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여파로 주요 경제지표 줄줄이 마이너스 기록
정부, 재정 투입해 경제 회복 나서지만 국가채무 증가 우려
재정 건전성 관리 위해 투입 분야 더 신중하게 접근해야

유한일 기자
▲ 유한일 기자

 

최근 기사를 쓰다보면 ‘마이너스(-)’라는 부호를 참 많이 사용하게 된다. 주로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일명 우한폐렴) 여파로 소비나 고용, 수출 등 주요 경제지표가 악화됐다는 기사를 쓸 때다.

또 각 부처나 기관들에게 자료를 제공 받으면 과거 가장 감소폭이 컸던 시기를 찾는 게 습관처럼 됐다. 현재 상황과 주로 비교되는 건 IMF 외환위기나 글로벌 금융위기 때다. 이를 바탕으로 ‘000 이후 최대 감소폭’이라는 표현도 심심찮게 사용한다.

지난해 12월 중국 우한 지역에서 발병한 코로나19는 글로벌 경제에 전례 없는 충격을 줬다. 한 국가의 경제 발전 동향을 한 눈에 보여주는 ‘경제성장률’을 보면 사태가 얼마나 심각한지 짐작케 한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세계 각국은 그야말로 후진 급가속 페달을 밟고 있다.

먼저 세계최강대국인 미국의 올 1분기 경제성장률은 –4.8%까지 곤두박질쳤다. 외신 보도를 보면 2분기에는 –32%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한다. 중국도 올 1분기 경제성장률이 –6.8%로 추락했다. 사상 처음으로 중국의 경제성장이 후진한 것이다. 영국(-2.0%)과 프랑스(-5.8%) 등 주요국의 1분기 경제성장률도 줄줄이 마이너스를 기록 중이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올 1분기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1.4%다. 정부의 금융 싱크탱크인 한국금융연구원은 올해 한국의 연간 경제성장률을 –0.5%로 내다봤다. 이렇게 될 경우 1998년 이후 첫 역성장이다. 이마저도 코로나19로 인한 경기하강이 2분기에 저점을 찍고 3분기부터 회복한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물론 국제통화기금(IMF)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올해 연간 경제성장률을 예측한 결과에 따르면 한국은 36개 국가 중 하향 조정폭이 가장 낮다. 올해 경제성장률 조정치로는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이를 두고 ‘선방했다’는 식의 낙관론을 펼치긴 힘들다. 대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의 특성상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는 치명적이다. 감염병 확산 우려로 내수가 쪼그라든 건 당연하고 내로라하는 국내 대기업들 역시 실적 쇼크로 자구책 마련에 분주하다. 주요 교역국의 수요 감소로 경제의 버팀목이란 평가를 받던 수출도 하락세가 가파르다.

코로나19가 언제 종식될지 예측조차 힘든 상황에 정부는 모든 정책역량 결집으로 위기 타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을 통해 국민들의 경제 충격 완화와 동시에 내수 활성화를 도모하고, 국가의 경제기초를 이루는 기간산업 살리기에도 나섰다. 코로나19 여파로 취업자수가 줄어들자 직접 일자리도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다만 정부의 이 같은 움직임은 ‘나랏빚’이라는 화두를 가져왔다. 이 모든 조치에는 돈이 필요한데, 나라 곳간을 열어 경제 심폐소생에 나서려는 정부의 의지와 달리 코로나19로 기업들의 어려움이 가중된 탓에 세수가 줄어들고 있다. 이미 통장 잔고가 마이너스인데 돈은 써야하니 빚만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것이다.

나랏빚은 국가의 재정 건전성에 대한 우려로 직결된다. 한국은 올해 512조 원이라는 슈퍼예산에 코로나19에 따른 1~3차 추가경정예산까지 더해지면서 100조 원에 달하는 적자국채를 찍어내야 할 처지다. 앞서 복지예산 확대 등으로 증가세를 보인 국가채무는 코로나19 사태가 덮치며 올해 말 850조 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이대로라면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이 내년 50%를 돌파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국제신용평가사 피치는 “한국의 국가채무 비율이 3년 내 46%를 넘으면 신용등급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코로나19와 같은 위기를 극복하려면 어느 정도 적자재정은 불가피하다. 경제 활동 자체가 멈추면서 대규모 재정 투입 외에는 위기를 견뎌낼 뚜렷한 방법이 없다. 한국 뿐 아니라 경제 타격을 입은 대부분의 국가들도 재정 투입에 나서고 있다.

다만 현재 정부의 이 같은 씀씀이는 재정 건전성 관리 의지에 대한 의문을 가지게 한다. 속도 조절 없는 곳간 개방과 효율성이 부족한 재정 투입을 보면 없던 불안감도 가지게 만든다. 피해 극복 취지와 거리가 멀어 보이는 정책이 발표될 때면 기껏 힘들게 마련한 돈을 ‘어디에’, ‘언제’ 쓸지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이뤄졌는지 의심스럽다.

현재로써는 코로나19가 일으킨 경제 쇼크를 완화하는 게 최우선인 점에 대해 누구나 공감한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이뤄지는 재정 사용에 대해서 조금 더 신중하게 접근하길 바란다. 우선순위를 명확히 해 급하지 않은 부분에 대한 지출은 걷어 내야 한다. 코로나19가 종식돼도 경제 위기는 언제든 찾아 올 수 있다. 피치의 경고대로 국가신용등급에 변화가 생긴다면 연쇄적 파급 효과가 발생한다. 한국 경제가 이 같은 리스크를 감당할 수 있을 만큼 기초체력이 튼튼한가에 대해서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투데이코리아는 언제나 독자 여러분들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투데이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