. 이들 세대의 지난 연말 기준 가계대출은 475조8000억원. 부실화 조짐을 보이는 20대와 30대 취약차주의 연체율이 크게 늘었다. ‘영끌’ 가계들은 당국이 시중은행 대출을 규제하자 금리가 더 높은 저축은행 등 2금융권에서도 대출받아 집을 샀다. 금리 상승 압력에 매우 취약한 구조다.
 
정부의 대출관리 강화와 금리인상 영향으로 주택거래가 눈에 띄게 줄고 집값 상승세가 주춤해졌다. 그러나 이를 시장이 안정세로 접어들었다고 보기에는 아직 이르다. 금리 충격에 거래가 비정상적으로 감소하고 시장 양극화가 심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금리가 더 오르면 20~30대 가계를 비롯해 이자를 감당하기 어려워 집을 투매하는 현상이 나타날 우려도 없지 않다. 시장이 더 어려워지면 가계대출이 부실화하는 뇌관으로 작용할 위험을 안고 있다. 빠른 금리 인상이 시장에 미치는 위험을 완화할 수 있는 충격흡수 방안을 서둘러 추진해야 한다.
 
물가 관리는 금리 운용을 통한 한국은행의 통화관리 외에도 정부의 재정정책과 세제, 시장의 수급 등 다양한 경로로 이뤄진다. 정치권이 앞장서 재난지원금이나 각종 보조금을 풀어 재정을 방만하게 운용하는 시기에 금리만 올려 물가를 잡기에는 한계가 있다. 최근 물가상승은 코로나로 인한 경제난 극복을 이유로 정부와 정치권이 지원금을 남발한데다 금리를 낮게 운용해온 데 기인한다. 여기에다 우크라이나 사태와 기후변화 등으로 국제 곡물과 에너지 가격이 급등했다. 이자 부담이 급증해 생계가 어려워진 가계들은 코로나 이후 총선과 대통령선거, 지방선거를 앞두고 각종 지원금을 풀어 물가를 자극한 정부와 정치권이 금리에만 초점을 맞춰 가계에 부담을 돌린다고 반발한다.
 
금융당국과 한국은행은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빠른 금리인상을 민감하게 의식하기보다 국내 여건에 맞게 인상 폭과 속도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 연준은 8%대의 높은 미국 물가 상승률을 잡기 위해 지난 5월 기준금리를 0.75~1%로 끌어 올렸지만 국내 경제 여건과는 아직 차이가 있다. 한·미간 금리격차가 좁혀지거나 역전될 경우 자본 유출을 우려하는 시각이 여전하다. 그러나 그 영향은 제한적이고 경우에 따라 채권시장 유입이 증가하는 반대현상도 나타날 수 있다.
 
아울러 시중은행들이 대출금리를 산정할 때 적용하는 가산금리에 대해 금융당국의 철저한 감독이 요망된다. 대출금리는 은행의 자금조달비용을 반영한 코픽스(대출기준금리)에다 관리비용과 신용도, 거래실적 등을 감안한 가산금리를 더해 정해지는데 이런 과정에서 예대마진이 달라지는 계산이 나온다. 금리 인상기에는 대체로 예금금리 오름폭보다 대출금리 오름폭이 커져 예대마진이 벌어지는 현상이 나타난다. 이 때문에 은행 돈 쓴 사람들은 이자부담이 급증해 고생하는 사이 은행이 떼돈 번다는 불만이 팽배해 있다. 연내 예대금리차 공시제가 시행되면 은행별 가산금리를 비교해 볼 수 있겠지만 금융당국은 철저한 대출금리 분석을 통해 가산금리 책정에 따른 불만 소지를 미리 잠재워야 한다. <투데이코리아 부회장>

필자 약력
△전)국민일보 발행인 겸 대표이사
△전)한국신문협회 이사
△전)한국신문상 심사위원회 위원장
투데이코리아는 언제나 독자 여러분들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투데이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