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주도 뒷받침할 세제개편 선행해야

▲ 김성기 부회장
▲ 김성기 부회장
정부가 5년간 전국에 270만 가구, 서울에 50만 가구를 공급하겠다는 주택공급 청사진을 제시했다. 재건축·재개발 사업과 신도시 개발, 역세권 집중개발까지 동원하고 초과이익 환수제 등 각종 규제를 완화해 민간주도로 주택을 충분히 짓는다는 내용이다. 민간이 주도하는 시장기능에 맡겨 경쟁을 유도, 주거환경 개선과 기반시설 확대까지 다양한 요구를 반영하겠다는 취지가 기대를 모았다.
 
주택공급 목표는 확실하게 제시했지만 금리 인상 등의 영향으로 주택시장 전망이 불투명한 여건에서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부담금 기준과 안전진단 개선 등 구체적인 규제완화 조치는 추후 발표하기로 했다. 또 15만 가구 규모의 새로운 택지개발 후보지를 선정해 10월부터 공개할 예정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공급 목표만 있고 알맹이는 빠진 심리안정 대책에 그쳤다는 평가가 나왔다. 부담금 감면과 안전진단 개선 등 일부 규제완화 조치는 법 개정과 제정 등 국회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정부로서는 아직 신중할 수밖에 없다. 아울러 규제완화를 틈탄 시장 혼란에도 대비해야 한다.
 
270만 가구 공급은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에서 제시한 공약보다 20만 가구가 늘어난 규모로 정부 의욕을 가늠케 한다. 그러나 민간주도 주택공급은 의욕이 아니라 시장 여건에 좌우된다. 정부가 신도시 지정과 재건축·재개발, 역세권 고밀도 개발로 판을 펼쳐 분위기를 조성해도 시장이 외면하면 성공할 수 없다. 건설회사가 뛰어들어 고품질 주택을 짓도록 경쟁을 촉진하고 수익성을 담보할 수 있는 투자가 따라야 한다.
 
최근 주택시장은 매물이 증가하는 하락장세를 보인다. 국토연구원의 소비자 심리 조사를 보면 7월 서울의 주택매매 소비심리지수가 94.1로 2012년 이후 10년만에 내림세로 바뀌었다. 수도권 역시 92.7로 전원 대비 8.3 포인트 하락했다. 8월 들어 6대 광역시 아파트 매매가는 10년만에 가장 큰 하락 폭을 보였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거듭 인상하면서 시중금리와 은행 대출금리가 급등, 주택 매수세를 위축시켰다. 매수세가 빠지는 시장에서 공급 확대는 시장안정을 넘어 자칫 투자위축을 불러올 우려가 크다.
 
은행 대출을 어렵게 끌어모아 주택을 매입한 가계는 주택담보대출 금리인상에 허리가 휠 지경이고 아직 집을 매입하지 못한 무주택자들의 의욕은 크게 꺾였다. 부동산과 증시하락이 겹치자 시중 여유자금은 은행 예적금에 몰려 단기간에 수십조원씩 증가했다고 한다. 윤 정부가 처음 제시한 주택공급 계획의 성패는 결국 민간 투자의 향배에 달렸다. 정부가 고밀도 개발과 정비 사업에 대한 규제를 확실하게 풀어 민간 참여를 유도하되 자금흐름까지 염두에 둔 세제개편을 선행해야 한다.
 
아무리 기반시설이 잘 갖춰진 단지에 최신 공법을 자랑하는 초고층 아파트가 들어선다 해도 주택을 구매할 돈줄이 트이지 않으면 공급계획은 위축되게 마련이다. 분양에 실패한 아파트는 주택시장 안정에 도움이 되기는커녕 민간 참여를 짓누르는 짐이 될 뿐이다. 미분양 아파트가 쌓여 건설회사 연쇄도산을 불러온 과거 경제위기의 경험이 그 무게를 가늠케 한다.
 
부작용만 키운 ‘징벌적 세금’ 여전

은행 예적금에 뭉칫돈이 몰리는 현상은 시중 자금흐름이 뚜렷한 방향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증시는 여전히 불안하고 부동산 시장은 세금 중과에 눌려 있다. 문재인 정부 당시 여권이 강행했던 ‘징벌적 세금’은 부작용을 양산하고 여전히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 공급 대신 세금 중과로 집값 잡겠다던 정책은 국민 부담만 키우고 집값 안정에는 기여하지 못한 허구로 드러났으나 새 정부는 세제개편에 손도 대지 못한 처지다. 세금 중과를 외치던 더불어민주당이 여전히 국회를 장악하고 있다. 새 정부는 종합부동산세와 재산세를 낮추고 양도소득세를 대폭 손보겠다고 공언하고도 지금까지 내놓을 만한 성과를 이루지 못했다. 이미 발표한 1주택자를 위한 종부세 기본공제 확대와 일시적 2주택자를 위한 세법 개정안도 국회 처리가 늦어지는 형편이다.
 
보유세와 양도세 중과를 앞세운 ‘징벌적 과세’가 설치는 한 주택매입에 나설 민간 자본은 제한될 수밖에 없다. 1가구 1주택에 집착하는 주택정책은 역으로 주택건설과 공급 잠재력, 지역발전을 약화해 시장안정을 해치는 역효과를 낼 우려가 크다. 세금이 높은 곳에는 투자가 활발하게 이뤄지지 못하고 투자가 부족하면 주택공급 확대는 성공하기 어렵다.
 
정부는 여소야대 국회를 바라만 볼 게 아니라 야당 협조를 얻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관련 연구기관과 전문가들의 효과 및 전망분석을 면밀히 검토, 야당을 설득하고 여론에 부합하는 대책이 필요하다. 연말을 넘기면 2024년 총선이 머지않게 보일 게다. 아무리 야당이 완강해도 점차 다가오는 총선을 앞두고 세부담 경감을 바라는 여론 압력을 외면하기 어렵다. 2022년 대선의 민심도 그러했다. 그도 어려우면 한동훈 법무장관처럼 각종 세법을 분석, 하위 법규 등을 통해 우회하거나 재산평가 및 반영비율에 변화를 주어 세부담 경감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민심이 간절하면 점차 길도 보인다. <투데이코리아 부회장>

필자 약력
△전)국민일보 발행인 겸 대표이사
△전)한국신문협회 이사
△전)한국신문상 심사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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