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내부 감찰 절차가 제대로 작동할 수 있도록"

▲ 한지은 기자
▲ 한지은 기자
권력(權力) : 남을 복종시키거나 지배할 수 있는 공인된 권리와 힘
 
‘권력형 성범죄’라는 단어가 생겨났다. 우리 사회는 수많은 개인들로 구성되고, 또 그 개인들은 집단을 형성한다. 집단 내에는 위계질서가 자리 잡고 있고, 그 위계질서 사이엔 권력이 숨어있다.
 
평화로워 보이는 집단 내에는 위계질서로 형성된 조직체계가 자리 잡고 있다. ‘권력’은 장소를 가리지 않는다. 정치권, 종교계, 교육계 등 사회의 모든 분야엔 힘을 가진 누군가와 그를 따라야 하는 누군가가 존재한다.
 
사실 오랜 역사를 가진 ‘권력’이란 단어로 새로운 단어가 형성된다는 것은 모순이라고 느껴지기도 한다. 이 단어는 단순한 신조어가 아닌 그동안 우리 사회가 무심했던 ‘권력’이란 단어 뒤의 사각지대를 가감 없이 드러낸다.
 
본인의 집단 내 지위를 내세워 피해자를 성적으로 착취하는 권력형 성범죄는 지속해서 늘어나는 추세다. 또한 집단 내에서 발생하는 범죄 특성상 피해 사실 은폐가 용이할 뿐만 아니라 피해 사실을 밝히기도 쉽지 않다.
 
권력형 성범죄는 그간 ‘사회생활’ 정도로 취급받았다. 사회에 첫 발을 내디딘 대학생들에게 교수들은 앞으로의 ‘사회’ 생활을 빌미로 성범죄를 저질렀다. 일부 종교인들은 신자들에게 믿음을 빌미로 성범죄를 정당화했다. 자신의 업무를 도와주는 직원들에게 성범죄를 저지른 정치인들도 있다.
 
실제로 한국성폭력상담소의 '2019년 한국성폭력상담소 상담통계현황'에 따르면, 성인의 경우 직장 관계에 있는 사람에 의한 성폭력 피해가 39.6%에 달해 성인이 겪은 성폭력 피해 중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심지어 피해자들을 다시 가해자의 곁으로 내몰기도 한다. 인천대 A교수는 지속적으로 학생들에게 권력형 갑질과 성희롱을 해 인천대학교로부터 ‘해임’ 당했다. 하지만 교육부 소청심사위원회는 이 결과가 과하다며 정직 3개월로 감경처분했다.
 
아직 모든 것이 우후죽순이다. 집단 내에서 이런 범죄가 발생했을 시 대처 방법이 제대로 세워져있지 않다. 많은 전문가들은 상대적 약자인 피해자가 나서기 힘든 권력형 성범죄 특성상 제대로 된 조사와 처벌이 이뤄질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또한 많은 이들이 정치권의 권력형 성범죄 사건의 피해자들에게 “왜 이제 와서 밝히냐”, “업무 중 일부가 아니냐”라는 말을 한다. 같은 집단 내의 친밀한 관계라는 이유로 피해자에게 이해를 바라고 범죄 내용을 가볍게 치부하는 것은 명백한 2차 가해다.
 
권력형 성범죄를 해결하기 위해선 피해자와 가해자를 분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피해자는 가해자와 마주치는 것만으로도 두려움을 느낄 수 있다. 또 전문가들은 특정 단체나 기관 내부에서 성폭력 사건이 발생했을 때 이를 내부적으로 조사할 수 있는 절차가 제대로 작동할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인터뷰에서 "공기관, 교육기관 등에는 성폭력 범죄 등 문제가 제기되면 즉시 조사를 하고, 그 조사 결과에 따라 징계위원회가 열리는 등 절차가 있다"라며 "이같은 절차가 작동이 안 된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 같은 내부 감찰 절차가 제대로 작동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게 추가 피해자가 발생하는 것을 막고 근로자 복지를 위해서도 꼭 필요한 일"이라고 말했다.
 
각종 공공기관에서 성범죄에 대한 해결책이 마련되고 있다. 직통 신고 전화를 만들고 컨설팅을 받기도 한다. 하지만 허울뿐인 대책이 되지 않으려면 현재 벌어지고 있는 권력형 성범죄들에 대한 제대로 된 처벌과 이 사례들의 원인 분석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피해자들과 분리도 되지 않는 상황에서 어떤 해결을 할 수 있단 말인가.
 
권력이란 것은 참 무서운 것이다. 가해자가 분명함에도 집단의 이성을 마비시켜버린다. 가해자들이 그만한 힘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도 어느 곳에선 말 못 하는 피해자가 생기고 있다. 이제 더이상 묵인할 수 없다. ‘아랫사람’이 아닌 ‘사람’으로 상대를 대하는 것이 권력형 성범죄 해결의 첫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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