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 신고자에 ‘회사 이미지 실추’ 들며 징계
정의당 강은미 “언론 보도로 회사 명예 실추? 대단히 부적절”

▲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캡쳐
▲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캡쳐
투데이코리아=김성민·윤주혜 기자 | 포스코 내부에서 성폭력 피해자들에 대한 2차가해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신고자에 대한 적절한 보호도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정치권에서 강도 높게 비판했다.

6일 본지의 취재를 종합하면, 6월 7일 포스코 여직원 A씨가 3년 동안 사내 성폭력을 당했다며 부서원을 고소했다. 이를 두고 포스코 일부 직원이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를 통해 ‘사내 성폭력 피해 신고자를 해고하라’는 글을 게시한 사실이 확인돼 논란이 일고 있다. 동료들이 피해 신고자와 근무하기 싫어하기 때문에 잘라야 한다는 내용이다.

A씨는 해당 사건 이후 내부고발자로 낙인찍혀 직장 동료들로부터 따돌림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현재 정신과 치료를 받으며 휴직 중이다.

당시 문제가 된 게시물 댓글에는 2차 가해를 비판하는 질타가 쏟아졌다.

포스코 관계자는 “글 작성자가 내부고발자를 비난하는 회사 분위기를 꼬집기 위해 일으킨 해프닝이라며 사과문도 게시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해당 글은 블라인드가 아닌 사내 노경협의회 게시판에 작성돼 포스코 비직원은 열람할 수 없어 공개성이 없다.

이에 포스코 측은 본지와 통화에서 “글 작성자가 성폭행 신고자를 비난하려는 의도로 게시물을 올린 것은 아니”며 “2차 가해 논란이 된 해당 직원의 사내 감사 여부는 기밀 사항”이므로 “공개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를 두고 고용노동부 여성고용정책과 관계자는 “2차 가해자에게는 법에 따라 1차 가해자와 동일한 처벌을 내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논란이 확산되자 더불어민주당 경북도당은 성명서를 통해 “이번 포스코 성폭력 사건에서 피해자에 대한 적극적인 보호조치는 전혀 이뤄지지 않았으며, 오히려 2차 가해가 조직적으로 이뤄졌다”며 “심각한 성폭력 사건이 발생한 것을 인지한 후에도 포스코는 피해자와 가해자를 즉각 분리하지 않았다. 최정우 회장은 이에 책임지라”고 촉구했다.

이에 김학동 포스코 부회장은 최근 성비위 사건 관련 사과문을 통해 “자사는 2003년 윤리경영 선포 이후 사내 윤리경영 캠페인을 지속적으로 펼쳐왔다”며 “성윤리 위반 등 4대 비윤리에 ‘원스트라이크아웃’ 제도를 시행하는 등 엄격한 잣대로 임직원의 윤리의식을 높여왔다”고 전했다.

포스코는 2003년 성윤리 위반, 금품수수 등 임직원이 지켜야 할 윤리규범을 제정한 바 있다. 이후 2014년에는 유엔 인권경영을 윤리규범에 포함시켰다. 
▲ 포스코센터.
▲ 포스코센터.
 

‘회사 이미지 실추?’ 피해 신고자 징계 논란
정의당 강은미 “사유 만들어낸 것 아닌가 의심스러워”

과거부터 포스코가 피해 사실을 신고한 직원에 되레 '면직'이라는 중징계를 내린 사실이 확인됐다. 일각에서는 포스코 윤리경영의 실효성을 두고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포스코 자회사인 포스코휴먼스는 2013~2018년 ‘사내 성폭행 사건’ 당시 피해를 신고한 직원에게 ‘회사 이미지 실추’ ‘업무 태만’ 등을 사유로 면직 처분을 내렸다. 반면, 가해자는 감봉 3개월 처분에 그쳐 공분을 샀다.

이 뿐만 아니다. 지난해 11월 포스코 광양제철소 성폭행 피해 사실을 신고한 직원 역시 회사로부터 해고를 통보받았다. 이는 공익신고자 보호법 위반 문제로 비화될 수 있다.

해당 법 제 2조 5항에 따르면 ‘공익신고자’는 공익신고에 대한 조사, 수사, 소송 및 공익신고자 보호조치에 관련된 조사, 소송 등에서 진술, 증언하거나 자료를 제공한 사람을 지칭하는 용어로, 제15조에 따라 기업을 포함한 누구든지 공익신고자 등에 신고를 했다는 이유로 불이익조치를 취하거나 신고를 취소할 것을 강요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국민권익위원회 관계자는 “2020년 11월 이후에 사내 성폭행 피해자가 피해 사실을 신고기관 및 부서에 알렸다면 공익신고자로 보호처분을 받을 수 있다”며 “성폭행 사실과 별개로 이를 신고했다는 이유만으로 작은 과실을 부풀려 면직, 감봉 등 징계를 가한 사실이 확인되면 처분을 취소할 것을 요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포스코 측은 이와 관련해 “직원들에 대한 감사 이유가 달랐기 때문에 징계 수위도 다른 것”이라며 “해당 사건은 각각 포스코 자회사와 협력업체에서 내린 조치지, 자사에서 내린 것이 아니다”며 입장을 회피했다.

한편, 정치권에서는 피해자에 불이익조치를 내린 포스코 측 대응이 부적절하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본지와 통화에서 “포스코는 일련의 사태에 대해 외부 전문가를 포함해 철저하게 가해자를 엄벌해야 한다”며 “향후 회사에서 이러한 일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조직문화를 혁신하라”고 주문했다.

강은미 정의당 의원도 “업무 태만이라는 사유는 피해자를 징계하겠다고 맘먹고 만들어낸 것이 아닌가 추측된다”고 주장했다.

강 의원은 “불기소 처분이 났더라도 언론에 보도됐다는 이유로 회사의 명예가 실추했다고는 볼 수 없다“며 “대단히 부적절하고 불법 소지가 없는지 확인해야 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사내 성범죄 신고자에 징계를 내리는 것은 전혀 합당하지 않다”며 “위계질서가 뚜렷하고 남성 중심 기업인 포스코에서는 여성들이 불이익을 당했을 때 앞으로 문제 제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같은 당 이동영 대변인도 “이번 사안의 가장 큰 문제는 포스코가 사내에서 성폭행 사건을 은폐하려고 했던 것이며, 중징계를 내리겠다고 언론 보도를 했음에도 사실상 솜방망이 처분을 내린 것”이라며 “이에 포스코 자체에서 책임을 강하게 져야 하고 피해자 보호와 사내 성폭행 재발방지 대책을 근본적으로 내놓아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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