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창영 기자
▲ 오창영 기자
에디슨모터스와의 인수합병(M&A) 투자 계약 해제로 고배를 마신 바 있는 쌍용차가 다시 한번 새 주인 찾기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번 기회를 경영 정상화의 초석으로 만들어야 하는 만큼 쌍용차는 어느 때보다도 절실하게 재매각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쌍용차는 법정 관리 졸업까지 갈 길이 바쁜 상황이다. 회생 계획안 가결 기한이 올해 10월 15일인 만큼 5개월도 채 남지 않은 기간 안에 인수자를 찾고, M&A 투자 계약을 체결해야 한다.

이에 쌍용차는 인수 예정자와 조건부 투자 계약을 체결하고, 공개 입찰을 통해 인수자를 확정하는 ‘스토킹 호스(Stalking Horse)’ 방식으로 재매각을 추진 중이다.

인수 예정자 선정은 이미 완료됐다. 지난달 13일 서울회생법원은 쌍용차의 신청을 받아 들여 KG그룹과 사모펀드 파빌리온프라이빗에쿼티(PE)가 꾸린 컨소시엄을 조건부 인수 예정자로 결정했다. 아울러 지난달 18일엔 쌍용차와 KG그룹 간 조건부 투자 계약도 체결됐다.

업계는 KG그룹이 쌍용차 인수 예정자로 선정된 것을 놓고 당연한 결과라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그간 KG그룹은 쌍용차 인수전에서 자금력이 가장 우수한 후보자라는 평가를 받아 왔다. 재무적 투자자(FI)를 다수 확보했기 때문이다.

앞서 KG그룹은 쌍용차 인수를 위해 계열사인 KG스틸홀딩스와 사모펀드 캑터스프라이빗에쿼티(PE) 간 컨소시엄을 구성했다. 캑터스PE는 2019년 동부제철(현 KG스틸) 인수 당시 KG그룹과 호흡을 맞춰 M&A를 성사시킨 바 있다.

여기에 인수 제안서 제출 마감 기한 전에 별도로 쌍용차 인수를 추진했던 사모펀드 파빌리온PE과 막판에 힘을 모으기로 하면서 자금 조달의 어려움을 크게 덜 수 있게 됐다.

다만 KG컨소시엄이 최종 인수 예정자로 낙점된 것은 아니다. 아직 공개 매각 절차가 남아 있어서다. 쌍용차와 매각 주관사인 EY한영회계법인(EY한영)은 이달 2일 본입찰을 위한 M&A 매각 공고를 내고, 이달 9일까지 인수 의향서를 접수키로 했다.

만약 이번 본입찰에서 입찰자가 없거나 조건부 인수 예정자인 KG컨소시엄보다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하는 입찰자가 없을 경우 KG그룹은 법원의 허가를 받아 최종 인수 예정자로 선정될 수 있다.

그러나 KG그룹과 마찬가지로 쌍용차 인수 의지를 내비쳤던 쌍방울그룹이 본입찰에 참여하겠다는 뜻을 밝힌 만큼 입찰자들 간 열띤 경쟁이 불가피할 것으로 점쳐진다. 최근 쌍방울그룹은 쌍용차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자금 조달 증빙, 향후 경영 계획 등을 대폭 보완해 본입찰에 응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친 바 있다.

혹여 또다른 새 입찰자가 등장해 쌍용차 인수전에서 다크호스로 부상하게 될 지도 모를 일이다.

예비 실사 등의 절차가 남아 있긴 하지만 이르면 이달 말 최종 인수 예정자를 선정한다는 게 쌍용차의 목표다. 나아가 다음달 M&A 투자 계약을 체결하고, 회생 계획안을 신속히 마련해 가결 기한(올 10월 15일) 전에 인가를 받는다는 구상이다.

계획대로 진행된다면야 바랄 게 없겠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 쌍용차는 ‘돌다리도 두드려 보고 건넌다’는 마음으로 재매각 절차를 신중하게 추진할 필요가 있다. 앞서 쌍용차는 에디슨모터스와 체결한 투자 계약을 엎고, 다시 원점에서 새 주인 찾기에 나서지 않았는가.

인수자 자질 검증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수차례 강조해도 부족하지 않다. 우선 쌍용차를 인수할 새 주인은 단연 우수한 자금 조달 능력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업계에 따르면 쌍용차 인수엔 1조원이 넘는 막대한 자금이 필요한 것으로 추정된다.

인수가 마무리된다고 해서 쌍용차의 경영 상황이 곧바로 정상화되는 것도 아니다. 계속기업으로 존속하기 위해선 운영 자금이 추가로 들어간다. 이에 인수자는 유동성이 넉넉하든지, 없다면 빌려서라도 마련할 수 있는 역량이 있어야 한다.

허나 자금 조달 능력만 뛰어나서도 안 된다. 새 주인의 자질은 무엇보다 책임감이 우선시돼야 한다.

국내 산업계에서 자동차 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실로 엄청나다. 하나의 완성차 업체에 의존하는 부품 업체만 해도 수백 곳이 넘는다. 날로 경쟁이 심화하는 글로벌 자동차 산업 내에서 국내 부품 업체들이 꾸준히 성장하기 위해선 완성차 업체부터 계속기업으로 존속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 쌍용차를 정상화하겠다는 책임감이 요구되는 대목이다.

게다가 쌍용차는 직접 고용 인력을 포함해 협력 업체, 관련 업계 종사자 등 약 20만 노동자들의 생존을 책임지고 있다. 쌍용차의 존폐에 국민 수십만명의 생계가 달려 있는 셈이다.

이를 고려할 때 쌍용차의 새 주인은 우수한 자금 조달 능력으로 경영 정상화를 서둘러 일궈내 협력 업체와 국민의 생존을 지켜내는 책임 있는 조력자여야 한다.

급한 일정을 맞추느라 빠르게 달리다 보면 정작 중요한 것을 보지 못하고 놓치기 일쑤다. 시간은 소요될 지언정 조금 천천히 가더라도 마땅하고, 안정적인 선택지를 고르는 것이 결과적으론 더 합당한 선택을 한 셈이 된다.

재매각 일정이 다급하다고 해도 아직 숨 고를 짬은 있다. 쌍용차는 ‘주마가편(走馬加鞭·달리는 말에 채찍질한다)’하기보다는 ‘발묘조장(拔苗助長·급하게 서두르다 오히려 일을 망친다)’을 교훈 삼아 신중한 자세로 최적의 새 주인을 찾는 데 힘을 쏟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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