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공용어 지정에 합심...정책적·재정적 지원 강화 모색할 때

▲ 류석호 교수
▲ 류석호 교수
지난 3월 발간된 한국국제교류재단(KF)의 ‘2021 지구촌 한류(韓流, hallyu)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전 세계 한류 팬은 116개국 약 1억 5660만 명이다. 2012년(당시 926만명)에 비해 17배나 증가한 수치다.

조사 국가 수도 크게 늘었다. 2012년 총 85개국이었던 조사 국가는 지난해 116개국으로 31개국 증가했다. 조사 국가 수의 증가는 한류의 세계적 외연 확대를 의미한다.

대륙별 한류 팬 수는 아프리카·중동 지역에서 10년 사이 130배 크게 늘어난 것을 비롯해 아시아·대양주, 미주, 유럽에서 각각 15배, 22배, 13배 증가했다.

이같은 ‘한류 열풍(熱風)’은 케이팝(K-Pop)과 드라마, 영화, 게임, 웹툰, 한복과 한식 등 전통문화, 뷰티산업, 그리고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한국기업들의 성과 등에 힘입은 바 크다.

K-Pop을 중심으로 하는 한류 열풍은 중국을 포함해 동아시아 지역뿐만 아니라 중동, 북미와 남미, 유럽 지역에서도 더욱 그 영향력을 크게 확장해 나가는 추세이다.

이제 세계적으로 독보적인 명성을 획득한 한류의 전파 속도는 앞으로도 더욱 거세져 한류 동호인 수와 한국어능력시험(토픽·TOPIK, Test of Proficiency in Korean) 지원자도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어능력시험은 한국어를 모국어로 하지 않는 재외동포 및 외국인의 한국어 사용 능력을 측정 평가하는 시험이다.

한류 문화가 세계적인 인기를 끌면서 ‘한국어 열풍’이 거세지고 있다.

한국어의 위상을 압축해서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가 세계적 명성의 대한민국 7인조 보이 그룹 방탄소년단(BTS, RM, 진, 슈가, 제이홉, 지민, 뷔, 정국)이 미국 백악관에서 ‘아시아 혐오 범죄 근절’과 관련해 한국어 연설이 아닐는지.

지난 5월 3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 브리핑룸에서 진행된 백악관 주최 공식 미디어 브리핑 행사에 조 바이든(Joe Biden) 대통령이 방탄소년단을 공식 초청한 것.

방탄소년단은 차례로 연설을 이어갔는데, 유일하게 RM만 영어를 썼을 뿐 나머지 멤버들은 한국어로 연설했다. 이날 백악관 공식 트위터를 통해 생중계된 방송 시청자 수는 5만 3,000여 명에 달했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에 따르면, 세계 한국어 사용자는 7,700만명.

미국 피츠버그에 본사를 둔 글로벌 언어학습 앱 ‘듀오링고(Duolingo)’의 한국어 학습 이용자는 790만명이다. 한국어는 힌디어 다음으로 학습 이용자가 가장 빠르게 증가하는 언어라고 듀오링고는 밝혔다.

이집트에 있는 세종학당의 대기자 수는 2,800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고, 터키에 있는 세종학당 또한 최대 수강 가능한 인원이 230명이지만 대기자 수만 2,500여 명이 줄을 서고 있다.

세종학당은 ‘국어기본법’ 제19조 및 제19조의2에 근거해 해외(또는 국내)에서 운영하는 한국어·한국문화 교육기관이다.

전 세계 19개국 43개 지역에 설립되어 활동하고 있는 재외 한국교육원도 한류 열풍으로 즐거운 비명(?)을 올리기는 마찬가지. 교육부 산하 한국교육원은 재외동포와 현지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국어, 한국역사·문화 등을 가르친다.

최근에는 한국어 교육이 의무교육으로 이어지는 추세도 빨라지고 있으며, 2018년 태국 최고의 명문 왕립 쭐라롱껀대학은 한국어과를 개설했고, 2019년 베트남 정부는 한국어를 제1외국어로 선정해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교육이 가능해졌다.

