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법감정에 부합하지 못했다” 인정했지만 여전히 부족한 “인식”

▲ 손정우 미국 송환 판결문
▲ 손정우 미국 송환 판결문
투데이코리아=한지은 기자 | 본지는 손정우의 미국 인도심사 청구 판결문을 입수했다. 미국은 ‘대한민국 정부와 미합중국 정부간의 범죄인 인도조약’에 따라 손정우를 미국에 송환할 것을 우리나라 법무부에 전달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워싱턴 D.C 연방지방법원에 아래와 같이 연방형법에서 규정하는 6개의 죄명과 각 죄에 해당하는 9개의 혐의로 기소되었다”라고 손씨의 미국 송환 기소 죄명을 밝혔다.
 
하지만 법무부는 조약 내용에 따라 ‘자금세탁죄’만을 인도심사청구의 대상이 되는 인도범죄로 특정했다. 일부는 대한민국에선 처벌될 수 있는 범죄가 아니기 때문에(쌍방가벌성 결여), 나머지는 이미 대한민국에서 유죄 판결이 확정돼 인도범죄에서 제외됐다.
 
손씨 측은 3가지 이유를 들며 미국인도 불허를 주장했다. ‘(1) 인도가 허용된 범죄 외의 범죄로 처벌받지 않는다는 등에 관한 청구국의 보증이 없다 (2) 범죄인이 인도범죄를 범하였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없다.(절대적 인도거절 사유 해당) (3) 대한민국 국민이고 인도범죄의 전부 또는 일부가 대한민국영역에서 범한 것이며 인도범죄의 성격과 범죄인이 처한 환경 등에 비추어 범죄인을 청구국에 인도하는 것이 비인도적이다(임의적 인도거절 사유 해당)’가 손씨 측의 주장 내용이다.
 
재판부는 손정우 변호인 측의 인도 거절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하지만 임의적 인도거절 사유를 들어 손정우의 미국 인도를 불허했다. 재판부는 “범죄인을 청구국에 인도하지 않는 것은 이 사건 조약에 의하여 주어진 합리적인 재량에 따른 판단이다“라고 했다.
▲ 손정우 미국 송환 결정 판결문 중 결론
▲ 손정우 미국 송환 결정 판결문 중 결론

“재량에 따라 불허”

판결문에 의하면 범죄인인도제도의 가장 기본적인 취지는 “범죄인을 처벌함으로써 범죄를 진압하고 법질서를 유지함에 있고, 이를 위하여 범죄인의 수사·재판·형의 집행을 가장 효과적으로 달성할 수 있는 국가가 통상 범죄지 관할국이라는 점에서 범죄인을 범죄지 관할국으로 인도하는 것이 정의 관념에 부합한다는 데에 있다”라고 명시돼있다.
 
또한 “범죄인인도제도는 국가별로 스스로 정하고 있는 형사관할권을 국가 간에 합리적으로 배분함으로써 범죄인이 어느 한 사건에 대하여 형사관할권을 가지는 모든 국가의 형벌권 행사로 인해 이중처벌 받게 되는 결과를 피하도록 한다는 측면에서 범죄인 보호라는 기능도 수행한다”라고 밝혔다.
 
범죄인인도제도는 ‘범죄인을 처벌해 법질서를 효과적으로 유지하는 기능’과 ‘범죄인을 보호하는 기능’을 함께 가진다는 것이다.
 
판결문엔 결정에 앞서 “범죄인인도제도는 국가주권의 일부분인 형벌권 행사를 호양하는 것을 전제로 하므로 범죄인 인도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국제적인 협력을 통한 범죄의 예방과 진압에 대한 당사국 간의 이해관계를 고려하는 것이 요구된다”라고 판시돼있다.
 
재판부는 ‘형사관할권의 합리적 배분과 체약당사국의 이해관계를 고려한 재량행사’를 인도적 거절 사유에 해당한다고 봤다. 재판부는 이에 대한 근거로 “가) 범죄지와 관련한 이른바 ‘네트워크 기반 범죄’의 특성, 나)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 관련 범죄의 예방과 억제, 다) 이 사건 인도범죄와 관련한 대한민국에서의 수사,기소의 경과, 라) 이른바 ‘국제성 범죄’ 근절을 위한 국제형사사법공조에 대한 기대와 강화”를 들었다.
 
△네트워크 범죄 특성상 미국만이 범죄 관할국이라고 볼 수 없으니 범죄지가 인도 여부를 결정할 본질적인 원인이 될 수 없고 △ 다크웹이라는 접속이 어려운 특성상 운영자 ‘손정우’를 통해 악랄한 범죄에 가담한 회원들을 밝혀야하고 △ 범죄인인도청구 전 손정우가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에 대해 한국 검찰이 기소해 조사받았다면 손정우는 범죄인인도절차에도 놓이지 않았을 것이니 범죄인 보호가 이뤄지지 못했다고 볼 수 있고 △ 범죄인 인도를 통해 미국이 실현하려는 목적은 반드시 범죄인 인도가 아니라 한국의 적극적인 수사공조로 이뤄질 수 있으니 미국에 보내지 않겠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한국에서 손정우의 신병을 확보해 가담한 회원들을 밝혀내야 한다. 미국인도 시 수사 종결이나 미완으로 끝날 수 있다”라고 했다. 한국에서 더욱 철저한 조사를 통해 웰컴 투 비디오와 관련된 가해자들을 ‘일벌백계’한다는 취지다.
 
손씨의 미국 송환 불허 판결문에 대해 전 변호사는 “현실과 동떨어진 결론”이라고 지적했다.
 
전 변호사는 “이번 사안의 경우 절대적 인도거절사유에 해당하는 것은 전혀 없었고 오로지 법원이 재량에 의해, 임의적으로 인도불가를 결정했다. 법원의 판단은 현실과 너무나도 동떨어진 것이기에 국민들도 쉽게 납득할 수 없는 것이다”라고 했다.
 
전 변호사에 따르면 손정우가 서비스 제공자라고 하더라도 이용자들에 대한 정보를 가지고 있지 않아 손정우를 조사하는 것이 큰 의미가 없을 것이라 밝혔다. 또한 손정우는 현재 아동성착취물 제작·배포죄에 대해 이미 형 집행까지 마치고 석방됐기 때문에 손정우의 협조 여부도 불분명하다고 했다.
 
특히 “이번 인도불가 결정에서 피해자에 대한 고려는 전혀 없었다. 피해자들이 원하는 가해자에 대한 엄중한 처벌보다는 ‘사법주권’에 더욱 방점이 있었던 결정이 아니었나 생각한다”라고 비판했다.
 
전 변호사는 앞으로의 수사에 대해 “검찰에서 회원 대부분에 대해 불기소처분을 했다. 불기소처분을 하였다 하더라도 공소시효가 완성된 경우가 아닌 한 언제든지 ‘재기’하여 기소를 할 수 있기 때문에 이제라도 검찰이 적극적으로 추가수사를 하여 기소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라며 적극적인 수사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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