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정안은 법적제재 피하기 위한 반성문인가

▲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 사진=공정위
▲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 사진=공정위
투데이코리아=김성민 기자 | 소위 “기업의 자진시정안을 들어주는 면죄부다”와 “즉각적인 혁신 방안을 마련케 하는 획기적 방안이다”라는 찬반양론이 채가시지 않은 동의의결 제도가 경제 혁신에 이바지 할 것이라고 자신하는 이가 있다. 바로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이다.
 
지난 18일 조 위원장은 '동의의결 제도의 평가와 향후 개선방향'이라는 심포지엄에서 "공정위는 경쟁을 촉진해 우리 경제에 혁신이 꽃피도록 하는 정원사로서 디지털 공정 경제의 밑그림을 그려나갈 것“이라며 ”동의의결 제도는 정원사의 '꽃삽'으로서 디지털 경제 시대에 더욱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힌 바 있다.
 
또 "기존의 전통적 시정조치로는 달성하기 어려운 유연하고 신속한 시정을 가능하게 하는 대안"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2016년부터 대리점 위탁수수료 문제로 공정위의 조사를 받아온 남양유업이 동의의결제로 면죄부를 받은 대표적인 최근 사례로 꼽을 수 있다.
 
▲ 남양유업에 대한 동의의결 절차. 출처=공정거래위원회
▲ 남양유업에 대한 동의의결 절차. 출처=공정거래위원회
남양유업은 농협에 납품하는 대리점의 위탁수수료 15%를 13%로 인하하는 등 갑질을 한 혐의로 공정위 조사를 받아왔다. 이에 남양유업은 지난해 7월 공정위에 동의의결을 신청했다.
 
남양유업의 자진 시정방안은 농협 위탁수수료율을 업계 평균 이상으로 유지하고 이를 위해 매년 신용도 있는 시장조사기관이나 신용평가기관에 의뢰해 동종업체의 농협 위탁수수료율을 조사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업계 평균 수수료율보다 낮은 경우 이를 조정한다.
 
또 남양유업은 대리점이 대리점단체에 자유롭게 가입·활동하는 것에 대해 불이익을 줘서는 안 된다. 남양유업이 중요 조건을 변경하려 할 때에는 개별 대리점과 사전 서면협의를 거쳐야 하고 대리점 단체와도 협의해야 한다.
 
결국 남양유업은 겉보기 좋은 반성문으로 면죄부를 받게 된 셈이다. 하지만 한국의 동의의결 절차는 외국 사례와 비교했을 때 징벌적인 효과가 전혀 없다고 볼 수 있다.
 
미국의 동의의결 제도는 규제당국의 시정명령과 별도로 벌금 등 형사적 제재를 병과 할 수 있는 반면 한국의 동의의결 제도는 공정위가 동의의결 시정안을 수용하면 법적 제재를 피할 수 있고 누구든지 해당 사업자의 위반 행위에 대해 위반됐다고 주장할 수 가 없다.
 
심지어 지난 2016년 남양유업이 공정위로부터 처음 조사받기 시작했을 때부터 공정위가 동의의결 절차를 개시한 2019년까지 총 3년 이상이 걸렸다. 조 위원장의 발언대로 “신속한 시정을 가능하게 하는 대안”이라고 판단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국내 동의의결 제도에 대해 “동의의결 제도는 양심적인 기업 문화가 자리 잡아야 병행이 가능한 제도라고 본다”라며 “한국에서 기업과 대리점은 법적 보호를 충분히 받지 못하는 대리점이 손해를 입고도 기업과 거래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결정적인 증거자료를 제출하기 꺼려하는 불평등한 관계다”라고 전했다.

따라서 공정위라는 정원사에 들려질 꽃삽은 찬반양론이 뜨거운 동의의결 제도보단 합리적이고 안전한 중소기업·중소상인·소비자 보호정책이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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