특히 미국은 최근 한국어를 스페인어와 같은 제1외국어로 지정, 내년부터 각급 학교에서 한국어 교육에 더욱 박차를 가하기로 했다.

미구엘 카르도나 교육부장관은 “갈수록 높아지는 한국어의 인기와 늘어나는 수요를 반영해 일선 교육현장에서 한국어를 실질적·효과적으로 접할 수 있도록 예산(교사 교재 등)을 더 많이 확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외국어를 공부하는 미국 대학생 수는 줄고 있는 반면, 한국어를 배우려는 학생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미국의 현대언어학회에서 공개한 바로는 미국 대학생들이 가장 많이 배우는 외국어는 보통 유럽권의 언어들인데, 그중에 한국어를 배우는 학생은 전체 외국어 가운데 10번째로 많다.

지난 2006년 이후 지금까지 한국어가 수강생이 가장 많은 외국어에 포함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미국 현대언어학회는 최근 10년 사이 한국어의 인기는 미국 청년들 사이에 K-Pop, 드라마 등 한류의 인기가 높아진 결과라고 분석하고 있는데, 특히 2011년 가수 싸이의 ‘강남 스타일’이 유튜브 최고 조회 수를 기록하며 미국 공중파에 방송되는 등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끌게 되면서부터 한국어 인기가 급상승했다는 것.

한국어에 대한 인기는 단지 미국만의 현상은 아니고, 다른 여러 국가에서도 한국어를 공부하는 사람들이 많이 늘어나고 있다.

국제언어연구원의 조사에서는 현재 전 세계적으로 약 300만 명이 오프라인과 온라인 강의를 통해 한국어를 배우고 있고, 영어 사용자들 가운데 6번째로 인기 있는 외국어로 올라섰다고 한다.

프랑스의 경우, 2015년 한국어가 프랑스 의무교육 과정에서 제2외국어로 공인받은 이래 17개 중·고교에서 한국어 정규수업이 이뤄지고 있다.

주프랑스 한국교육원에 따르면, 작년 말 현재 22개 대학에서 한국어 수업을 진행 중이고, 관련 학과가 설치된 곳은 7개 대학에 이른다. 보르도대는 40명 정원에 1,117명이 몰려 28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한국에 대한 프랑스 젊은이들의 관심이 대중문화 콘텐츠를 즐기고 팬덤을 형성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한국 언어와 사회 및 문화에 대한 지식을 쌓아 미래를 설계하는 데 디딤돌이 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수치라는 해석이다.

독일 인문계 중·고교인 김나지움은 2021~2022학기부터 한국어를 의무선택과목으로 채택했다. 이에 따라 김나지움 중 처음으로 카롤리눔 김나지움이 한국어를 정규과목(주당 2시간 수업)으로 가르친다.

동남아시아 지역의 경우, 인도네시아에선 한류가 상상 이상으로 뜨겁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유튜브 등에서 한류 언급 및 시청비율 세계 1위, 한국에 대한 국가이미지조사(2018년)에서 ‘긍정’비율(96%) 세계 1위다.

이를 반영하듯 4개 대학에 한국어과가 생겼고, 인니 정부가 2013년 한국어를 고교 정규과목으로 채택함에 따라 한국어를 가르치는 고교도 11개 학교에 이른다.

베트남에선 제1외국어가 되면서 호찌민을 중심으로 남부지역에만 14개 대학(2019년 기준)에 한국어과가 설치됐다. 2019년과 비교하면 7년만에 갑절 증가한 것이다.

1992년 수교 이후 하노이대에 처음 생긴 한국어과는 현재 모두 32곳, 한국어를 배우는 학부생은 1만 6,000여명이다.

한국어 과목이 홍콩대학입학시험에 포함된다. 한국어능력시험(TOPIK)을 국외 대입시험에 공식 활용하는 첫 사례다.

교육부와 주홍콩대한민국총영사관은 국립국제교육원과 홍콩시험평가국이 홍콩대입시험에 한국어능력시험 성적을 활용하기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한다고 지난 달 22일 밝혔다.

