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코리아=김시온 기자 | 정부가 연이은 국제 경제협력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농·축·어민들의 입장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앞서 정부는 지난 2020년 11월 15일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가입을 시작으로, 현재 논의 중인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과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위크(IPEF)가입 의사를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매번 농·축산·어민들과 해당 사안에 대해 충분히 논의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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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CEP 활용 합동 설명회에 농·축·어업 관련 전문가는 없었다?

RCEP는 중국을 필두로 한국, 일본, 뉴질랜드, 호주를 비롯해 10개국의 아세안이 참여한 경제협력기구로, 약 8년간의 협상을 거쳐 지난 2020년 타결 후 올해 2월 1일부터 국내에도 정식 발효됐다.

RCEP에 참여한 국가들의 GDP 합은 세계 총 GDP의 32%에 이르며, 참여국 인구 합은 22억7000명 가량이다.

해당 협정의 주요 내용에는 시장개방 및 추가 개방과 일부 품목의 관세 철폐 그리고 일부 콘텐츠의 유통 및 개방 등이 포함돼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RCEP 체결 후 10년이 지나면 실질 GDP 1.76% 증가와 194억5600만 달러의 후생 증대 효과가 예상된다고 전했다.

실제로 대구와 경북 울산 등의 경우 RCEP 발효 100일 후 수출액이 93억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국내 농·축산·어민들과의 소통은 부족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실제로 지난 2월 8일 진행된 ‘RCEP 활용 합동설명회’에서 농·축산·어민들과 관련된 전문가는 없었고, 농·축산·어업 분야에 대한 언급 조차 없었던 것으로 알려진다.

또한 산업통상자원부는 “RCEP 발효시 우리나라 농업 생산 피해액은 20년간 연평균 77억원, 20년 누적 1531억원 감소”라는 자료를 공개한 바 있다. 

그렇지만 농·축산·어업 관계자들은 해당 산출은 기존의 교역 추세를 전제로, 이미 체결된 FTA와 RCEP 양허안 차이에 따른 추가적인 생산액 감소분만을 제시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 투데이코리아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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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축산·어민 “CPTPP 가입은 식량 자급 무너뜨리는 것”

CPTPP는 일본 주도로 아시아와 태평양 부근의 11개국이 참여한 협정기구로 지난 2018년 12월 30일부터 발효됐으나 한국에서는 아직 적용되지 않고 있다.

CPTPP에 참여한 국가들의 GDP 합은 세계 총 GDP의 13%에 이르며, 참여국 인구 합은 6억 명 가량이다.

협정의 주요 내용으로는 농수산물과 공산품 역내 관세 철폐와 데이터 거래 활성화, 외국금융과 외국인의 투자 규제 완화, 이동 자유화 그리고 국유기업에 대한 보조금 지원을 금지하는 등의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산업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지난 2019년 기준 CPTPP참여 11개국의 국내총생산(GDP)은 전 세계 GDP의 12.8%에 달하고, 무역 규모는 5조7000억 달러로 전세계 무역액의 15.2%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정부는 현재 한국이 CPTPP 회원국을 대상으로 한 수출입이 모든 국가와의 수출입 중23.2%와 24.8%를 차지하고 있어 CPTPP 가입은 한국 교역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전망했다.

또한 CPTPP 역내에서 생산하는 중간재와 부품의 경우 ‘누적 원산지’제도를 유지하고 있어 관세 혜택과 중소기업의 수출 확대도 기대해 볼 수 있을 것이라 예상했다.

누적 원산지 제도는 물품의 최종 생산자가 국내산이 아닌 협정 상대국의 원재료를 사용해 물품을 생산해도 해당 원재료를 국산 재료로 간주해 특혜관세 혜택을 부여하는 제도다. 

다만 농·축산·어민들은 지금까지도 꾸준히 반대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번에 추진되는 CPTPP는 현재까지 한국이 체결한 17개의 FTA와 RCEP에 비해 개방수준이 높기 때문이다.

