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순직 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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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정치는 4류, 관료와 행정조직은 3류, 기업은 2류라고 본다”

고인이 된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1995년 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한 말이다. 이 발언은 여러 측면에서 충격이었다.
 
우선 기업인이 정치권을 맹폭(猛爆)했기 때문이다. 정치인이나 행정 권력에 밉보였다간 자칫 큰 화를 면치 못할 상황인데, 정치를 4류로 평가했기 때문이다.
 
흔히 3류는 막장 수준을 일컫는데 정치를 3류도 못되는 4류로 폄하한 것이다. 이 평가와 발언은 당시 큰 반향을 일으켰었다.
 
갑자기 20여년 전의 이 회장 발언이 생각난 건 요즘 정치권 돌아가는 꼴이 ‘정치 4류’ 용어를 소환한 것이다.
 
100년 만의 폭우로 서울 중심 강남이 물바다가 되고, 십 수명의 이웃이 숨지고, 엄청난 수재(水災)가 발생한 천재지변 상황이다.

그런데도 정치인들은 서로를 헐뜯는 정쟁(政爭)에 몰두하는 모습을 보면서 ‘이것들 4류도 아깝다’는 생각에 화가 치밀었다.
 
그동안 교육 수준 생활 수준도 높아졌고, 유권자들 정치의식도 높아졌을 터인데 정치인들은 어찌하여 20년 전 4류에 머물러 있는지 한심하다. 발전이나 향상은 커녕 이건희 회장 발언 때보다 한참 퇴보한 양상이다.
 
정치는 4류, 민도(民度)는 몇류일까
 
그래서 알량한 정치인들에게 기대하지 말고 우리 스스로를 향상시켜 품격있는 사회를 만들고, 품위 있게 살면 어떨까 기대해 보면서 반성 겸 다짐해보는 기회를 가져보고자 한다.
 
그러려면 우선 우리 자신부터 살펴보아야 한다. 우리 스스로의 생활과 문화 수준의 정도랄 수 있는 민도(民度)는 어느 정도일까.
 
그리 중요해 보이지 않을지라도 민도를 높이고, 생활의 질을 향상시키며, 사회의 품격을 끌어 올리는데 밑거름이 될 것들을 생각나는 대로 살펴보자.
 
말하자면 소소하지만 중요한 삶의 에치켓들이다
 
우리는 흔히 공공장소에서의 소음에 눈살을 찌뿌릴 때가 많다. 식당 안에서, 지하철이나 시내버스 안에서 큰소리로 대화하는 이웃 때문에 불쾌했던 경험은 끊임 없이 계속된다.

모처럼 아침 산책 나간 공원, 큰소리 음악을 틀어놓은 핸드폰을 나무에 걸어놓고 체조하는 이웃으로 하여금 발걸음을 집으로 돌려놓고 만다.
 
나도 모르는 나의 몰(沒) 에치켓
 
보행 에치켓도 엉망인 경우가 흔하다. 휴대폰 시청에 몰두한 젊은이 때문에 반대 편에서 걸어가는 행인과 맞부딪칠 위험도 상존한다. 충돌 피하려면 내가 비킬 수밖에 없다.
 
서너 명씩 나란히 대화하며 좁은 길을 걷는 사람들 때문에 반대 편에서 오는 사람은 길이 막혀 난감하다. 진로방해다. 담배를 피우며 길을 걷는 사람은 요즘은 드물지만 간혹 있다.
 
혼잡한 지하철 계단의 경우 우측통행을 준수하지 않아 양쪽 상하행 행인들로 뒤엉켜 복잡해지는 경우도 흔하다. 그냥 우측 통행만 하면 서로 편하련만 그게 그렇게 어려운지 알 수 없다.
 
지하철 문이 열리자 마자 쏜살같이 달려가 좌석을 차지하는 맹렬 시민을 우리는 부러워 해야 할까. 어떤 이는 달려가며 소지품을 빈 좌석에 던져 자신의 자리로 만들기도 한다.
 
시내버스에 먼저 탄 승객은 순서대로 안쪽 좌석에 앉으면 다음에 타는 사람 앉기가 쉬울 터인데 꼭 바깥쪽에 버티고 앉아 상대방에게 불편을 주는 일은 없는지 반성하자.
 
요즘은 수준이 높아져 눈살 찌뿌릴 일이 줄었지만 애완견 분비물이 아직도 간혹 있다. 주차장에서의 주차 에티켓도 항상 이웃과의 불화 요인중 하나이다.
 
열거한 우리 주변의 실례(失禮)들은 어쩌면 사소한 것들이다. 하지만 이런 것들이 많을수록 우리 삶의 만족도는 낮아진다
 
너도 나도 조금만, 잠깐만 남을 배려한다면 품격 높아진 사회에서 우리가 살 수 있을 것이다.

우리 스스로 민도를 높여나간다면 그것이 바로 우리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지름길이리라.

<정치인들 나무라는 글만 쓰지 말고, 생활 주변 소소한 얘기도 칼럼 꺼리가 되지 않겠느냐는 친구의 제안에 따라 이번 주 컬럼 주제를 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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