홍콩시험평가국은 2025년부터 홍콩대입시험 제2외국어 영역에 한국어 과목 신설을 확정했다. 홍콩대입시험은 우리나라 수능에 해당하는 시험으로 한국어능력시험 성적을 대입에 공식 활용하게 된다.

한국어를 대학입학시험 과목으로 채택한 국가는 일본, 베트남, 프랑스, 호주 등 8개국이 있지만 한국어능력시험을 국외 대입시험에 활용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어에 대한 세계적인 인기는 한국어능력시험(TOPIK)에서도 입증되고 있다.

외국인이 국내 유학과 취업에 필요한 한국어 능력을 평가받기 위해 치르는 TOPIK의 지속적인 응시자 증가는 한국어를 단순히 취미나 노래를 이해하기 위해서가 아닌 학문이나 비즈니스 목적으로 배우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는 점에서 한국어의 위상을 웅변한다.

한국어능력시험 연간 총 지원자수는 첫 실시된 1997년 2,600명에서 2021년 328,000명으로 24년만에 126배나 늘어났다. 역대 최다 지원자 기록은 2019년 375,871명.

여러 해 전 공무(公務)로 출장을 간 중앙아시아의 우즈베키스탄을 비롯해 동남아시아의 미얀마, 아시아의 서남부 파키스탄 등지에서도 이같은 한국어 열기를 실감할 수 있었다.

한국산업인력공단 청렴옴부즈만(시민감사관) 자격으로 이들 지역을 방문했는데, 외국인노동자의 한국행 필수요건인 ‘고용허가제 한국어능력시험(EPS, Employment Permit System-TOPIK) 현지 시행 관리를 감독하는 것이 주된 임무였다.

수험생들은 대부분 일찍 집을 나서 시험 시작 1~2시간 전에 시험장소(학교)에 도착, 까다로운 출입절차(2단계 보안검사 등)를 거쳐 속속 고사장에 입장하는 등 열성적이었다. 이는 그동안 갈고 닦은 한국어 실력이 자신의 ’코리안드림(Korean Dream)‘을 이루기 위한 한국행 티켓을 거머쥘 수 있는 첫 관문이자 가장 중요한 잣대이기 때문이었다.

세종학당재단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총 109개국, 3080개 기관에서 한국어를 교과목으로 채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해외 초중등학교와 대학교에서 한국어를 교과목으로 채택한 현황을 살펴보면, 한국어반을 개설한 기관은 총 39개국에 1669개소로, 수강생은 15만9000여 명이다.

이런 흐름에 발맞춰 해외에서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알리는 세종학당이 올해 19개국에 걸쳐 23곳의 학습기관을 새로 지정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 달 16일 아시아와 아프리카, 유럽 등지에 세종학당 23곳을 신규 지정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2007년 3개국 13곳으로 처음 시작한 세종학당은 84개국 244곳으로 확대됐다.

세종학당은 2007년에는 13곳의 연간 수강생이 740명에 불과했다. 그러나 15년 만에 244곳이 지정돼 약 19배가 늘어났고, 연간 수강생은 지난해 기준 81,476명으로 약 110배 증가했다. 지난해까지 누적 수강생은 584,174명에 이른다.

세계에서 가장 아름답고 익히기 쉬우며 독창적·과학적인 문자로 꼽히는 한글을 표기문자로 채택한 경우는 어떤가.

인도네시아 찌아찌아족은 한글 수출 첫 번째 사례다.

작은 섬들로 이뤄진 인도네시아는 사용하는 언어가 700여개에 달한다. 그 중 소수민족 찌아찌아족은 그들의 언어는 가지고 있었으나 수백 년 동안 이를 표기할 문자가 없어 역사 등을 기록할 수 없었다. 훈민정음학회가 한글 세계화 노력의 하나로 찌아찌아족에게 한글 사용을 제안, 부족장 회의를 거쳐 한글 도입이 결정됐다.