CPTPP의 상품 무역 개방은 최대 96%의 관세를 철폐하고 있으며, 다른 회원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열위인 농·축산·어업 분야에 큰 타격이 예상된다는 것이 이들의 입장이다.

현재까지도 농·축산·어민들은 꾸준히 CPTPP반대를 촉구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농·축산·어민들은 지난 12일 서울에서 ‘CPTPP 가입 저지 7·12 범국민대회’를 개최했다.

해당 집회에 참여한 단체는 ‘CPTPP가입 저지 범국민운동본부’와 ‘농민의길’, ‘전국어민회총연맹’ 등을 비롯해 101개가 참여했다.

이날 집회에 참여한 인원은 경찰 측 추산 3000명, 주최측 추산 5000명에 이르렀다.

집회에서 하원오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은 “우루과이라운드, 자유무역협정 등 수십 년 동안 농업을 팔아넘긴 개방농정의 결과 우리 농업은 위축됐다”며 “그럼에도 윤석열 정부는 농축산물 관세 철폐율 평균 96.1%, 수산물 관세 철폐율 평균 100%에 달하는 CPTPP 가입을 선언했다. 국민의 먹거리를 생산하는 이들은 점진적이고 포괄적으로 지워지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중식 전국어민총연합회 상임부회장 역시 “CPTPP의 규정 중 하나인 동식물 위생·검역(SPS)의 구획화 조치는 국민의 건강권을 심각하게 침해할 요인이 다분하다”며 “의장국인 일본은 가입비로 후쿠시마산 농수축산물 수입을 요구하고 있는데, 여전히 기준을 웃도는 양의 발암물질이 검출되는 후쿠시마산 농수축산물을 수입하는 것은 국민의 건강권을 포기하는 것이나 다름 없다”고 비판했다.

식품동식물검역규제협정(SPS)은 식품및 동식물 검역규제 적용에 관한 협정으로 식품첨가물, 오염물질, 병원성 미생물, 독소등 4개 분야에 걸쳐 검역을 진행한다.

이를 통해 기준치와 규격을 국제적으로 정하고, 통과할 경우 식품의 교역을 거부할수 없도록 하는 협정이다.

◇IPEF 역시 농·축산·어민은 패싱했다

IPEF는 인도·태평양 지역의 경제 안보 플랫폼 및 국제기구로 미국을 비롯해 한국과 일본 그리고 호주와 뉴질랜드 등 총 13개 국으로 이뤄진 기구로 지난 5월 23일 출범했다.

IPEF에 참여한 국가들의 GDP 합은 세계 총 GDP의 40.9%에 이르며, 참여국 인구 합은 25억 명 가량이다.

해당 협정은 코로나19 이후 부각된 공급망과 디지털 그리고 청정에너지 등의 이슈를 색심 의제로 다루는 플랫폼으로 RCEP과 CPTPP와는 다른 형태를 보이고 있다고 평가받고 있다.

한편 이번 IPEF 추진 과정에서도 농·축산·어민들에게는 귀귀울이지 않았다는 불만이 표출되고 있다.

한국종합농업단체협회는 지난 8일 코엑스 컨퍼런스룸 입구 앞에서 ‘농어업 패싱 IPEF 졸속 추진 산자부 규탄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해당 기자회견에서 이학구 한종협 상임대표는 “IPEF는 통상조약이 아닌 행정협정으로 별도의 국회 비준을 받지 않아도 되므로 추후 협상 과정에서 농업분야가 포함된다 해도 마땅히 제어할 수 있는 안전장치가 없다”며 “입 의사 표명 전에 농어업계에 충분한 이해와 동의를 구했어야 함에도 이러한 과정이 모두 생략됐을 뿐더러 IPEF 민관전략회의 출범에 있어서도 철저히 배제됐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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