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계 논란 노림수 차단해야

▲ 김성기 부회장
▲ 김성기 부회장
이복현 신임 금융감독원장의 경고가 맥을 제대로 짚었다. 취임 이후 처음으로 지난 6월 20일 은행장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이 원장은 “금리 상승기에 예대금리차가 확대되는 경향이 있다”며 ‘이자 장사’를 공개적으로 거론했다. 돈을 꾸어주는 ‘갑’ 입장에서 ‘을’ 입장인 가계를 상대로 이자 수입 무리하게 챙기려고 욕심부리지 말라는 경고였다. 금리를 보다 합리적이고 투명한 기준과 절차에 따라 산정해 운영해 달라는 원론적인 설명이 따랐다.
 
금융·회계 업무에 정통한 수사 검사 출신인 이 원장의 한마디는 반향이 달랐다. 최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잇달아 인상하면서 주택담보를 비롯한 가계대출 금리가 기업대출에 비해 빠르게 올라 원성이 잦았다. 가계대출 금리를 더 인상해 돈장사에 맛들인 것 아니냐는 금융소비자 불만과 언론 보도가 빗발쳤다. 그래도 버티던 은행들이 이 원장 간담회 이후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낮추고 예금 금리는 올리는 변화의 조짐을 보였다. KB국민과 신한 우리 하나 등 은행들이 주담대출 금리를 7% 아래로 낮추고 예금 금리는 소폭이지만 올리기 시작했다. 빚을 끌어안고 어렵게 아파트를 장만했다가 이자는 급등하고 집값은 떨어지는 곤경에 처한 ‘영끌’ 가계는 당연히 반겼다. 역시 강단 있는 원장은 다르다는 평가도 들렸다.

일단 대세에서 밀리면 알아서 수세를 취하면서 노련하게 틈을 노려온 금융계는 그래도 반격의 자락을 깔아두는 대비책을 잊지 않은 듯하다. 간담회 이후 이 원장의 경고가 관치금융으로 회귀하려는 구두개입이라는 논란이 일었다. 금융계의 논란이라는 게 대체로 밑도 끝도 없는 말로 바람을 잡은 다음 때가 되면 흐름 변화를 노리는 수순을 밟아 보고 아니면 잠복하는 식이다. 이 원장은 관치금융 논란에 대해 “시장의 자율적 금리조정 기능에 간섭할 의사는 없다”며 “은행의 공적 기능은 분명히 존재한다”고 밝혔다. 은행의 불합리한 금리 산정은 없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발언으로 들린다.
 
금리는 시장 자율 기능에 의해 책정하는 게 원칙이다. 다만 여기에는 자율 기능이 공정한 규정과 절차에 따라 움직여야 한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가계가 정보와 경제력, 선택대상 등에서 일방적인 약자일 수밖에 없는 은행 대출업무에서 공정한 규정과 절차의 준수는 매우 절실한 의미를 지닌다. 은행의 예대금리차 산정을 정밀하게 점검하겠다는 방침은 관치금융이 아니라 금감원이 시장감시자로서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 시장기능을 활성화하겠다는 원칙을 다짐한 말이다. 정부의 가계대출 억제 방침에 편승, 가산금리 조정 등을 통해 가계에 부담을 지운 은행들이 금감원 점검을 관치라고 반발하는 행위는 저급한 돈장사 배짱을 연상시킨다. 다른 한편에서 직원들의 횡령 등 사고가 심심찮게 발생하는 판국에 은행 계산을 그대로 믿고 금감원 점검을 대충 넘기라는 주장이다.
 
지난 1분기 5대 금융그룹은 ‘영끌’ 가계와 자영업자들이 겪는 심각한 위기 속에서도 사상 최대규모인 11조3000억원의 이익을 냈으며 이는 예대금리차 확대에 따른 실적에 힘입은 것으로 분석된다.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최근 국회에서 열린 민생물가안정특위 회의에서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부담이 대출 수요자들에게 가중되지 않도록 은행권이 자율적으로 예대금리차를 점검해달라고 촉구했다. 국민의힘은 은행들이 현재 분기별로 개별 공시하는 예대금리차를 월별로, 또는 기한을 더 단축해 통합 공시하도록 요청했다.
 
예대금리 조사 엄정 적용해야
 
금감원은 이미 금리인상에 따른 예대금리차가 적정한 수준인지 보기 위해 전수 점검에 들어갔다. 금년 4분기쯤 전수조사 결과가 나오면 은행 이자 장사의 실체가 분명히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간담회 등을 통해 거론된 이 원장의 방침을 감안하면 전임 원장들과는 달리 조사 결과를 엄격하게 적용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금융소비자법 시행령은 금리를 부당하게 산정한 은행에 금감원이 제재를 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금융소비자의 정보를 이자율이나 대출한도 등에 정당한 사유 없이 반영하지 않는 행위는 금지된다’고 명시돼 있다.
 
미국을 비롯한 세계시장 주도국들이 잇달아 금리를 올려 인플레이션 잡기에 주력하고 한국은행 역시 기준금리 인상을 기조로 삼고 있는 현실에서 은행별 예대금리차 축소가 얼마나 부담경감 효과를 가져올지 의문을 제기하는 시각도 없지 않다. 그러나 날로 원리금 상환액이 커져 벼랑 끝에 몰려 있는 가계 입장에서는 그 작은 효과라도 포기할 수 없다. 이를 두고 관치금융 논란을 벌이는 금융계에 금융소비자들의 분노가 확산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도 대선 후보 당시 “과도한 예대금리차를 손봐서 국민 부담을 줄이겠다”고 다짐했다. 어려움에 처한 가계들은 금융당국이 나서 자금조달비용 산정기준을 바꿔 금리를 낮추도록 유도하거나 고정금리 전환 등을 포함한 부담경감 조치를 강구해주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투데이코리아 부회장>
 
필자 약력
△전)국민일보 발행인 겸 대표이사
△전)한국신문협회 이사
△전)한국신문상 심사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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