2010년 한국에서 한국어교사가 파견되어 10여년째 아이들에게 한글을 가르치고 있다.

남태평양의 솔로몬제도는 영어가 공용어지만 다양한 부족이 살고 있어 70여 개가 넘는 언어를 쓰고 있다. 극심한 빈곤과 문자 부재 등의 이유로 솔로몬제도의 문맹률은 99%에 달한다.

2012년, 유엔 글로벌콤팩트 한국협회와 서울대 인문정보연구소의 도움으로 한글 도입을 추진, 이곳 2개 주가 표기문자로 한글을 채택하면서 공식 문자로 한글을 사용하는 두 번째 나라가 되었다.

볼리비아의 아이마라족은 남아메리카 안데스산맥의 고지에 거주하는 인구 200만명의 원주민 부족이다. 스페인어 알파벳으로 표기되는 아이마라어를 쓰고 있던 아이마라족은 식민 잔재를 없애기 위한 방안을 찾고 있었다. 볼리비아에 외교관으로 나와 있던 김홍락 전 대사가 주말마다 아이마라족 사람들에게 한글을 가르쳐주는 모습을 보고 아이마라어를 한글로 표기하는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서울대 언어학과 권재일 교수를 중심으로 연구를 시작해 아이마라어에 최적화된 한글 자음모음 표기법을 완성했다.

그러나 한류열풍, 한국어와 한글의 앞날이 마냥 비단길인 것만은 아니다. 풀어야 할 과제 또한 적지 않기 때문이다.

뭣보다 한류의 지속 확산을 위해서는 한국어 교육 및 한국 문화 관련 정책적, 재정적 뒷받침이 긴요하다.

일류 문화 매력 국가로서 우리나라의 위상을 높이고 전 세계인이 세종학당과 재외 한국교육원 등을 통해 한국어와 한국문화의 매력을 느낄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을 아끼지 않는 것이 중요한 과제라고 하겠다.

전문가들은 “BTS, 기생충, 오징어게임 등과 같이 많은 한류 콘텐츠가 글로벌 센세이션을 일으키면서 한국에 대한 전 세계의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다”면서, “이런 수요와 기대치에 부응해 세계 곳곳에 한국 교육프로그램이 내실있게 운영되고 확대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한류 콘텐츠의 르네상스 시대인만큼 그에 걸맞게 관련 교육프로그램을 전 세계 교육기관에 늘려나가야 한다는 주문이다.

특히 현지인이 한국어 교육에 주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하며, 충분한 인력과 예산을 확보해 전문성을 갖춘 교원 양성과 다종다양한 교재 개발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것.

유엔(UN)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아랍어, 중국어, 영어, 프랑스어, 러시아어, 스페인어 등 여섯 개의 언어가 보인다. 유엔 공용어들이다.

이 여섯 개 언어들로 유엔의 문서들이 기록된다. 유엔의 공식 회의는 영어로 진행되고, 다섯 개의 언어들로 동시통역된다.

2007년 세계지식재산권기구(WIPO) 총회에서 한국어가 국제특허협력조약 국제 공개 언어로 채택됐다. 2009년 유엔 공용어 문제를 주제로 한 토론회에서 한국어가 유엔 공용어로 채택되도록 하자는 주장도 나왔다. 그러나 여기까지였다.

그런데 지난해 12월, 사이버외교사절단 반크(VANK, Voluntary Agency Network of Korea)가 한국어를 유엔 및 국제기구 공용어로 지정하기 위한 캠페인을 전개한다고 했다. 반크는 한류 팬 1억명 시대에 한국어의 유엔 공용어 지정은 마땅하다고 밝혔다.

꿈은 이뤄진다고 하지 않던가. 가슴 뛰는 역사적인 그런 날이 어서 왔으면 하는 바람은 우리의 노력과 전 세계 한류팬 등 많은 이들의 성원이 합쳐지면 현실로 꽃 피울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백범(白凡) 김구(金九, 1876~1949) 선생의 소원(所願)이 새삼 절절하게 다가오는 요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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