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실정, 수도 이전에 친일 시비까지 흔들기 일관

▲ 김성기 부회장
▲ 김성기 부회장
문재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지지도가 한꺼번에 추락하면서 집권 후반기 권력구도 변화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4월 총선에서 민주당에 압도적인 의석을 몰아주었던 표심이 싸늘하게 돌아선 배경을 놓고 다각도의 분석이 나오고 향후 정치적 지형 변화 전망에 전문가 논평들이 요란하다. 정부와 여당이 다수 의석을 믿고 부동산 정책과 세금인상, 수도 이전 방침을 강력하게 밀어붙일 경우 가뜩이나 위기에 빠진 경제가 어디까지 추락할 것인지 국민 걱정이 크다.
 
집권 이후 문 정부가 추진해온 주요정책을 짚어보면 국민화합이나 경제여건을 먼저 고려하기보다 좌파 이념성향과 정치적 계산을 앞세워 지형변화를 추구한 내용이 많았다. 초기에 제시한 적폐청산과 소득주도성장이 이런 흐름을 선도했고 20번이 넘게 나온 부동산 대책은 수요-공급의 경제논리 대신 세금과 금융, 행정규제로 시장을 압박하는 쪽으로 기울었다.
 
세입자의 권리를 강화하겠다며 민주당이 서둘러 처리한 주택임대차보호법은 명분과는 달리 전셋값을 급등하게 만들고 심각한 전세 품귀현상까지 빚고 있다. 현행 2년인 전월세 기간을 4년으로 연장한 계약갱신 청구권과 전월세 인상 상한선을 5%로 규정한 임대차 2법은 민주당 의원들이 법안을 발의하기 이전부터 그 부작용이 세입자들에게 큰 부담을 안겨줄 것이라는 우려를 낳았다. 시장에 전세수요가 꾸준히 존재하고 이를 바탕으로 민간부문의 임대주택공급이 이뤄져 왔는데 정부가 부동산시장에 섣불리 개입해 가격 결정과 계약 기간 등 구조를 왜곡하게 되면 감당하기 어려운 부작용이 올 것으로 걱정됐다.

여당은 4월 총선이 안겨준 압도적인 의석을 과신했다. 민주당은 이들 법안을 시장 반응을 외면하고 속도전으로 강행 처리했고 혹시 뒤따를지도 모를 전월셋값 급상승 등 부작용은 후속 입법과 행정조치로 틀어막으면 된다고 자신했다. 출범 초기 세제 혜택을 내세워 주택임대사업자등록을 권장했던 정부는 거꾸로 규제를 강화하면서 51만명 임대사업자들의 반발은 ‘다주택자’ 굴레를 씌워 묵살하면 그만이라고 경시했다. 고위공직부터 내쫓아 분위기를 잡으면 다주택자를 적대시하는 여론 흐름이 형성돼 지지층 규합에 도움이 되고 반발 세력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는 정치적 계산도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시장은 제도적 규제나 세금, 여론 조작 등을 통해 인위적으로 쉽게 조정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 임대차 기간을 억지로 늘리면 임대료 인상은 당연한 수순이고 이를 법규로 억제할 경우 월세나 반월세로 돌아서는 시장 변화가 따르게 마련이다. 다주택 보유를 배격하는 정부 방침은 전세제도를 부인하는 말과 다를 바 없다. 1가구1주택을 권장하는 여건에서는 당연히 전세로 나올 집이 없어진다. 대부분 가구는 전세 살면서 차근차근 목돈 모아 내집마련하려는 계획을 밟아왔는데 정부가 전세공급 중단을 부추기자 이미 시장에 나와 있는 전셋집도 월세로 빠르게 전환되는 추세다. 남은 선택은 두가지. 전세금 받고 급전을 빌려서라도 막판 추격매수에 나서거나 아니면 한동안 내집마련 꿈을 접고 월세를 전전하는 길뿐이다. 내집마련이 막혀 월세로 밀려난 세대가 현 정부에 과연 박수를 보낼 수 있을까?
 
정부의 지원 방침을 믿고 노후 대책 등으로 임대사업을 시작한 다주택자들에게 세제 지원을 철회하고 규제만 강화하겠다는 발표는 시장여건 변화가 아니라 생존권이 걸린 문제로 다가온다. 임대사업자 중에는 높은 전셋값을 이용한 갭투자로 집을 여러 채 매집한 사업자도 있겠지만 평생 모은 돈으로 노후에 대비해 투자한 분들이 적지 않다. 이미 은퇴했거나 은퇴기에 접어든 선의의 투자자들에게 깎아준 세금 도로 내고 임대료는 정해주는 대로 받으라는 요구는 정부가 변덕 부려 고령 사업자를 길거리로 내쫓는 조치와 다를 게 없다. 임대사업자들이 폭우와 폭염 속에서 가두로 나와 집회를 강행하면서 거세게 반발하는 것은 살려달라는 마지막 절규로 들린다.
 
노무현 정부의 실정으로 꼽혔던 종합부동산세 강화를 당정이 다시 들고나온 배경도 국정을 장악했다고 여기는 과신이 정치적 계산과 맞물려 돌아가고 있다. 종부세 대상자는 국민의 1% 수준(지난해 59만명)에 불과하므로 비싼 부동산 가진 사람들에게는 징벌적 세금을 부과해 부담을 키워도 나머지 99% 국민의 박수를 받을 것이라는 셈법이다. 등록임대사업자가 51만명 선이므로 이들을 몰아세워도 정치적으로 손해날 게 없다는 계산과 일맥상통한다.
 
현 정권은 집권 후반기로 갈수록 국민화합을 통해 난국을 극복하기보다 편가르기로 지지세를 모아 재집권을 도모하는 전략에 기울고 있다. 광복절 기념식에서 김원웅 광복회장이 극단적인 주장을 펼쳐 격화된 친일청산 시비도 정국을 ‘친일-반일’ 구도로 끌고 가려는 저의로 보인다. 분할·대결 구도에는 늘 패거리가 끼어들어 싸움에 불을 붙인다. 부동산 대책이나 임대차법 논란에 민주당 의원들이 나서 차익을 노린 다주택자를 도둑으로 몰아세우거나 때려잡아야 할 적으로 규정해 큰 반발을 자초했다. 광복회 김 회장은 이승만 초대 대통령과 애국가를 작곡한 안익태 선생을 친일 역적으로 매도한 데 이어 6·25 전쟁에서 나라를 지켜낸 고 백선엽 장군은 ‘사형감’이라고 폭언을 계속했다. 여권의 패거리들은 당연한 수순처럼 김 회장 발언을 두둔하고 있다.
 
정권 패거리의 위세를 보는 대다수 국민은 몹시 불편한 느낌이다. 초기에는 열정적으로 들리는 그들의 언사와 연출이 때로 주목을 끌기도 했지만 표리가 다른 진면목이 드러나면서 다수 국민이 등을 돌리기 시작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지지율 하락은 이런 민심의 반영으로 해석된다. 극렬 지지층 결집에는 약간 도움이 되겠지만 정권 말기로 갈수록 민심의 큰 흐름은 멀어질 수밖에 없다. <투데이코리아 부회장>
 
필자약력
△전) 국민일보 발행인 겸 대표이사
△전) 한국신문협회 이사
△전) 한국신문상 심사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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