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4차산업 콘트롤 타워할 수 있겠나

▲ 김성민 기자
▲ 김성민 기자
국내 IT업체인 네이버는 2002년 유저들 간에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지식IN 출범을 통해 차츰 성장하며 입지를 키워나갔다. 현재 국내 검색엔진 점유율 1위(평균 57.69%)로 거듭난 네이버는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며 전 산업에 직간접적으로 개입하고 있어 일각에서는 독과점 행보를 막아야 한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 네이버 온라인 결제액 20조 원...롯데쇼핑 7개 계열사 온라인 거래액에 '두 배'
 
올해 '종합 쇼핑 플랫폼으로의 도약'을 선언한 이후 네이버는 손쉬운 절차로 누구나 상점을 운영할 수 있는 스마트스토어에 32만 명에 달하는 판매자를 생성했다. 또 네이버페이라는 결제시스템으로 무장한 네이버는 유통업계에 이변을 일으켰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네이버 온라인쇼핑 거래액은 20조 원을 넘어서며 쿠팡과 이베이코리아를 넘어섰다. 지난해 롯데쇼핑 7개 계열사 온라인 거래액 10조7000억 원에 두 배에 달한다.
 
‘녹색창’ 안에서 검색부터 구매까지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다는 편리함은 네이버의 행보를 폭주하게 만드는 결과를 낳았다. 급기야 네이버의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11번가는 자체 플랫폼 내에서 쇼핑 정보를 검색하고 구매할 수 있도록 대응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네이버 입장에서는 사실상 전 세계 점유율 90%를 차지하는 구글, 유튜브 등으로 빠져나가는 이용자를 붙잡기 위한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 이커머스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지난 2017년 국정감사에서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의 주장으로부터 확인됐다.
 
그는 “구글이 세계 검색에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며 “네이버가 한국에서 검색 점유율 70%를 지킨다는 단면만 봐서는 안 된다”고 토로한 바 있다. 한국에서 구글은 글로벌 사업자라는 이유로 느슨한 규제망을 피해 수조원의 막대한 매출에 대한 세금을 내지 않고 있다.
 
토종 기업 네이버가 점유율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 했다는 사실만큼은 칭찬해줄만한 일이지만 함께 고통을 감수해야하는 입장도 적잖다.
 
실제로 의류 스마트스토어를 운영하는 판매자는 “스마트스토어를 제대로 운영하려면 광고비 월 300정도는 감수해야한다. 경쟁자가 많아질수록 상단노출을 위해 액수는 커질 수밖에 없다”며 “네이버에 효과적으로 노출시켜주겠다는 온라인 대행사들의 영업전화만 수십여 통씩 올 정도인데 어딜 가서 네이버가 갑질한다고 호소할 수 있겠냐”고 말했다.
 
이는 지난 14일 한성숙 네이버 대표가 청와대에서 "데이터를 기반으로 소상공인과 사회 초년생을 위한 혁신적인 금융서비스를 잘 만들어나가겠다"며 데이터를 통해 사회 발전에 기여하겠다는 의도와 상충하는 분위기다.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도 이상 징후를 포착했는지 지난 6월부터 네이버와 배달의민족을 겨냥해 온라인 플랫폼의 갑질 근절을 위한 '플랫폼 공정화법'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 네이버에 독과점 행보 “누가 막으랴”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지난 2018년 초 세종시와 인천시 부동산 업자들은 네이버가 부동산 매물을 포털 상단에 노출시키는데 들어가는 광고비용을 몇 차례 상승시킨 탓에 부담을 느끼고 집단으로 탈퇴한 적이 있다”고 전했다. 이후 네이버는 부동산협회를 상대로 담합 의혹을 제기하며 공정위에 고발했다.
 
그 결과 공정위는 지난해 12월 부동산 협회에 시정명령을 내리며 네이버에 손을 들어줬다. 네이버 측 변호사는 “부동산협회가 특정 플랫폼 사용을 금지하는 불법 담합 행위를 했다”며 재소했다는 이유다.
 
물건을 사는 사람이 판매자의 물건을 사지 않겠다고 거부하는 것이 공정거래법상 위반인 것인지 의구심이 드는 부분이다.

이쯤 되면 공정위가 플랫폼 사업자의 생태구조를 이해하지 못한 것으로 의심된다. 플랫폼은 일반 제조업 등과 달리 이해관계자가 입점업체-플랫폼-소비자가 연계된 다면 시장의 특성 탓에 이해관계 구조가 복잡다단하다. 따라서 플랫폼-입점업체 간에 거래상 지위 인정이 까다로운 경우가 많아 공정거래법상의 불공정 거래 행위 제재가 어렵다.
 
공정위는 이를 인정이라도 하듯 “전통적 거래 행태에 기반한 현행 심사 지침의 한계를 보완하고 다면적 특성을 반영한 판단 기준인 '플랫폼 분야 단독행위 심사 지침'을 제정할 방침”이라고 지난 13일 밝혔다.
 
공정위에 늑장 조치가 과연 약효가 있을지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네이버의 독과점 행보에 대해 정부의 입장이 늦어지게 되면 정부는 그들을 규제할 만한 능력이 없거나, 그럴 의지가 없는 것으로 비쳐질 수 있다.
 
최근 네이버는 ‘홍콩 국가보안법’ 통과로 국내 사용자 개인정보가 중국 정부로 유출될 수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데이터 백업 센터를 홍콩에서 싱가폴로 이전했다. 이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김영배 의원은 “개인정보 수집 및 국외 이전에 관해 조사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네이버 측은 "원 데이터가 아닌 백업 데이터는 이용자들에게 사전 고지를 하지 않아도 현행법상 위법 사항이 없다"며 "홍콩에 전송된 데이터의 규모는 알 수 없으며, 밝힐 수 없다"고 김 의원실에 답변한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네이버가 주장하는 그 어떤 의견에도 실태를 검증할 만한 컨트롤 타워가 없는 것은 아닌지 의아해지는 대목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4차 산업 혁명과 뉴딜 정책이 과연 고삐 풀린 IT기업들의 손으로 이뤄질지 보는 이들은 불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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