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소재 한 현대오일뱅크 직영 주유소.
▲ 서울 소재 한 현대오일뱅크 직영 주유소.
투데이코리아=오창영 기자 | 현대오일뱅크가 폐플라스틱을 재활용한 제품 생산을 통해 친환경 사업에 본격적으로 박차를 가하기로 했다.

1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오일뱅크는 지난해 산업통상자원부(산업부) 및 한국산업기술진흥원에 폐플라스틱 열분해유를 공정 원료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제 샌드박스를 신청해 ‘실증을 위한 규제 특례’를 승인받았다.

이에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10월까지 900톤의 폐플라스틱 열분해유를 공정에 투입해 친환경 납사를 생산키로 했다.

생산된 친환경 ‘그린 납사’는 대산공장 인근 한화토탈에 납품된다. 한화토탈은 해당 원료로 재순환 플라스틱 소재를 개발할 예정이다.

앞서 현대오일뱅크는 올 1월 폐플라스틱 열분해유를 친환경 납사로 생산하는 공정에 대해 국내 정유사 최초로 국제 친환경 제품 인증 제도인 ISCC PLUS를 취득했다. ISCC PLUS는 유럽연합(EU)의 순환경제행동계획에 근거해 친환경 원료 사용을 입증할 수 있는 국제 인증제도다.

현대오일뱅크가 폐플라스틱 열분해에 관심을 갖는 배경에는 세계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폐플라스틱 처리가 지목된다.

세계 최대 폐기물 수입국인 중국은 올해부터 고체 폐기물 수입 전면 금지를 발표했다. 또 국가 간 유해 폐기물 이동을 규제하는 바젤 협약의 폐플라스틱 관련 규제도 올해부터 강화됐다. 이에 폐플라스틱은 발생한 국가에서 직접 처리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폐플라스틱을 물리적으로 재활용하기란 제약이 크다. 이렇다보니 완전히 새로운 플라스틱 제품으로 재탄생시키는 화학적 재활용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실제로 올 4월 현대오일뱅크와 삼성물산은 폐플라스틱을 화학적으로 재활용해 탄소 발생을 줄이기 위한 ‘친환경 화학 소재 사업 협력 양해 각서’를 체결하기도 했다.

현대오일뱅크는 친환경 화학 소재 생산을, 삼성물산은 친환경 화학 제품의 주요 시장인 유럽과 미국 등에서 신규 고객사를 발굴하는 역할을 맡을 예정이다. 이를 통해 양사는 폐플라스틱 관련 국내외 정책 이슈 대응, 친환경 화학 제품의 해외 시장 개발을 위한 마케팅 전략 수립 등 친환경 화학 소재 사업 전반에 걸쳐 협력한다는 방침이다.

업계는 현대오일뱅크의 정유·석유화학 기술과 운영 노하우, 삼성물산의 글로벌 네트워크가 서로 시너지를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현대오일뱅크 대산공장. 사진=현대오일뱅크
▲ 현대오일뱅크 대산공장. 사진=현대오일뱅크

또 현대오일뱅크 중앙기술연구원은 지난해 폐플라스틱 열분해유를 기존 정유 공정에 투입하는 실증 연구를 수행한 데 이어 물성 개선, 불순물 제거 등을 통해 다양한 열분해유 기반 석유 및 석유화학 제품을 생산하는 방안을 연구 중이다.

이뿐만 아니다. 별도의 열분해 과정 없이 폐플라스틱을 바로 정유 공정에 투입해 열분해와 제품 생산을 원스톱 처리하는 방식에 대한 연구도 진행하고 있다. 국내 정유사 중 유일하게 보유 중인 DCU(열분해 공정)를 활용해 연간 5만톤의 폐플라스틱을 처리하는 것도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바이오 플라스틱 분야에 대해서도 주목하고 있다. 현대오일뱅크는 지난해 미국 기업인 대니머 사이언티픽과 바이오 플라스틱 사업 협력을 위한 양해 각서를 체결했다. 바이오 플라스틱은 미생물에 의해 쉽게 분해되는 생분해 플라스틱과 식물성 바이오매스를 원료로 만드는 플라스틱을 총칭하는 개념이다.

대니머 사이언티픽은 생분해 플라스틱 소재인 PHA(폴리히드록시알카노에이트) 분야에서 세계적인 선도 기업이다. 미국 내 PHA 설비를 통해 생분해 포장재와 용기 등을 생산하고, 글로벌 식음료 업체에 공급하고 있다. PHA는 미생물이 먹이를 먹고 몸 속에 쌓아 두는 고분자 물질로, 모든 자연 환경에서 100% 생분해된다. 이에 인체에 무해하고 탄소 저감까지 유도하는 소재로서 부가가치가 높다는 강점이 있다.

글로벌 바이오 플라스틱 시장은 성장 가능성이 매우 높다. 2020년 기준 바이오 플라스틱 시장 규모는 210만톤으로 3억7000만톤에 달하는 전체 플라스틱 사용량에 비해 매우 미미한 수준이다.

업계는 탄소 중립 공감대가 세계적으로 확산하고 있는 만큼 향후 바이오 플라스틱 시장이 급격히 커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PHA 시장은 매년 30% 이상 성장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현대오일뱅크 관계자는 “대니머 사이언티픽과 양해 각서를 통해 PHA 연구개발(R&D), 마케팅, 제조 부문 등에서 협력하기로 했다”며 “PHA를 적용한 신규 고부가 활용처를 개발하고, 아시아권 수요에 공동 대응하는 것은 물론 생산 설비 공동 투자까지 다양한 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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