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혁진 기자
▲ 오혁진 기자

가습기살균제 재판은 현재진행형이다. 서울중앙지법에서 일주일에 한 두 번씩 열리고 있다. 가해 기업인 SK케미칼과 애경은 10명이 넘는 대형로펌 변호사들을 선임했다. 단 두 명인 공판 담당 검사들과 전쟁을 치르면서 법원이 집행유예 또는 벌금형을 선고해주길 기도하는 모양이다.
 
가습기살균제 사건의 시작은 2011년 5월이다. 사망자가 발생하자 정부는 역학조사를 통해 같은 해 11월 10일 원인을 가습기살균제로 확정했다.
 
피해자들은 수천만 원의 비용을 써가면서 소송 비용을 부담해야했다. 해당 제품을 생산한 회사는 "법을 어기지 않았다"라며 국내 최고 로펌인 김앤장을 변호팀으로 선임했고 정부는 기업 잘못이라 해 줄 수 있는 것은 없다는 입장이었다. 옥시는 2016년 5월 5년 만에 첫 사과를 했다.
 
SK케미칼은 유공 시절인 1994년 가습기살균제를 처음 개발했다. 특히 흡입 독성 물질인 PHMG(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 CMIT(클로로메틸아이소티아졸리논), MIT(메틸아이소티아졸리논)를 개발해 1998년부터 2011년까지 주요 제조사 및 유통사에 공급했다.
 
SK케미칼은 해당 원료들의 독성을 알고 있었음에도 옥시에 PHMG를, 애경에 CMIT와 MIT를 공급한 의혹을 받는다. SK케미칼은 가습기살균제에 독성물질이 쓰일 줄 몰랐다며 검찰의 칼날을 피했다.
 
2016년 5월 기자는 SK케미칼을 취재했을 때 분노를 금치 못했다. 당시 SK케미칼 관계자는 기자와 만나 “우린 가습기살균제와 관련해 어떠한 잘못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외국에서 해당 물질들이 안전하다는 평가를 받았다”고 말한 것으로 기억한다.
 
그러나 최근 검찰은 SK케미칼 스카이바이오 연구팀이 2003년 작성한 보고서 등을 확보했다. 해당 보고서에는 SK케미칼이 제조·판매한 ‘가습기 메이트’의 원료인 CMIT·MIT의 교체를 요청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에 따르면, 가습기메이트 판매를 맡은 애경산업은 2005년 4월 SK케미칼 마케팅팀에 ‘21개월 된 유아가 가습기살균제액을 한 컵 덜 되는 양으로 마셨다’는 민원을 전달했다. 마케팅팀은 연구팀에 보낸 e메일에서 “R&D 팀에서 (민원) 담당자를 선정해달라”며 “이 아이템은 문제가 생기면 세일즈 문제를 넘어서 사람 목숨이나 아이템 존폐 자체가 위협받기 때문”이라고 했다.
 
정부도 가습기살균제 참사의 책임이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012년과 2016년에 이어 2018년 세 번에 걸쳐 조사했다. 문제는 SK케미칼과 애경산업 등의 표시광고법 위반 사건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외압 의혹이 제기되면서 은폐 논란이 일었다는 것이다.
 
실제 공정위 출신 관계자들이 공정위 간부들과 수차례 만난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이 공정위원장 시절 2017년 말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진상조사를 했으나 의혹은 해소조차 되지 않았다. 가습기살균제 참사와 관련해 기업 간부들은 검찰 수사로 대부분 재판에 넘겨진 상황이다. 그러나 공정위 관계자들은 단 한 명도 징계를 받거나 사법부의 심판을 받은 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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