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행 의혹이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언론에서 비춰지는 이미지와 평소의 언행이 다르다는 느낌을 받기야 했지만 정말 몰랐다. 내 기억에는 여성들이 듣기에 ‘성희롱’으로 느낄만한 발언들을 했던 것 같다. 가끔은 이해가 안 가는 행동을 하기도 했다. 여직원들에게 사적인 질문을 하기도 했다”

지난 11일 오후 종로의 한 카페에서 서울시청에서 근무하던 한 관계자가 기자와의 만남에서 한 말이다. 

기자는 이 말을 들었을 때 충격을 금치 못했다. 박원순 시장은 서울시에 ‘성평등위원회’를 설치하고 더불어민주당 남성 정치인들 중에서 여성 지지자가 많은 편에 속하는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박 시장은 과거 ‘여성인권 변호사’로서 많은 노력을 해온 인물이다. 그는 지난 1993년 ‘서울대 신 교수 성희롱 사건’ 공동 변호인으로 유죄 판결을 받아냈다. 이 사건은 서울대학교 화학과 조교인 우모씨가 신모 교수에게 성희롱을 당해 고발한 사건이다.

당시 피해자 측의 변호인단은 박 시장을 포함해 6명이었다. 6년이 지나 재판부는 신 교수에 대해 “피해자에게 500만 원을 지급하라”고 최종 판결했다. 박 시장은 이 공로로 1998년 한국여성단체연합의 제10회 '올해의 여성운동상'을 수상했다.

2011년 서울시장 첫 당선 이후 여성 친화적 정책을 펼쳤다. 2017년 1월 '서울시 여성리더와 함께 하는 신년회'에선 박 시장은 "여성다움이 '원순다움'"이라며 "여성 중심, 노동 중심의 세상을 만들겠다. 좋은 세상은 가장 고통 받는 사람들이 중심이 된 세상"이라고 밝혔다. 

최근까지도 박 시장은 여성인권 향상을 위해 노력했다. 지난해 1월 성평등 문제 등에 관해 시장을 보좌하는 특별 직위로 '젠더특보'를 시장실 직속으로 신설했다.

같은 해 2월에는 '서울시 여성 리더 신년회'에 참석해 "많은 여성이 저항 주체로서 독립운동(3·1운동)에 참여했고 오늘날의 대한민국이 있게 됐다"며 그 정신은 1987년 민주화 운동, 2016∼2017년 촛불집회, 지금도 지속되고 있는 미투 운동으로 이어져 오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가 여성이라는 약자를 위해 걸어온 행보는 부정할 수 없는 역사이자 사실이다. 박 시장의 노력이 있었기에 많은 약자들이 목소리를 내려했고, 갑을이라는 균형 잡히지 않은 대한민국 사회가 더 나아질 수 있었다. 

그러나 현재 고인이 된 박 시장을 욕하고 비판하며 수많은 약자를 기만했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기자는 그를 비난하거나 옹호하고 싶지 않다. 

다만 한 가지는 묻고 싶다. 그 동안의 균형을 맞추기 위한 행보가 자신의 속내를 감추기 위한 기만이었는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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