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식약처 전경. 사진=뉴시스
▲ 식약처 전경. 사진=뉴시스
투데이코리아=김시온 기자 |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가 지난 1일부터 시행한 ‘식품 등의 표시기준’ 제도가 시행 직전까지 농·임·축·수산업 종사자들에게 제대로 공지되지 않은 채 단속을 실시한다고 밝혀 업계의 혼란을 야기했다.  또한 개정안의 실효성에 대한 논란도 이어지고 있다. 

◇제도는 시행됐으나 당사자들은 모른다?

식약처는 지난 2020년 5월 ‘식품 등의 표시기준’을 개정하고, 2022년 1월 1일부터 모든 농·임·축·수산물의 포장재에 제조·포장 연월일이나 제조·포장 연도를 표시하도록 했다.  

농·임·축·수산업 종사자들은 “고시가 시행되면 포장 작업비 등의 부담이 커져 산지가 어려움을 겪는다”며 “유통과 소비 기한이 짧은 농·임·축·수산물 특성상 표시로 인한 효과도 적을 것이다”라고 반발했다.  

이에 식약처는 농림축산식품부·해양수산부·중소벤처기업부 등 관련 부처를 비롯해 생산자·소비자 단체, 유통업계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의견을 수렴하고 재검토에 들어갔다.  

이후 식약처는 2020년 11월 개정을 일부 철회했다. 투명한 포장재에는 제조·포장 연월일이나 제조·포장 연도를 기재하지 않도록 제외한 것이다.  

반면 불투명한 포장재에 담긴 농·임·축·수산물에 대해서는 여전히 포장재에 제조·포장 연월일이나 제조·포장 연도를 기재하도록 했다.

그 결과 올해 1월 1일부터 6월 30일까지 유예 기간을 가진 후 7월 1일부터 본격적인 단속을 시작했다.  

식약처는 지난 12월부터 제도 안착을 위해 농림축산식품부, 해양수산부, 중소벤처기업부 등 관련 부처와 한국 농식품 법인연합회, 산림조합중앙회, 한국수산업경영인중앙연합회 등 농수산 관련 단체에 협조를 요청했다고 전했다.

식약처 관계자는 “관련 부처와 농수산 관련 단체에 표시 개정과 관련된 내용들과 6개월 계도기간 부여 등의 내용을 충분히 교육·홍보할 수 있도록 협조 요청했다”고 말했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 역시 “식약처의 협조 요청을 받은 것은 사실이고, 농협에서 농가 사업장들에 1월부터 7월까지 5회의 안내문을 발송했다”며 “농식품부 소속기관인 농관원에서는 문의가 몰림에 따라 자체 홍보물 10만 부를 제작해 지역농협과 농관원 사무소 그리고 도매시장 등에 배부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와 관련해 농가에서는 공지를 받았다는 농가와 받지 못했다는 농가로 입장이 갈리고 있다.

한 농가에서는 “월 초인가 작년 말에 한 번 공지를 받은 바 있다”고 말했으나 다른 농가에서는 “우리 동네에서는 아무도 공지를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다만 한 가지 공통적인 것은 공지를 받은 농가도 받지 못한 농가도 ‘사전에 충분한 공지가 이뤄진 것은 아니다’라는 점이었다.

공지를 듣지 못한 농가에서는 유예기간 조차 없이 갑작스러운 단속을 맞이하게 된 것이다.
모 농산품 마트에서 판매중인 깐마늘에 생산일자와 제조년월일, 포장날짜 등이 표기돼 있지 않아 문제가 제기된 바 있다.
◇실효성 없는 제도에 농민들만 피해 당한다

식약처가 내놓은 ‘식품 등의 표시기준’ 개정은 실효성에 대해서도 논란이 일고 있다.

한 농업 종사자는 “감자나 무, 브로콜리 등 저장할 수 있는 농산물의 경우에는 같은 날 생산한 농산물이라도 생산 직후에 나가는 농산물과 생산 후 보관해뒀다가 포장해서 나가는 농산물의 표기가 달라질 수 있지 않냐”는 의문을 제기했다.

실제로 해당 제도의 경우 포장일이나 생산일 중 하나를 선택해 기재할 수 있기 때문에 같은 시기에 수확한 농산물도 포장하는 시기에 따라 포장 연도 기재가 달라질 수 있다. 

또한 포장 박스와 관련해서도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농업계 관계자는 “보통 포장 박스를 주문할 때는 대량으로 주문하게 되는데, 이번 제도로 인해 남은 박스들에 일일이 손으로 스티커를 붙여야 하는 상황”이라며 “그렇지 않아도 농업 관련 인력난이 심한 상황으로 인력이 부족한데 더 바빠지게 생겼다”고 말했다.

특히 “쌀이나 감자 등 저장분이 생기는 농수산물 뿐만 아니라 고추나 채소와 같이 저장이 안돼는 품목까지 이런 식의 방법을 도입하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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